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비로소 오랜만에 등장한 신드롬급 인기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든 16부 여정을 위해 7개월 동안 무거운 책임감, 외로움, 부담감과 소리 없이 싸웠던 박은빈은 마침내 '뿌듯함'으로 이번 작품을 보내줄 수 있게 됐다. 우영우이자, 우영우의 친구이자, 우영우를 부모의 마음으로 지켜봤던 배우 박은빈이 드디어 'OFF' 버튼을 누르고 우영우를 떠나보내며 시청자들에게 직접 인사를 전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은빈은 이번 작품에서 타이틀롤 우영우 역을 맡아 16부를 이끌며 놀라운 열연을 펼쳤다. 첫 회 시청률 0.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서 마지막회 17.5%까지 놀라운 상승세로 ENA의 새 역사를 쓴데 이어, 넷플릭스 월드랭킹 비영어권 1위, 통합 월드 3위에 이르는 신드롬급 인기를 모았다.

박은빈은 22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드라마를 이끌며 느낀 무게감, 그리고 성취와 안도가 고스란히 엿보이는 배우의 성실함이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빈 종이를 여러 장 펼쳐놓고 빼곡하게 메모를 했을만큼 고심한 흔적이 가득했던 박은빈의 '우영우' 종영 소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다음은 박은빈과 나눈 일문일답.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작품 출연 계기는.

"출연 계기라 하면, '대본을 보고 이런 작품이 나오는 구나,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캐릭터를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는 별개의 문제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만약에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하고, 이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우영우란 인물이 꼭 필요하다면 제가 신중하게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저를 믿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에 대한 보답의 마음이 컸다. '믿어주신 만큼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개인적인 포부를 갖고 참여하게 됐다."

-잘 마쳐서 뿌듯한가.

"드라마 엔딩의 '뿌듯함' 장면은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중간쯤에 했다. 엔딩부터 '뿌듯함'이라고 듣고, '그 수많은 다른 힘든 촬영들을 다 잘 마쳐야만 비로소 끝나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16부까지 약 7개월 간의 내·외부적인 부침을 딛고 완성해낸 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시청률은 몇 퍼센트부터 놀라웠나. ENA에 박은빈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말까지 있었다. 제작사와 방송사에서 특별히 감사 인사를 들은 게 있다면.

"2회부터 놀랐다. 왜냐면 제가 듣기로는 (ENA가)신생 채널인데다가 전 프로그램을 통틀어서 1%가 넘은 적이 없었던 채널이라고 들었다. 2회부터 저희의 예측을 두 배씩 훌쩍 뛰어넘어서 많이 놀랐다. 동상, 그런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웃음) 저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많은 인사를 해주셨던 것 같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자기소개 등 우영우의 캐릭터 변화를 언급하자면.

"자기소개는 루틴으로 '기러기 토마토 별똥별 스위스'를 한다. 제가 점차적으로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영우가 1~3부에서 굉장히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시작한다. 왜냐면 낯선 장소에서 맞닥뜨리지 않나. 점차적으로 변호사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숙련되면서 좀 신나가는 영우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같은 것을 읽을 때도 마지막에 정규직 변호사가 됐다고 할 때는 뿌듯하고 기쁘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유독 딕션이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어렸을 때 또랑또랑하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다. 평소에 늘 이렇게 살진 않고 그냥 대충 얘기하면서 살 때도 많다. 그런데 장점이라고 잘 들린다고 해주시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선 정보 전달 측면에서 걸리는것 없이 속사포로 내뱉어야 하는 큰 미션이 있었기에 발음을 신경 쓰긴 했다. 연기할때 발음 전달은 저에게도 익숙한 일이 돼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법정신은 최소 30~40번은 같은 대사를 읊어야 했다. 

특히 법정에서 법을 얘기하는게 영우가 에너지를 분출하는 치유 방식이라고 (자문)교수님이 말해주셨다. 박은빈은 안 그랬을지라도, 법 얘기를 하는게 즐거운 현장이라 그런 영우를 리액션해주는 모든 인물이 다들 적게는 30~40 번씩 혼신의 힘을 다해 대사를 했다. 많은 반복이 있다보면 '게슈탈트 붕괴현상'이라고도 하던데 그런식으로 갑자기 '무슨 뜻이지' 머리가 새하얘질때도 있고 여러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법정 신들은 한 회차 내에서도 3~4번 공판이 있고 3~4번의 변론 기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늘상 배우로서도 그렇고, 인간으로서도 여러 한계를 시험해보는 장이었다."

-명장면과 명대사를 꼽아보자면.

"저희 드라마를 관통하는 명대사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16부)외뿔 고래 장면이다. 앞선 인터뷰에서 얘길 했으니까 다른 얘기를 좀 해보겠다. 저는 영우가 아버지한테 '오롯이 좌절하고 싶다' 이런 대사를 하는 것도 그렇고 영우가 아버지, 보호자, 비장애인의 보호가 필요한 게 아니라 혼자만의 힘을 딛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낯설고 불편한 상황일지라도 내가 해보겠다고 결심하는 영우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출연 제의를 한 번 고사했던 이유는.

"고사했다고 하는 것이 회자되는 것도 어쨌든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긴 하다. 제가 고사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과연 저를 믿어주시는데 제가 그만큼 잘 해낼수있을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가 큰 이유였다. 예를 들자면 '연모' 같은 경우 제가 남장여자 왕을 하는데 있어서 모두가 '여자가 조선시대 왕이 가능해?'라고 불신을 하셨다면 저는 자신 있었거든요.(웃음) 반대로 '우영우'는 모두가 잘할 수 있을거라 했는데 제 자신은 자신이 없었다. 왜 나를 영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해주시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 대본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든지 '이 친구는 이런 정서를 갖고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사람이구나'가 항상 그려졌다. (우영우는)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대하면 안될 캐릭터 같아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영우라는 캐릭터를 보면 뭔가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져야 하는데 제 눈에 까만 블랭크만 보여서 '이걸 내가 어디서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어려웠다. 

그런 지점들이 저를 망설이게 했었다. 저는 저의 가능성의 믿는 부분이 있다. 뭐랄까 이런 얘기 한 적이 있긴 한데 '자기 효능감'이라고 '나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어릴 때부터 있었다. '막상 내가 이 역할을 마주하기로 마음 먹으면 제대로 해내야지'라는 각오가 있었다. 그런 결심들이 지금의 우영우를 있게한 것 같다."

-가장 인상깊었던 반응은.

"참 많은 분들이 봐주신 만큼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제가 기억에 남는 것은 자폐인 분과 그 분은 알지 못하는 사이겠지만, 자폐인과 함께 생활하시는 분이 손 편지를 써서 보내주셨다. 내용인즉슨 '사람들이 잘 모르는 미디어 매체에서 왜곡되어왔던 장애인, 자폐인과 관련해서 어두운 부분만 강조가 됐던 실상을 벗어나서 자기들만이 아는 자폐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제가 미디어에서 좋게 표현을 해줘서 고맙다'는 그런 취지의 편지였다. 그분 편지가 제가 얘기한 모두를 대표할 수 없지만, 편지 받고 표현 못했어도 진심으로 감사했다. 제가 생각한 방향이 누구에게 상처주지 않기를 바라보고 잡은 방향이 옳은 길이라고 해줄 수 있는 쪽이었다."

-많은 양의 대사는 어떻게 외웠나. 남다른 암기법이 있다면.

"방대한 양을 외우며 습관이 생겼다. 처음엔 이 양을 매일 외우는 게 벅찼는데 이제 외우는데도 요령이 생겼다. 대본 보고 속으로 외운다면, 이 대사들이 끊어 읽기가 중요했다. 어느 정도 뜻을 전달해드리려면 제가 제대로 이해하고 내뱉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그냥 시험 보는 마음으로 흰 에이포 용지에 대사를 제가 편한 식으로 끊어 읽기를 해서 외웠던 기억이 난다. 매일같이 서술형 시험을 치고, 서술형 답안을 채점해나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16부까지 그렇게 쓴 종이가 몇 장이나 되나.

"뒤로 갈수록 점점 대사가 많아져서 환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모르겠다. 아무튼 많았다. 그동안 했던 어느 드라마보다 역대급으로 많은 대사량이었던 것 같다.(웃음)"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우영우'가 전세계적 인기를 얻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재미나 웃음은 문화적 코드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뛰어넘는 시청자의 감수성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인기 요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제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요인이겠죠. 개인적으로 좀 더 생각을 해보자면 한국 드라마에서 자폐인 여성을 누군가의 관찰자가 아닌 직접 세상과 소통하는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런 인물이 과연 새로운 세계인 대형 로펌에 던져져서 어떻게 그 세계로 스며드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성장을 이뤄내는지.  많은 사람들이 한 사례로 그 과정을 목격하고 싶으신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제가 맡은 우영우가 자폐인을 대표할 수 있다든지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떠한 개성 강한 특성을 가진 인물이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리면서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가 핵심 내용이지 않나. 그걸 호기심 있게 지켜봐주신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생경한 영우의 세계를 시청자 분들이 함께 탐험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다시 만나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

"재회도 좋지만 못 만나본 배우들이 많다. 우리 드라마에 특별출연으로 나와 주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제가 좋은 배우 분들과 호흡하는게 항상 새로운 시너지를 내기 때문에 재밌더라. 앞으로도 그럴 수 있었으면 한다."

-배우는 팬 반응을 체감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체감을 했나. 특히 마지막 방송 단관에서 드라마 팬들과 직접 마주했던 기분이 어땠나.

"방송 초반 즈음에는 촬영은 마무리 한 상태라 크게 체감을 못하다가 이제 우영우 신드롬이라는 이름도 붙여주시고 그래서 '아 이게 무슨 일이 났긴 났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체감을 한 건 개인적인 사인 요청이라든가 사진 요청이 정말 많아져서다. 거기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봐주셨구나'를 느끼게 된 것 같다.

단체 관람같은 경우는 제작발표회를 하면서 1회도 기자님들과 함께 시사를 했는데 저한테는 굉장히 낯설고도 떨리는 경험이었다. 마지막 회를 16부 동안 사랑해주신 팬 분들과 함께하는 게, 그래도 기자님들과 함께하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폭소) 물론 기자님들이 이번에 좋은 기사들을 많이 써주셨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는 거잖나.(웃음) 여러모로 좋았다. 저는 16부를 정말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제가 대본으로 본 느낌을 연기자로서 최대한으로 잘 표현해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회차였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잘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그 마무리의 자리를 함께 빛내주셔서 고마웠다."

-우영우의 억양이나 행동 포인트를 준비한 과정은.

"영상 레퍼런스를 배제하고 싶었던 것은 작가님이 우영우를 모델링할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고, 미디어로 통해 보인 캐릭터는 그 작품 속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델이 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표될 수 없다는 특징을 염두에 두고 '그러면 우리 드라마에서 창작자 분들이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임무를 통해 전달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래서 우영우라는 인물이 어려웠던 점은 누군가 봤을 때는 이상함을 느껴야 하지 않나. 그게 의뢰인으로부터 아니면 함께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우영우 이상하다'를 느껴야 하지만, 뒤로는 변호사로서 일해야 하고, 점점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속에서 '많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르다'를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어려웠다. 

제가 실제 자폐인 분들을 따라하는 것은 절대 금기시해야 하는, 배우로서 윤리적 책임이라고 느껴졌다. 왜냐하면 배우마다 방법론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실제 자폐인 분들을 관찰하고 그 분들의 모습을 도구적 장치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우영우를 통해 해야 하는 얘기가 있다면, 우영우만의 독자적 캐릭터를 구축해 고유성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제가 도움을 받은 것은 저는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레퍼런스를 배제했고, 이미 찾아보고 공부하셨던 감독님과 작가님이 구축한 세계관을 믿었다. 자문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거기에 개인적으로 했던 노력은 자폐 스펙트럼 진단 기준을 찾아본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제가 봤던 것들은 DSM-5가 나오기 전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 기준 4가지가 있었는데 그걸 참고했다. 그 외에 공부하는 게 우영우의 특징들을 세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이번 작품에서 유독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많았는데 기분이 어떤가.

"칭찬은 칭찬으로 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잘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 이후에 행보에 대해서는 영우처럼 씩씩하게 저도 한 번 헤쳐나가볼 셈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있나.

"저는 사실 영우의 일관성을 지켜내는데 있어서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시청자 분들은 굉장히 쉽게 영우에게 익숙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제가 많은 대사를 외우는 것도 1회에서는 '신기하다'고 해주셨는데 점점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주시는 거 같았다.(웃음) 저에게 당연한 것은 없었고, 당연히 대사 외우는 것도 너무나 어렵고 당연히 영우를 끝까지 잘 마쳐내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제가 이전 인터뷰에서 3~4부는 말씀드렸다. 빼놓고 얘기를 하자면 사실 고래 얘기도 그렇다. 최근에 아쿠아리움에 갇힌 21마리의 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간단 소식을 들었다. 기뻤다. 사실 그런 영향력까지 생각하고 저희가 작품에 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어떤 좋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도 보람찬 일인 것 같다. 그래서 고래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

-작품을 마치며 느낀 고래에 대한 생각은.

"고래에 대해서는 정말 접할 기회가 없었다. 사실 고래 CG도 8회 대본까지 다 받았는데 후에 추가된 게 고래 에피소드들이었다. 법조문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많았는데 고래 얘기까지 추가돼서 '아니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다. 고래를 이제 비주얼 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영우의 특성이 볼거리가 많아지고 저희 드라마가 좀 더 동화 같은 모습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고래를 좋아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지금 드라마를 끝낸 입장에서는 '좋아졌다'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촬영을 할 당시에는 새로운 고래들이 나올 때마다 압도됨을 느꼈다.(웃음) 그렇지만 무사히 잘 끝내서 좋아하는 바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이번 작품의 로맨스가 달랐던 점은.

"항상 캐릭터를 맡을 때 아무리 결이 비슷하더라도 가진 서사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 다름을 추구하고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나 '연모'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보여드린 로맨스의 결은 저는 다 달랐다고 생각한다.  

'브람스'는 정말 클래시컬한 템포를 맞춰가는 로맨스였다면 '연모'는 서사가 깊었던 애틋한 로맨스였다고 회상이 된다. '우영우' 같은 경우 뭐랄까. 굉장히 감미료 같은 느낌이었다. 영우에게 있어서 사랑이 정말 정면으로 돌파하는 느낌은, 저는 아니었다. 영우의 성장에 사랑도 같이 포함되어 있었고, 큰 줄기는 모두를 포함해서 '나 혼자 이루어진 세상에서,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상을 좀 더 이해하고 서로를 포용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라고 느꼈다. 영우의 사랑, 로맨스는 그런 감미료 같은 느낌이었다고 저는 느꼈다."

-개인적으로 울림이 있었던 대사는.

"저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가 통틀어서 이 드라마가 영우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다. 꼭 자폐인 분들을 넘어서 이 세상에 지금 흰 고래 무리들과 섞여 살아가는 수많은 외뿔 고래들이 있지 않나. 그 안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다가 마지막에 영우가 이 모든 감정을 '뿌듯함'이라고 자각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자기에게 떠오르는 감정, 비로소 마지막에 깨달은 감정이 '뿌듯함'이라는 단어였다는 것이 '우영우 자체이기도 했지만, 우영우의 친구이기도 했지만, 부모의 마음이라면 이럴까' 생각했던 박은빈으로서는 뿌듯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촬영은 어떤 장면이었나.

"처음에 테스트 촬영 했던 게 정명석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신입 변호사로 일하게 된 우영우 입니다'였다. 감독님 말씀으로는 그 테스트 장면을 촬영 해보고 나서 '옳다구나'라고 생각하셨다는데 저도 그 자기소개가 매 회차 해야만 했던 장면으로서 '영우는 이런 사람입니다'를 알려주는 중요한 대사였다고 생각이 든다. 처음 영우 톤을 잡는데 있어서 여러 방면으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여러분이 보시는 우영우는 그런 사람이라고 저희 제작진 모두가 합의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작품의 흥행 이후 박은빈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부담감이 있나.

"아무래도 부담감이 많다. 왜냐면 사실 저는 인식 개선, 현실 타파, 이런 거창한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배우로서의 영향력이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특히 이런 드라마를 할 때 제가 신중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를 또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모두의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 정말 도의적 책임이 느껴지는 일인 것 같다. 뭐 바라건대, 이왕 이렇게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환기시키고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부디 이 작품이 지금 종영된 이 시점부터가 중요한 것 같다. 세상이 '우영우 신드롬'이라고 이름 붙여주신 만큼 앞으로 좋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갔으면 좋겠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27년 차 대선배로서 후배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27년 차라고 모두가 후배인 것은 아니다.(웃음) 저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왔고 선배님을 잘 모시긴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 각자 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이 모였기 때문에 저는 그점이 남다른 팀워크에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

-강태오와 로맨스는 어땠나.

"태오 같은 경우 굉장히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친구다. 사람이 '수용성'이라는 느낌이 든달까. 의견을 되게 잘 청하는 편이다. 감독님의 섬세한 디렉팅이나 제가 옆에서 파트너로서 느껴지는 것을 얘기해주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라 함께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배우 인생에서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물론 지금 제가 '우영우'로 큰 사랑을 받았다고 객관적으로 평 해주시지만 개인적인 의미로는 제가 그동안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모든 캐릭터를 사랑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아픈 손가락이고,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는 말을 못하겠다. 그래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인 것은 맞지만, '2022년에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저에게는 기억될 것 같다. 요 근래에 감사하게도 '인생 캐릭터'라고 칭해주시는 것을 줄줄이 만나고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다음 단계를 고민하게 되고 있다. 특별히 더, 특별히 덜 이런 것은 제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살아왔던 것처럼 크게 변한 것 없이 살아갈 것 같다."

-"박은빈은 주연으로서 책임감으로 코로나 감염을 피하기 위해 항상 차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는 전배수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기질적인 성향도 있긴 하다. 책임감이 어릴 때부터 투철했던 것 같다. 또 제가 해야할 몫을 항상 정확히 알고 있었던 편이었던 것 같다. 전배수 선배님께서 좋게 얘기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제가 모든 것을 다 차단하고 오로지 연기를 위해서만 사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저를 옥죄면서 살진 않는다. 나름대로 숨구멍도 있고 저는 내적으로 제 균형감을 잘 알기 때문에 어느 면에서 에너지를 충족시키고, 어느 면에서 에너지를 배출해야하는지 잘 맞춰 살아가고 있다.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연기할 때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고 에너지의 한정됨을 알고 있어서 다른 에너지를 비축 하면서 연기에 집중하는 그런 상황이다. 코로나 상황은 특수했기 때문에, 2021년부터 '브람스', '연모', '우영우' 세 작품 연속으로 하면서 내내 유효했던 도시락 투쟁이다. 특히 '우영우'는 제가 없으면 저를 제외한 대체 분량이 거의 없어서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너무 꽉 막힌 삶을 살지는 않는다.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오롯이 좌절하고 싶다'는 대사가 실제 본인에게 와닿는 지점이 있나.

"일각에서 저에게 '왜 이렇게 도전을 좋아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하신다. 근래에 특히 어려운 역할에 도전한다는 인상을 받으셨나보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배우 박은빈'이 아닌 '인간 박은빈'은 안정적인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은 맞다. 불안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것은 맞지만, 배우로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 된다.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성취감이 들게 하는 작업인 것 같다. 실패가 제 인생에 전부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도전이 두려운 만큼 오히려 도전을 해보게 되는, 그런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분명 항상 좋았던 것 만은 아니고, 누군가는 실패할수 있을만한 순간이 있었음에도 저는 그게 그냥 시행착오이자 교훈으로 삼을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발 한발 다음 단계를 하다보니 오늘 같이 사랑받는 날이 온 것 같다. 슬럼프 같은 경우도 뭐 언젠가는 있었겠죠? 지나고 보면 저를 더 단단하게 해준 것 같다."

-희귀 혈액형인 RH-A형이라는 말이 있는데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각별히 안전을 기울인다는 추측이 많다.

"요즘 너무 생각보다 가짜 뉴스도 그렇고 저와 관련한 정보의 포화 상태를 겪고 있다. 저의 신상 관련해서도 그런 것 때문에 '박은빈은 모든 것을 조심하는 사람', '안전에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 그런 식으로 과하게 걱정을 해주시는 것 같다. 사실 무근이다. 그럴 정도로 걱정을 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말씀드렸다시피 연기를 위해 구도자의 길을 걷는 그런 사람도 아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의 균형 속에서 굉장히 재밌게 잘 살아가고 있다. 제가 연기에 대한 진실성을 추구하는 점은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저에 대해서 너무 '성인'(聖人)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팬 분들께 드리고 싶다. 혈액형은 너무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박은빈의 '숨 구멍' 이란.

"작품이나 캐릭터를 보내줘야 할 때, 훨씬 압축적인 희로애락을 몇 개월 안에 겪어야 하지 않나. 항상 한 작품, 한 캐릭터를 끝내면 저는 소진이 되어있거나 100으로 차있는 것 같다. 그랬을 경우 인간 박은빈으로 돌아가기 위해 잘 비워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작업은 별 거 없고 캐릭터의 스위치를 꺼두면 금방 돌아온다. 제가 좋은 점은 그 캐릭터와 제 자신을 구별할 줄 알게 된 것이 건강한 자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역할의 여운에 빠져서 뭔가 저의 삶을 놓치고 있다든가 그렇진 않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우영우와 함께한 7개월은 어땠나.

"행복했다. 좋은 분들을 만나서 그렇다. '우영우' 팀은 B팀이 없었다. 요 근래 겪어본 적 없이 오로지 A팀으로 뭉친, 제가 느낀 어벤져스 팀이다. 애정하는 유인식 감독님과 동료애를 나눈 좋은 시간이었지만, 사실상 내적으로 부침이 심하기도 했다. 주위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대사 외우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결국에는 제가 해내야 되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고독할 때가 많았다. 7개월 동안 꺼지지 않고 내내 온(ON)이 된 상태로 다음 신을 외워야 하고 다음 날 신을 외워야 하고, 이런 일상의 반복이 있었다. '이렇게 번 아웃이 오는건가' 하는 순간도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제 한계를 시험해보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 굉장히 오랜만에 드는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 속 시원한 성취감보다는 안도감 플러스 뭐랄까. 고독함이 느껴졌달까.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무사히 잘 마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바이다."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은빈의 생각은?

"시즌2에 대해 정식으로 들은 것이 기사를 통해서였다. 사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너무 불확실하기도 하다. 제 개인적으로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제가 '우영우'에 투입될 때의 마음보다 훨씬 더 큰 결심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지금 보물상자 안에 잘 넣어둔 느낌인데 그걸 다시 열어야 된다면, 그 안에 들어있는 지금의 아름다운 결정체가 훼손될까봐 조금 걱정이 되는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속 시원한 답변을 드릴 순 없다. 아무튼 배우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는 점, 다시금 어렵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종영 소감을 전한다면.

"이 세상의 외뿔 고래들에게 바치고 싶다. 너무 큰 사랑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우영우라는 사람의 세계를 함께 탐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배우 박은빈에게도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한 나날을 보냈다. 저도 우영우를 봐주신 분들의 나날을 응원하고 싶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 박은빈. 제공ㅣ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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