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스 컷] '미옥' 이안규 감독이 말하는 공간-인물의 관계-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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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까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서로 다른 욕망으로 엇갈린 세 남녀의 관계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배신감 등이 더해지면서 결국 파국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만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중요했고, 그들이 있는 공간이 주는 의미가 컸다.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연출까지 맡은 이안규 감독을 만났다. 감독이 생각하는 공간, 그 공간이 주는 의미, 또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감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직접 들어봤다.
# 공간: 현정의 라떼뜨-상훈의 개 농장

‘미옥’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활용되는 공간은 라떼뜨와 개 농장이다. 라떼뜨는 현정이 일하는 공간으로, 조직을 감추지 위해 헤어샵으로 위장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현정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도 하고, 은밀한 제안을 하기도 한다.
개 농장은 극중 현정을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상훈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버려진 듯한 개들을 사육하는 이 공간에서 상훈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외로운, 어쩌면 유기견과 같은 처지에 있는 상훈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
“장르성이 있다보니, 여타의 영화들에 비해 인물을 설명하고,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현정을 대변하는 라떼뜨와 상훈을 대변하는 개 농장이 있다. 그 공간과 인물을 연결시켜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 현정과 상훈의 감정: 상훈을 치료하는 현정
현정과 상훈은 묘한 관계를 맺고 있다. 상훈은 현정을 사랑하지만, 현정은 사랑과 우정, 그 사이 즈음에 위치한 감정처럼 보인다. 분명 상훈을 걱정하고 연민을 느끼고 있지만, 이것을 사랑으로 부르긴 애매하다. 그 중간 즘에 위치한 현정의 감정과, 현정을 대하는 상훈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 신이 있다.
바로 상훈의 머리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는 현정의 모습이다. 김 회장(최무성)에게 혼 난 뒤 상훈의 머리에 상처가 나자 현정은 그 상처를 치료해 준다. 아이처럼 자신의 머리를 현정에게 맡긴 상훈과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현정의 눈빛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현정이 상훈을 대하는 태도, 그를 생각하는 느낌, 또 현정에 대한 상훈의 관심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현정은 편안한 동료의 느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상훈은 자신을 치료해주는 현정을 보면서 농담을 건넨다. 두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다. 현정은 지금 관계가 좋은 것이고, 상훈의 감정을 눈치는 채고 있지만 선을 지키려고 한다. 상훈은 이대로도 좋지만, 관계를 조금 더 맺고 싶어하는 소소한 욕망이 담겨 있다.”

# 최 검사의 속물 근성
최 검사는 모든 사건을 고조 시키고 인물들의 감정을 묘하게 파고 든다. ‘지금 이대로도 좋다’라고 생각했던 상훈의 태도를 바뀌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신의 이익, 또는 욕망을 위해서 순간 돌변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제 막 결혼한 최 검사는 성접대를 받은 뒤 현정을 만나서 자신의 검소한 생활을 보여주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이는 현정과 웨이(오하늬)의 계략에 빠진 후 웨이 앞에서 보여준 최 검사의 행동이다. 최 검사는 이른바 작업이었던 웨이와의 잠자리 이후 어렵게 다시 만난다. 이 때 최 검사는 관객의 실소를 자아내는 한마디를 한다. “나는 진심이었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최 검사의 속물 근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최 검사는 정말 얄밉다. 사실 최 검사가 대단히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다. 결국 현정의 계략에 의해 웨이와 함께 하면서 약점을 잡힌다. 나중에 웨이에게 자신은 진심이었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진심 일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작 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치부를 없애려는 것이지만, 웨이를 통해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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