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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이유있는 현실연기 씬스틸러 "늘, 얼마나 리얼한가 고민하죠"[인터뷰S]

작성일: 2022.09.23 08:00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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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학선. 제공|스타위브엔터테인먼트
▲ 배우 김학선. 제공|스타위브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김학선(52). 그의 이름을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의 얼굴을 보면 '그때 그 사람이구나' 고개를 끄덕이리라. TV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그 때 그 곳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 같았던 사람. 김학선은 그런 배우다. 영화 '증인'에 판사로 출연했을 때도, 드라마 '비밀의 숲2'에 전관예우 변호사로 등장했을 때도 '진짜 판사, 변호사인 거냐'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올 여름과 가을엔 그의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많았다. 영화 '비상선언'에선 초유의 상황을 마주하고 두려움에 떠는 승객이 되고, '헌트'에선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쓰게 된 교수가 됐다. 최근 막을 내린 tv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에선 김향기의 아버지 서현령으로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학선이 그려낸 캐릭터들은 이번에도 마치 이전부터 늘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상황과 설정에 그대로 녹아나곤 했다. 

그가 선보이는 생활의 연기는 남달랐던 스크린 데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배우 본인과 영화 속 캐릭터가 하나가 된 듯한 마법같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으로 이름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2002)이 바로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알려졌다시피 그의 아내는 연기파로 정평난 배우 김정영(50)이다. 사실 김학선은 극작가로 먼저 데뷔해 연극 연출을 했다. 연애시절 '나도 연기할 줄 알아' 하고 2000년 당대 감독들이 배우를 선발했던 '사상 최대의 오디션'에 함께 응시한 것이 배우 데뷔 계기. 원래 감독의 전작 '오! 수정'에 캐스팅됐지만 불발됐고, 2년 뒤 갑자기 당일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아 홍상수 감독과 만났단다. 그 날, 24시간 중국집에서 이과두주를 먹다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그렇게 출연하게 된 작품이 '생활의 발견'이다.

"촬영 3일 전에 캐스팅 확정이 됐어요. 대본은요? 하면 저기서 쓰고 계시다고 해요. 모든 게 처음인 현장이었죠. 첫 장면이 술취한 장면이었는데 또 중국요리가 쫙 세팅돼 있는 거예요. 대사를 다 하고 필름이 또 끊겼어요. 그 다음엔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그러며 사람이 살이 쭉 빠지니까 멋있어지더라고요.(웃음)"

영화가 개봉하며 김상경 예지원 추상미의 삼각 사랑으로 마케팅 포인트가 잡히는 바람에 대학로 배우였던 그는 갑자기 조연이 됐다. 하지만 그가 부끄러웠던 건 따로 있었다. 김학선은 "마치 날것처럼 연기한 것이 너무 창피했다. 최초의 경험이기도 하고 대학로 배우들에게도 얘기를 못했다면서 "지금이야 그것이 트렌드지만 당시에는 생활연기가 낯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봉준호 감독이 만나 칭찬을 건네기도 하고, 동료 배우들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이후 하나 둘 그의 출연작도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배우 생활 20년을 맞았다. 

"처음 연기할 때 '작가 할래, 연출 할래, 배우 할래' 사람들이 많이 물어봤어요. 늙었을 때,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저의 경험 같아요. 배우를 하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 생각하게 되고요. 거창하게 본다면 인간을 탐구한다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의 하나인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그걸 좋은 글로 내보내고픈 마음도 큽니다."

작가, 연출로 출발했기 때문일까. 김학선은 출연하는 작품도 극(劇)의 구조로 바라보게 된다고 귀띔했다. 연기를 할 때는? 시작도 지금도 늘 마찬가지 고민을 한다. 얼마나 리얼한가. 

"예전엔 연기를 못 하면 일반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일반인처럼 리얼하게 하는지를 관객들이 열심히 봐요. 흐름이 바뀐 것 같아요. 훨 할때든 그 사람처럼 연기를 하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비상선언' 때 한재림 감독도 리얼한 연기를 하니까 잘 맞을 것 같다면서, 스타일 없이 하나의 사람으로 묻어갔으면 좋겠다도 했죠. 그리고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고요."

1995년 극단 한강에서 활동하며 데뷔한 아내 김정영은 배우로선 김학선보다 한참 선배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동시에 TV드라마에 진출하면서 안판석 PD의 '풍문으로 들었소'(2015)에 부부로 출연했고, 지난해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함께하는 등 작품마다 인연이 남달랐다. 

정통파 배우인 아내와는 연기관이 때때로 충돌할 때도 있단다. 그는 아내와 연기의 정서와 기술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곤 한다며, 김정영이 "당신은 리얼하긴 하지만 기술은 없어' 하면 '당신도 똑같아'"하고 맞받곤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와이프가 저보다 훌륭하다"고 진심어린 찬사를 보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운 좋게 같이 나온 작품이 많고 연극도 같이 많이 했어요. 뭔가가 맞았던 것 같아요. 지인들이 반칙 아니냐고 놀리기도 해요. 하지만 필요할 때 '대사 쳐달라'고는 해도 연기 조언을 하지는 않아요. 너무 평가하면 힘이 들어요. 서로 작업 잘 하는지 보고 힘들었던 부분을 듣는 정도랄까. 조언이란 게 어쩌면 제가 채찍 드는 것과 똑같거든요.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배우 김학선. 제공|스타위브엔터테인먼트
▲ 배우 김학선. 제공|스타위브엔터테인먼트

김학선은 "배우라 특별한 건 없다. 연극 드라마 영화를 만드는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연기라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을 가진 인간으로서 작품을 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도 박수치며 나의 이야기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단다. 

"학벌도 특별히 필요치 않고, 정년도 없고, 잘만 한다면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이 좋은 직업의 핵심은 '좋은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멋진 이야기를 통해서 그에 담긴 함의를 전하기에, 가치있는 이야기를 하기에 배우라는 사람은 가치가 있다고요. 그 이야기의 첨병이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엔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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