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동석도 울고 갈 팔 근육을 자랑하는 나카이 린 ⓒUFC.com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스포티비뉴스=정윤하 칼럼니스트] 1. 아름다움이라는 것

신이 인류를 창조한 이래, 끊임없이 추구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름다운 것'을 향한 갈망이었다. 그 시대의 분위기가 어떠했든, 제아무리 큰 고난과 역경의 순간 속에 있었던 역사라 할지라도 인간이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는 끊임없이 있어 왔다.

아름다움이란 한 가닥의 머리카락으로도 우리를 매혹한다.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라고 했다. 이건 유달리 외모를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은 사랑의 이유"라고 했고, 먼 옛날 그리스에는 "예쁘면 착한 거"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래, 예나 지금이나 일단 좀 생기면 확실히 먹고 들어가는 거다.

아름다움을 원하고, 아름다움에 유별히 관심을 갖는 인간의 심리는 사회 구조적·환경적 요인보다 태생적 본능에 가깝다는 주장이 있다. 속세에 영향을 받지 않은 갓난 아이도 호감형 인상과 비호감형 인상의 차이를 구별한다고 한다. 결국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건 인간 내면의 본능이요, 어쩔 수 없는 이치에 가깝단 말이다.

인류가 인간다운 무언가가 돼 가는 과정부터 지금까지 미(美)의 기준이란 건 크게 바뀌질 않았단다. 대개 피부가 곱다거나 굴곡 있는 몸매를 가진 여성이 미녀였고, 콧날이 살아 있고 키가 큰 남자가 미남이었다. 70억 인구가 70억의 아름다움을 가졌으면 좋으련만, 알고 보면 중세 이후 수백 개국에서 보는 미인의 기준은 문화와 기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비슷했다고 한다.

눈물이 흐른다.

2. 관심을 받는다는 것

하지만 거울을 보며 애써 눈물 감추지 마라. 예로부터 가인(佳人)은 박명(薄命)이라 했다. 용모가 괜찮으면 운명이 기박하고 명이 짧다는 거다. 얼굴이 됐든 몸매가 됐든 어디 하나 특출난 매력을 가졌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피할 수 없다. 그건 곧 질투나 소문을 낳는다. 당사자는 괴롭다. 괴로울 바에 편한 게 낫다.

그대는 나카이 린(29, 일본)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는가? 종합격투기 팬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여성 파이터다. 그는 UFC 무대에서 고작 두 경기 밖에 뛰지 않았다. 선수 생활의 9할이 일본 중소 단체에서 경기했다. 

단신이다. 키가 155cm밖에 되지 않는다. 육중하다. 몸무게가 60kg이 넘는다. '우주소녀' 성소는 우습게 만들 허벅지를 가졌다. 마동석이 와도 끔뻑 죽을 거대한 팔 근육이 있다. G컵이라 자랑하는 브래지어 사이즈도 가슴이라기보다 '갑빠'에 가깝다. 흔히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기존 여성의 미(美)와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묘하게 매력 있고 섹시하다. '육덕진' 몸매에 붙은 작은 얼굴, 운동하는 여자답지 않은 백옥의 피부는 부조화의 미학이라는 말이 딱 맞다. 나카이의 팬들은 그녀를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라 부르는데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벤치 프레스 120kg, 스쾃 200kg. 40kg의 바벨을 허리에 달고 턱걸이까지 가능한 여자.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에 몰아친 일명 '머슬녀' 열풍의 선두엔 그녀도 있다.

나카이의 일상을 담은 '나카이 린의 일상 시리즈'는 유튜브에서만 600만 건 이상의 조 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UFC 공식 계정이 올린 '파이팅 퀸즈(Fighting Queens)'라는 영상은 단독으로 조회 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메이저 단체에서 경력이 거의 없는 여성 파이터가 이 정도의 관심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 나카이 린은 UFC에서 두 경기를 치르고 재계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구설수에 올랐다. ⓒUFC.com
3. 입을 연다는 것

올해, 일본에 영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나카이와 그녀를 지도하는 슈토 시고쿠 도장의 우사미 후미오 관장의 염문설이었다. 미혼이라던 그녀는 우사미와 사실혼 관계에 있고, 그녀의 은밀한 사진들 대다수 역시 우사미의 작품이라는 얘기였다. 

이 소문은 일본뿐 아니라 북미 포럼에서도 화제였다. 가뜩이나 비밀스러운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였다. 격투기 팬들은 그녀에 대해 떠들었다. 우사미가 부럽다느니, 좋겠다느니 성희롱에 가까운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카이가 UFC와의 계약 문제로 생활고를 겪고 있던 차였다. 

그녀는 "다시는 나와 우사미 관장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마라. 지금까지 했던 것들도 전부 삭제하길 바란다"는 강력한 말을 남겼다. 얼마 뒤 "불행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죽을 수는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글까지 남겼다. 

왜 이런 얘기가 돌았을까. 

이 소문은 종합격투기 저널리스트 로버트 서전트의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그는 나카이와 레슬리 스미스의 경기가 끝난 후 "나카이 린과 UFC의 계약은 2경기 짜리다. UFC는 4경기 계약을 원했지만, 매니저이자 남편이 거절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 세 번째 경기부터 파이트머니를 올리려는 생각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성대한 결혼식 문화와는 다르게 소수의 지인을 불러 조촐하게 결혼 서약을 맺거나, 입적(入籍)이라는 일종의 혼인 신고 절차부터 밟는 경우가 많은 일본에선 이 얘기가 사실처럼 자연스레 들어왔다. 'UFC에 법적인 서류를 제출할 때, 입적 사실이 들어가 있던 게 아닐까'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얘긴 적어도 지금까진 사실로 보기 힘들다. 정확히는 사실로 추정할 근거가 부족하다. 증거라고 내밀 수 있는 건 오로지 외신 기자의 트윗이 전부다. 이 짧은 글 하나가 대중들에겐 기막힌 유희 거리가 됐다. 

4. 새롭게 일어선다는 것 

사건 이후 나카이는 수행을 선언했다. 개인 블로그에 올리던 섹시 포토 업로드를 당분간 멈추고, 산을 오르며 육체적 단련과 정신적 치유를 동시에 이루겠다고 한다. 곰과 멧돼지를 만날까 걱정도 되지만 사슴벌레를 많이 잡을 수 있어 기쁘단다. 

갑자기 무슨 사슴벌레냐고 반문하는 이들 있을 거다. 그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걸 잃었다. 관장과 결혼설이라는 작은 얘기는 각종 성적인 상상, 개인적 추측 등이 더해져 한 편의 소설로 완성됐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구설수 때문에 가뜩이나 구하기 힘들었던 스폰서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생계는 이어 가야 한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 바로 '사슴벌레 장사'였다. 농담이 아니다. 그녀는 지금 야시장에서 사슴벌레를 팔고 있다. 그러면서도 격투기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그럼에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이 없다. 최근 원인 모를 병에 걸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사미 관장에 대해 '밤에 혹사를 당해서'라는 말을 던진다. 사슴벌레를 팔고 있는 그녀에게 'AV 기획사와 대화를 나눠 보면 생활고는 바로 끝날 것'이라 말한다. 그녀는 수년간 이어온 코스튬 플레이라는 취미도 그만둔 지 오래다. 

흔히 '구설수란 공인으로서 감수해야 할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생각들을 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중을 타깃으로 한 상업 격투기 업계도 비슷하게 돌아간다. 

지금 그녀가 재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종합격투기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따위는 다수의 대중에게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과 사랑을 나눴으며,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제공 받고 있는지, 그녀는 지금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 대중들은 이것을 원하며 미디어는 그것을 제공한다. 

나카이 린은 새롭게 사슴벌레를 쫓고, 대중들은 여전히 나카이 린을 쫓는다. 이 술래잡기의 끝은 어디에 있을까. 

○ 끝

▲ 나카이 린은 최근 야시장에서 사슴벌레를 판다고 한다.

필자 소개- 전 엠파이트 칼럼니스트. 국내 유일의 일본 격투기 U계 전문가. 사쿠라바 가즈시 골수 팬. B급 감성의 소유자. "인생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겠지만, 힘내십시오. 저도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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