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NOW 리마인드⑦] "40대도 가능합니다" 41살에 아시아 정상 오른 '철권 전설'…브라이언 퓨리와 마침내 AG 金 서사 완성→"중학생 때 만난 인생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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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박대현 기자] "40대는 좋아하는 걸 잠시 내려놓을 수도, 어쩌면 내려놔야 할 수도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특별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아시아 정상에 섰다. 한때 스스로도 기량이 떨어졌다 느꼈지만 끝내 금메달로 건재를 증명했다.
한국 철권의 살아 있는 전설 '무릎' 배재민(41)이 생애 처음 경험한 '금의환향'에 벅찬 맘을 숨기지 못했다.
배재민은 지난 27일 귀국 후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교과서에서나 보던 금의환향이란 단어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며 "40대라는 나이에 대해 많은 분이 말씀해주셨는데 어떻게 보면 인생의 반이 흐른 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 역시 기량이 떨어졌단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내 정말 뿌듯하다"고 밝혔다.
배재민은 이광노(44·더 킹 오브 파이터즈 15), 연제길(39·스트리트 파이터 6)과 함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 격투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균 연령 41.3세.
세월을 거스른 베테랑 삼총사는 지난 26일 일본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세트 스코어 5-2로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쉽지만은 않았다.
한국은 1세트를 내준 뒤 이광노가 2세트를 따내 균형을 맞췄다. 배재민이 나선 3세트에서 다시 일본에 리드를 허용했지만 이광노가 4세트를 가져오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처에서 '무릎'이 움직였다.
5세트에 다시 나선 배재민은 일본의 나카야마 다이치를 제압하며 세트 스코어를 3-2로 뒤집었다. 연제길이 6세트를 책임져 금메달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둔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도 배재민이었다.
7세트에서 다시 만난 나카야마를 꺾었다.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20년 넘게 세계 철권 무대를 누빈 배재민에게도 태극마크를 달고 따낸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나이'라는 현실적인 벽을 넘어 이뤄낸 결과라 더욱 값졌다.
배재민은 앞서 대한체육회와 인터뷰에서도 "우리도 40대지만 해냈다. 40대들이 이 모습을 보고 힘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들에게 조금 더 진솔한 메시지를 건넸다.
그는 "40대라는 나이는 현실적으로 좋아하는 걸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는, 내려놔야 하는 기간이 아닌가 싶다"며 "한국의 모든 40대 분들이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감사드린다. 모두가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배재민 역시 세월의 흐름을 체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반응 속도와 순간 판단, 장시간 집중력이 승패를 가르는 격투 게임에서 나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스스로도 기량 저하를 느낀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리의 힘'을 새삼 확인했다.
국가대표 선수촌 합숙은 오랜 프로게이머 생활로 굳어진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배재민은 평소 새벽까지 게임을 하던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 선수촌 생활을 통해 크게 달라졌다 귀띔했다.
정해진 시간에 생활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물론 물리치료까지 받으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효과는 확실했다.
그는 선수촌에서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이어가고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평소 달고 살던 통증이 사라지는 '신세계'를 경험했다며 덕분에 다른 걱정 없이 게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44세 이광노 역시 선수촌의 체계적인 지원을 금메달 원동력으로 꼽았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하면 허리에 상당한 부담이 생기지만 물리치료를 비롯한 지원을 통해 컨디션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50대가 넘어서도 현역 선수로 뛰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국 e스포츠에서 좀체 보기 힘든 '40대 국가대표단'이 철저한 자기 관리와 경험의 힘으로 아시아 정상에 선 셈이다.
배재민에게 이번 금메달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의 곁에는 오랜 세월 함께한 '동반자'가 있었다.
브라이언 퓨리다.
배재민의 닉네임 '무릎'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철권 캐릭터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그의 페르소나가 되어 줬다.
'무릎에게 브라이언 퓨리란 어떤 존재인가' 물은 기자 질문에 배재민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처음 만난 뒤 지금까지 (20년 넘게) 손발을 맞춰온 친구다. 단순한 게임 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그야말로 내 인생의 동반자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며 옅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소년 시절 만난 캐릭터와 함께 세계를 누볐고, 어느덧 불혹을 넘긴 국가대표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배재민은 이제 교과서에서나 봤던 금의환향이란 말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자신의 나이 역시 "좋아하는 것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나이"라 진단했지만 그럼에도 내려놓지 않았다.
41세 '무릎'은 그렇게 아시아 정상에서 40대의 힘을 증명했다. 그의 발자취가 한국의 40대에게 작은 위안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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