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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 투 헤븐' 이제훈 "제 유품은 남겨진 좋은 작품들이기를"[인터뷰S]

작성일: 2021.05.24 15:46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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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의 이제훈.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사냥의 시간' 이후 SBS '모범택시'와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까지. 배우 이제훈(37)이 보여준 작품들엔 변화에 대한 그의 욕망이 담긴 듯하다. 푸른 어둠이 깔린 디스토피아에서 총을 들었던 그는, 세상이 처단하지 못한 악을 스스로 처단하려 나섰고, 이젠 죽은 이와 살아남은 이의 사이를 오가며 변화가는 중이다. 이제훈은 "다양한 캐릭터를 하면서 나름 여러 시도를 했다 변화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다"면서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고 털어놨다.

이제훈에겐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저는 유품정리사입니다'(극본 윤지련, 연출 김성호, 이하 '무브 투 헤븐')가 그런 작품이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인 김새별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제훈은 그루의 후견인으로 나선 불법 이종격투기 선수 상구 역을 맡아 전에 없던 모습을 보여준다. 흡연에 욕설에 요상한 패션,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다부진 몸으로 나타난 그는 등장부터 시선을 붙든다.

더욱이 종영을 향해 가는 '모범택시'에선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사적 복수를 대행하는 택시기사 김도기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뜨거운 반응을 얻은 터. 이제훈은 "지난 토요일(22일)까지 '모범택시' 촬영이 마무리됐다. 정신을 차리고 있는 시간이다"이라며 "'무브 투 헤븐'은 9화까지 보고 10화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모범택시'와 '무브 투 헤븐'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간에 나왔다. 그럼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너무 너무 감사해하고 있다. 색다른 캐릭터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 신선하게 느끼신 것 같다. 저도 그런 반응이 반가웠다"고 기뻐했다.

"아무래도 '무브 투 헤븐'의 상구 쪽이 현실에서 우리가 봐야 할 긍정적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아픈 사연이지만 상구 역시 부정적이었다가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데 시청자로서도 공감되는 부분이었어요. 떠난 사람들이 남긴 사연, 그들에 대한 위로가 누구에게나 통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요.

사회를 향한 울분, 해소하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모범택시'가 일종의 대리만족을 안기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사이다가 된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잖아요. 드라마는 드라마로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무브 투 헤븐'의 이제훈. 제공|넷플릭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도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기에 마음을 추슬러 반나절 후 다시 대본을 봤다는 이제훈은 "그 때도 같은 감정이 들더라. 제작진을 만난 뒤에는 그분들 역시 저와 같은 마음이라는 게 다가오고 바로 공감대가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공감하지 못할 만큼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인공 상구 또한 점점 변화해 진심어린 사연을 전하는 사람이 된다는 점에서 이제훈을 자극했다. 이제훈은 "담배를 피우고 아이들에게도 욕을 하는 캐릭터지만 변화할 수밖에 었는 건, 이야기가 진솔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 저렇게 행동하지?' 생각하지 않고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외적인 변화도 그가 모든 걸 내던져 끝을 본 부분이다. 이제훈은 "평소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불법 스포츠도박 경기에 나서는 이종격투기 선수 모습을 상의를 탈의하면서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고 싶은 표현의 최고치"를 보여주고 싶어 촬영 넉 달 전부터 1주일에 6일을 거르지 않고 몸을 만들었을 정도. 근육을 돋보이게 하는 태닝조차 하지 않은 건 '하얀 피부 톤으로 제대로 남겨보겠다'는 욕심을 부린 결과다. 이제훈은 "그렇게 다시 만들라고 하면 지금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비호감의 경계를 넘나드는 의상, 헤어도 연장선상에 있다. 이제훈은 "조금 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헤어는 뒷머리를 길렀다. 누군가 김병지컷 아니냐고 했는데 저는 맥가이버라고 했다. 요즘 같지 않은 올드한 모습이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상도 누가 저렇게 옷을 입어 할 정도로 비호감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인물이 이런 사연을 만나 어떻게 변화하고 동화되는지 그런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과 함께 전달될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무브 투 헤븐'의 이제훈. 제공|넷플릭스
이제훈과 호흡을 맞춘 2003년생 탕준상은 무려 19살 차. 이제훈은 "이 나이 차를 어떻게 극복하나 했다. 세대차이가 있을 수 있지 않나"라고 푸념하며 "제가 어렵거나 아저씨, 나이 든 선배 모습으로 어렵게 다가가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내 스스럼없이 가까워졌다고. 탕준상의 질문에 선배로서 이야기해주고, 때로는 10대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교감해 갔단다.

"오히려 준상이가 저를 편하게 대해주고 그런 모습에 저는 더 철없이 어리게, 나이를 망각한 채 나이 차 많이 안 나는 형동생같이 지낼 수 있었어요. 그런 모습이 있어서 케미스트리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너무 연기 잘 하는, 좋은 후배를 얻은 것 같아요."

▲ '무브 투 헤븐'의 이제훈. 제공|넷플릭스
달라져간 상구처럼 이제훈 역시 '무브 투 헤븐'을 거치며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남겨질 것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훈은 "나는 어떻게 태어나 죽을 것이고 죽게 된다면 남겨진 이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그런 것들이 많은 생각을 갖게 됐던 것 같다"며 "제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남겨진 사람에게 축복받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그럼 좋은 사람이어야겠다, 직업적으로는 좋은 배우여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고도 말했다.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세상을 떠나게 됐을 때 '참 좋은 배우이고 잘 연기하고 그가 했었던 출연작을 볼 때 시간이 아깝지 않고 오래 두고 봐도 좋은 작품을 남긴 배우였다'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이번 작품을 하며 많이 했어요. 남기고 싶은 유품이라, 저에게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고인 이제훈을 추모하며 그가 남긴 작품들이 남은 것. 제게는 가장 값지고 원하는 결과가 아닐까요. '그가 남긴 작품이 이렇게 있었네, 남긴 작품들이 좋았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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