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 IP로 로봇 아이돌 공연?…갤럭시, "무리수" 팬 원성 지울까[초점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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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홍혜민 기자] 갤럭시코퍼레이션이 K팝과 로봇을 결합한 '엔터테크' 사업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로봇 아이돌 론칭부터 월드투어까지 공격적인 청사진을 내놨지만, 이를 바라보는 K팝 팬들의 시선에는 기대보다 물음표가 먼저 붙는 모양새다. 특히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로봇 공연과 적극적으로 연계하겠다는 구상은 기술적 가능성과 별개로 팬덤의 수용성을 넘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최근 서울 강동구 '갤럭시 로봇파크'를 정식 개관하고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크 사업의 확장 계획을 공개했다. 단순히 로봇을 공연에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K팝 아티스트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로봇에 접목하고, 이를 하나의 독립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로봇파크 내 'K팝 로봇아레나'에서는 실제 K팝 안무를 학습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2월 지드래곤의 '파워(POWER’)' 활용한 로봇 퍼포먼스를 처음 공개한 뒤 한 대에서 여러 대로 규모를 늘리며 군집 퍼포먼스를 발전시켜왔다. 최근 로봇파크에서도 지드래곤과 태민의 음악을 활용한 무대를 선보이며 아티스트 IP와 로봇 기술의 결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연말 두바이에 두 번째 로봇아레나를 열고 미국 진출도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로봇 아이돌'을 론칭한 뒤 하반기부터 세계 각국을 도는 월드투어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인간 아티스트에게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시간과 이동의 제약을 로봇으로 뛰어넘어 현재 30여 개국 수준에 머무르는 K팝 공연의 영역을 최대 100개국까지 넓히겠다는 게 갤럭시코퍼레이션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는 로봇이 한 장소에 묶이지 않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공연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한국에서 새로운 안무를 학습시키면 해외에 있는 로봇에도 같은 퍼포먼스를 적용할 수 있고, 인간 아티스트가 직접 찾기 어렵거나 수익성을 이유로 공연을 열기 쉽지 않았던 지역까지 K팝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엔터테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물리적 한계를 기술로 확장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분명 신선하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미래가 실제 K팝 시장에서 그대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팬들이 원하는 콘텐츠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태민의 IP를 활용한 로봇 공연 계획이다. 최 대표는 오는 9월 18일 시작되는 태민의 월드투어 시기에 맞춰 같은 달 말 새로운 태민 로봇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 태민의 공연을 본 팬들이 로봇 퍼포먼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확인하고, 그 기대를 충족할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해당 발언이 알려진 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태민의 월드투어와 로봇 공연의 시점을 함께 언급한 것을 두고 실제 콘서트에 로봇 무대가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번졌고, 아티스트의 공연에 회사가 추진하는 로봇 사업을 이른바 '끼워팔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 태민의 월드투어 무대에 로봇 공연이 포함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발언 자체만으로 팬들의 경계심이 커졌다는 점은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적극 활용한 로봇 엔터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보여준다.
K팝에서 아티스트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단순히 재생산 가능한 IP만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같은 노래와 안무라도 무대 위 아티스트가 직접 보여주는 표현과 현장성, 팬들과의 교감이 공연의 핵심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티스트의 움직임과 음악을 로봇에 입히는 기술적 성취가 팬들에게 흥미로운 공연 경험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자신하긴 어렵다. 오히려 실제 아티스트를 향한 팬덤의 애정과 충성도가 강할수록 이를 로봇으로 확장하는 방식에는 더욱 세심한 접근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는 향후 선보일 로봇 아이돌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문제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그리고 있는 로봇 아이돌은 인간 아티스트의 한계를 보완하고 K팝의 활동 반경을 넓힐 새로운 주체다. 하지만 기존 아티스트의 IP에 기대는 단계에서 벗어나 로봇 자체가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소비되려면 기술력만큼이나 팬들이 받아들일 만한 정체성과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아티스트의 인기와 팬덤을 로봇 콘텐츠의 초기 동력으로 삼는 방식이 반복될 경우 오히려 반감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밝힌 '엔터테크'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K팝의 핵심 소비자인 팬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로 보인다. 기술을 통해 만들어 낸 로봇의 무대와 실제 팬들이 바라는 무대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관건이다. 자신감 넘치게 출발을 알린 '로봇 아이돌 시대'가 실제 K팝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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