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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기만 하면 로맨스 뚝딱?…'연모'·'옷소매', 사극의 클리셰 바꾼다

작성일: 2021.11.22 09:55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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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한 여성이 발을 헛디뎌 뒤로 고꾸라지려 한다. 이때 '잘생긴' 한 남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쓰러질 뻔한 그 여성을 안는다. 두 사람은 강렬한 눈빛을 주고받지만, 이내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애써 무던한 척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뻔하게도 벌써 시작됐다. 사극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다.

그러나 이러한 로맨스 사극의 공식이 점차 변하고 있다. 식상하고 진부하게 느껴지는 표현을 비틀면서, 사극에서 기대하지 않은 신선함까지 자아내고 있는 것. MZ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는 KBS2 월화드라마 '연모'(극본 한희정, 연출 송현욱),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 연출 정지인)의 이야기다.

지난 8일 방송된 '연모'에서 휘(박은빈)는 나인들에게 길을 터주다가 화단으로 넘어질 뻔한 노하경(정채연)을 재빨리 붙잡았다. 두 사람은 춤을 추듯 핑그르르 돌며 균형을 잡았다. 휘의 왼손은 노하경의 팔목을, 휘의 오른손은 노하경의 허리를 감쌌다. 노하경은 자신을 구해준 휘가 세자라는 사실을 알고 여지없이 그에게 반해버렸다.

전형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전형적이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조합이 '남녀'가 아닌 '여여'인 덕분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 커플을 '되는 주식'이라 칭하며 열광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얼굴 합'을 높이 사며, 앞으로의 서사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도 유사한 화소(話素)를 색다르게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성덕임(이세영)은 의자를 딛고 올라 책장 위칸을 뒤적이다가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를 발견한 이산(정준호)은 성덕임의 뒤통수를 책장 쪽으로 슥 밀어버렸다. 일순간 책에 얼굴이 짓눌린 성덕임은 황당해하며,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냐"며 중얼거려 폭소를 안겼다.

이 장면 역시 각종 SNS 및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시청자 유입에 기여하고 있다. MBC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옷소매 붉은 끝동' 2회 요약본에도 해당 신을 언급하는 댓글이 다수 있다. 이 누리꾼들은 '클리셰를 깨서 좋았다'고 입을 모으며, 최근 시청자들이 원하는 재미가 무엇인지 짐작게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드라마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사극도 시대를 따라가는 게 아닐까 한다. 대본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할 때"라며 "(특히 '연모'는) 사극이지만 픽션이라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 틀을 벗어나는 데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K드라마가 풍부해지고 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측은 "MZ세대가 로맨스나 특히 사극에 접근하는 방식이 이전과 많이 달라지면서 사극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추세"라며 "기존의 드라마들이 보여줬던 '임금의 선택을 받는 궁녀'의 모습이 아닌 '궁녀를 오랜기간 사랑하는 임금의 모습'을 보여 준다거나, 로맨스의 클리셰를 비트는 서고신 등으로 한 단계 나아간 사극 로맨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익숙하게 쓰여온 문법을 파괴한다는 시도가 유의미하다"며 "드라마 장르 중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사극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온다는 것은 제작자가 사회적인 분위기나 현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싶다면, 이같은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반영하고 구태의연한 이야기에서 벗어나려는 제작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옷소매 붉은 끝동'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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