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서' 임시완 "'미생' 장그래가 사회성 만렙 황동주로…틀린 말 아니죠"[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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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임시완(34)을 본 지 어느덧 올해로 10년이다. 연기 데뷔작이었던 '해를 품은 달'(2012) 허염, '적도의 남자'(2012) 이장일부터 수재 캐릭터를 도맡아하던 그는 올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과 똘기, 추진력으로 뭉친 국세청의 문제적 조사관 황동주가 됐다. OTT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이자 MBC 금토드라마로 사랑받은 '트레이서'(극본 김현정, 연출 이승영)을 통해서다.
뜻한 바 있어 국세청에 굴러들어온 능력자 황동주는 세금 제대로 걷고 세금 제대로 내는 그 당연한 일을 위해 때론 능구렁이가 되고, 때론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돼 일을 벌이고 만다. 그 시원시원한 쾌속행보 덕에 지난 몇 주 속이 참 시원했다.
임시완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전문용어가 가득한 대본을 보고 또 보고 아이디어를 내고 또 내며 '트레이서'에 또 황동주에 접근해갔단다. '미생'(2014)의 사회초년생 장그래를 거쳐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7)의 언더커버 조현수를 지나, 점점 더 능수능란해져 사회성 만렙으로 자라난 그의 10년 성장기가 여기까지 왔다. 차곡차곡 쌓여갈 그의 변모는 앞으로도 한참 이어지리라.
-'트레이서'는 어떤 작품이었나.
"혼자서 모험을 했던 것 같다. 어떤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고 극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재기발랄하고 위트있게 보이는 모습은 어김없이 끼워넣자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다. 고민도 회의도 정말 많이 했다. 확신에 차서 했던 건 아니다. 분명히 정도가 있다. 유머는 한 끝 차이라 미묘한 지점을 건드린다고 생각했다. 안하니만 못하면 어쩌나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도 이 작품이 나오면서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보셨다고 해주셔서 한시름을 놨다. 도전이었고, 좋은 평을 해주신 데 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역 후 쉼없이 활동해 왔다.
"3년 간의 여정에 '트레이서'가 방점을 찍은 것 같다. 군대 전역 후 3년을 쉬지 않고 작품을 했더라. 제대로 휴식할 틈 없이 생산적인 일을 했다. 그것이 끝나고 나니까. 봐도봐도 내용이 어렵기도 하고 새로운 부분이 나오고. 끝나고 번아웃이 왔나보다. 끝나고 며칠을 집에 좀비처럼 있었다."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처음 듣는 용어가 많았다. 개념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대본을 분석하고 외우고 고민하는 데 있어서 그런 정신적 피로가 많았다. 1차원적으로는 당장 대사가 정말 많았다. 그것도 드라마 상으로는 끊어져 있는데 한 신이나 다름없는 게 많아서, 호흡을 위해서라도 쭉 찍어야 했다. 완벽하게 숙지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전문용어까지 많으니까 매일 대본을 봤다. 외우는 건 기본이고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모습을 투영할 것인가 고민했다. 이중고 삼중고를 겪은 대본이었다."
-시원시원한 사이다 드라마였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선배 배우와 매번 맞서야 했다.
"부담은 거의 없었다. 그냥 재미있었다. 비록 선배님들이시지만 저를 동료 배우로 인정해주시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손현주 선배님은 저를 '아우'라고 부르시고 '친구'라고 칭해주셨다. 같이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저렇게 하는 게 어떨까 의견을 피력하고, 스스럼없이 이해해주시고 반영해주시는 분위기였다. 바락바락 대든다기보다는 되바라지게 깐족거리는 게 많았다. ''그쪽'이라고 하면 더 열받지 않을까요 선배님?'하면 수긍해주시고 재밌게 찍곤 했다."
-공정성에 대한 갈망이 큰 시대다.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제일 통쾌함을 느낀 신이나 에피소드는?
"(해머로 환풍구를 치자 숨겨둔 돈이 쏟아져나온) 해머신을 빼놓을 수가 없다. 회의장 들어가서 난장판을 만드는 신도 통쾌했다. 후반부 인태준 청장을 찾아가서 '그럼 그 쪽은 뭘 할 수 있는데' 하는 부분도 통쾌했다. 원래는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치는 장면이었는데 황동주 식으로 통쾌하게 받아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제안을 드렸고 그런 신이 나왔다. 찍고 나서 보니까 재미있게 나와서 통쾌함을 준 에피소드로 꼽고 싶다."
-'트레이서'의 미덕,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국세청이라는 일반적이지 않고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루지만 '트레이서'의 존재 가치는 오락성이라고 봤다. 어려운 상황을 묘사한다고 해서 그런 어려운 것들을 시청자들에게 '가르치는' 드라마로 남을 것인가 묻는다면 제 대답은 '아니오'다. 교과서적인 드라마가 된다면 과연 재미있게 봐 주실까. 퇴근 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대다. 내용이 다 이해되지 않더라도 표정과 늬앙스 만으로도 동주가 저 나븐 사람을 통쾌하게 이길 것 같아 하는 늬앙스를 캐치하고 정서를 따라온다면 우리의 목적과 맞는 드라마가 될 거라 생각하고, 그러길 바라면서 촬영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은 없었다.
그 가운데 언듯언듯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사가 있다.. '어떻게든 살라'는 대사가 기억난다. 그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현주, 박용우 등 선배들과 '오빠 생각' 이후 오랜만에 만난 고아성씨 등과 연기했다. 호흡은 어땠나.
"아성이 경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두번째 하면서 새삼 느꼈다. 본인의 순수성을 잃지 않고 지켜내려고 하는 모습이 언듯언듯 비쳤다. 사람이 맑아 보였다. 그런 맑음이 연기에도 투영돼 잘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했다.
손현주 선배님은 창작물에 있어서 절대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를 표현하고자 하신다. 저는 황동주가 이 행동이랑은 다른 행동을 할 것 같다, 황동주 대사가 불편하다 하면 감독님에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제안하곤 했다. 반면 손현주 선배님은 최대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달하시는데 결과물을 보면 마치 본인이 생각하고 느낀 것처럼 표현하신다. 그걸 보면서 '저것이 내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 아닌가' 제시해주신 것 같아 큰 귀감이 됐다.
박용우 형은 '진짜'를 추구하신다. '진짜' 묵직함이 있으시다. 그 묵직함이 연기를 봤을 때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연기에 있어저 진정성이 느껴졌다. 또 동료로서 저를 인정해주시는 분위기가 유쾌했다."
-'해를 품은 달'(해품달) '적도의 남자'로 연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2012년이 벌써 10년 전이다.
"제 성에 차게 뭔가를 한 것 같지 않다. 한 것에 비해서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앞으로 할 것도 많은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서 야속하기도 하다.
최선을 다해 젊음을 즐겨야되겠다 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됐다. 여유는 그 뒤에 언제든지 찾아도 늦지 않는데 당장 현실의 삶에 안주하고 살면 그건 저의 젊음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맨날 복싱 다니고 운동 다니고 골프 배우고 요리도 집에서 하고 부지런히 살려고 한다. 복싱은 제 버킷리스트였는데 작년에 드디어 하게 됐다. 왜 이제야 했을까 후회될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 작품, 복싱이나 격투기를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를 접한 그런 류의 연기를 하면 재밌겠다 생각도 한다."
-'해품달' 시절만 해도 연기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다고 당시 김도훈 PD가 이야기하더라. 연기가 숙명이 된 전환기가 있었나.
"심적으로 편안한 게 있었다. 무대에 서고 가수를 할 때는 끊임없이 긴장했다. 무대에 선 경험이 제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줬기에 후회가 없지만 그랬다. 그런데 연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딱 직감했다. 연기가 저의 정서에는 더 딱 들어맞는구나. 이 직업을 저는 앞으로도 쭉 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그것이 배우로서의 큰 전환기였다.
연기를 고민하는 것이 저의 일상이 됐다. 어떤 사건을 겪고 어떤 드라마를 보고 어떤 한 장면을 보더라도 저건 내가 저렇게 한번 접목을 시켜볼까, 연기를 저렇게 한번 해볼까 생각하는 게 일상의 8할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들이 재미있다. 이전까지는 그런 고민이 내 연기에 안좋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가 싶어 다른 작품을 못봤을 정도다. 그런 걸 극복하고 나서 다른 분들의 연기를 보는 것을 즐기게 됐고 요즘엔 취미가 됐다. 이제 많은 분들을 만나봤으니까 제가 아는 지인, 선배들의 작품이 많지 않나. 그걸 진짜 너무 재밌게 잘봤다. '대박이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할 수 있죠' 하는 피드백을 하는 것도 요즘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연기를 하고 보며 재미있어하는 제 모습을 봤을 때 에너지를 소모하기만 하는 행위는 아니겠다 확신했다."
-이후 '미생' '변호인' 시절부터 걸어온 과정을 돌이켜 황동주를 보면 강직하고 순수했던 장그래가 점점 더 능수능란해지고 능구렁이가 됐다는 생각도 들더라. 연기할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
"저도 그런 생각이 든다. '미생'의 장그래가 갖은 수모를 겪고 사회성 만렙이 되서 저 능구렁이가 됐다는 반응도 전해들었다.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지점을 표현하는 건 거짓으로 들통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가진 성향이 있다면 최대한 증폭시켜서 녹아내려고 한다. '해품달' '미생' '변호인' 그 때의 사람들이 성장해서 사회성을 더해서 황동주가 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면 그 역시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래서 다 누적이 되고 누적이 돼서 점점 더 앞으로 해나갈 캐릭터들이 있지 않겠나. 앞으로의 제가 어떻게 반영될지 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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