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선수들 다 잘렸는데… 이숭용은 “너랑 끝까지 간다”, 믿음에 전투력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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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SSG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36)는 이미 한 차례 퇴출 위기를 넘겼다. 엘리아스는 복사근 부상으로 시즌 초·중반 6주 정도를 빠졌다. 그때 팀은 시라카와 케이쇼(두산)를 부상 단기 대체 외국인으로 영입해 비교적 잘 써 먹었다. 엘리아스의 복귀 준비가 다 끝났을 때, SSG는 두 선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엘리아스 측도 꽤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엘리아스의 에이전시에서는 엘리아스의 현재 몸 상태가 모두 준비되어 있다면서 팀에 헌신적인 모습까지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엘리아스는 퇴출 위기를 넘겼다. SSG는 지금까지의 모습이 아닌, 후반기 예상에서 어떤 선수가 더 나을지를 놓고 고민했다. 그 결과 엘리아스가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봤다. 6주를 푹 쉰 만큼 후반기에는 이닝이터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하나의 속셈이 또 있었다. SSG는 이미 로버트 더거를 드류 앤더슨으로 교체했다. 외국인 교체 카드가 한 장 남았다. 여기서 시라카와를 선택하면 SSG는 외국인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한다. 추후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반대로 엘리아스를 선택하면 이후 엘리아스의 경기력을 보고 외국인을 또 교체할 수 있었다. 7월이나 8월에 더 좋은 투수가 시장에 나올 수도 있었다.
엘리아스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자신과 비슷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죄다 잘려나가자 위기의식도 커졌다. 올해 엘리아스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4점대 중·후반에 머물렀다. 그런데 퇴출된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은 자신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라울 알칸타라는 4.76, 케이시 켈리는 4.51, 다니엘 카스타노는 4.35였다. 구단들이 막판 레이스를 앞두고 속속 칼을 뽑는 상황에서 엘리아스도 ‘고용’의 불안감을 느꼈다. 지나친 긴장은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숭용 SSG 감독은 8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본인이 많이 위축되어 있더라. 자기도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다. 외국인 선수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는 생각도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편안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사실 외국인 선수를 긴장으로 몰아넣으며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편안하게 하면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아쩌면 양쪽 모두를 적절하게 섞을 필요도 있다. 여기서 이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 가장 결정적인 발언은 ‘고용 유지’였다.
이 감독은 “엘리아스와 대구 경기 전에 면담을 했다.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편안하게 해주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을 하다가 나는 편안함 쪽을 택했다”면서 “‘너랑 끝까지 갈 생각이다. 그러니 이런 저런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해라’고 했다”고 설명하면서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비전이 있어서다. 내가 너를 믿는데 왜 잡생각을 하고 있느냐. 계속 끝까지 갈 것이니까 마운드에서 네가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해라.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당시 면담 내용을 떠올렸다.
퇴출 공포를 덜어낸 덕인지 엘리아스의 경기력은 면담 이후 반등했다. 엘리아스는 2일 대구 삼성전에서 6이닝 동안 5피안타 무4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리고 8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모처럼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날 7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면서 6피안타 8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더 잘 던진(8이닝 무실점) 상대 선발 아리엘 후라도의 투구에 막혀 패전을 안았으나 이날 패전을 엘리아스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웠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3㎞까지 나오는 등 힘이 있었다. 엘리아스 특유의 상대를 시원시원하게 몰아붙이는 투구가 나왔다. 3실점 과정도 빗맞은 타구, 수비 실책성 플레이 등이 끼었다. 운이 조금 따랐다면 이날 경기 결과는 꽤 달라질 수 있었다. 지난해 후반기 보여줬던 이닝이터 그 모습대로였다.
이 감독은 후반기 팀의 키플레이어로 엘리아스를 뽑는다. 엘리아스가 남은 등판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은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엘리아스는 지난해 후반기 대활약하며 팀의 정규시즌 3위를 지킨 수문장 몫을 톡톡히 했다. 이날 구속에서 볼 수 있듯이 몸 상태는 멀쩡하다. 엘리아스가 믿음에 보답하는 투구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에 SSG의 시즌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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