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넘어 가수 데뷔…'최고령 신인' 임정술 "노년층 꿈과 희망 가졌으면"[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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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살다가 되돌아보니/ 굽이굽이 지나온 세월/ 마냥 청춘인 줄 알았다/ 영원한 줄 알았다/ 지나 보니 백발이구나'
가수 임정술의 노래 '남자의 인생' 가사다. 가족을 위해 젊음을 바친 남자가 노년이 돼서, 삶을 반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이 여든을 넘겨 이 노래를 부른 임정술과 닿아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1937년생으로 올해 84세인 임정술은 원로가수로 헤아려지지만, 사실 이제 막 가요계에 데뷔한 신인가수다. 2017년 나이 80세에 사단법인 한국연예예술인 총연합회에 가수로 등록하고, 2018년 나이 81세에 데뷔 싱글 '남자의 인생'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 최고령 신인 가수로 기록된다. 한국연예예술인 총연합회에 등록돼, 신곡을 발표한 가수 중에서 가장 많은 나이로 데뷔한 기록이다. 모두가 평온하길 바라는 인생의 황혼에, 젊은 세대도 치열하다는 가요계에 뛰어든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임정술이 여든 넘은 나이에 열정적일 수 있는 이유는 꿈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가수라는 꿈을 품어 왔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임정술은 "젊은 시절 군대 가기 전에 가수를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입장료를 살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가고 먼발치에서 문밖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요"라며 어려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성년기에는 장남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장년기에는 4남매의 아버지이자 가장으로 가정을 이끌어 나가야 했다. 오징어잡이 배, 광산 등 험한 곳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4남매가 대학을 졸업하고 새 가정을 이룰 때까지, 한순간도 나태하지 않고 자녀들을 뒷바라지했다.
그러고 60세가 돼서야 가슴 한 켠에 묻어뒀던 가수라는 꿈을 조심스레 꺼내기 시작했다. '전국노래자랑', '고복수 가요제' 등 각종 노래 대회에 나갔던 임정술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살아온 것들이 모두 눈 녹듯 사라지더군요.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함을 느꼈어요"라며 벅찼던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나이 여든을 넘겨, 온전한 자신의 노래를 발표했다. 임정술에게 데뷔곡 '남자의 인생'은 노년의 청춘이자, 열정인 셈이다. 그는 "아내가 2014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노래는 갑작스럽게 이별한 아내에게 바치고 싶어 부른 노래입니다.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었는데, 살아있을 적에는 전하지 못한 마음을 노래로나마 전하고 싶었어요. 또 이런 내 노래가 처음 전국적으로 나왔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났지요. 가슴 벅찰 정도로 기뻤어요. 제가 죽고 없어도 이 노래는 언젠가 빛이 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가장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노래기도 합니다. 전국의 대한민국 남자들분들이 듣고 힘이 되시길 바랍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데뷔곡을 발표한 이후에는 각종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 왔다. 지역 초청 무대나 해외 효도 공연 등 자신의 노래가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는 일본 오사카 효도잔치 공연, BH골키퍼 TV, 쇼 가요데이트 트로트 다모아 , 정겨운 가요무대 등 다양한 무대에서 가창력은 물론, 노년의 농익은 힘을 보여줬다.

사실 임정술은 가수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도 도전 정신이 넘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그의 성실함은 한평생 똑같았다. 임정술은 현재도 서예, 서화, 일본어, 운동, 단전 호흡 등 꾸준히 배우고 갈고닦는 중이다. 일주일 시간표를 짜놓고, 매일 공부하고 배우면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있다. 실력 또한 상당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상을 휩쓴 그는 한궁대회에서 전국 4위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년 동안 독학으로 배운 아코디언은 이제는 악보만 보고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노익장을 과시하며 호기롭게 가수에 도전했지만 임정술은 지난해부터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트로트 신드롬이라지만, 일부 인기 가수들에게만 무대가 주어질 뿐더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창궐했기 때문이다. 임정술처럼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무명가수에게는 노래를 부를 기회가 많이 없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든 넘은 신인가수로 '아침마당-꿈의 도전 무대', '내일은 국민가수' 등 여러 방송에 문을 두드려봤지만,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최근 배우 윤여정이 74세에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80대 미국인 여성이 60년 동안 품어온 우주비행의 꿈을 이루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황혼에서 맞은 새로운 변곡점은 분명 기분 좋은 반전이다. 이것이 실버 세대의 모험을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정술 같은 인물들이 원숙한 힘을 유감없이 펼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도 설자리가 없습니다. 코로나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 국민들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저를 보면서 노년층분들께서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라는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꼭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꼭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저는 남다른 끈기와 성실함 하나로 살아왔어요. 뛰어난 열정으로 늘 배움과 새로운 도전에 오늘도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나이 80이라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누구라도 하고 싶은 마음과 자질만 있다면, 어떤 분야든 도전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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