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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킹덤'→'기묘한 가족'…한국형 좀비물, 그 진화의 계보

작성일: 2019.02.12 07:30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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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부산행'-'기묘한 가족'-드라마 '킹덤' 포스터. 제공|NEW,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좀비물이 마니아들만의 장르로 생각될 때가 있었다. 최근 국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것도 옛말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 대중적이고 오락적으로 풀어낸 좀비물이 더 많다.

국내에서 좀비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을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을 시작점으로 본다면, 상당히 대중적으로 출발했다. 

'부산행은' 잔혹하고 기괴한 B급 무비가 아니었다. 부산행 KTX에 좀비가 탑승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그 어떤 작품보다 오락적이었고, 잔혹성보다는 통쾌한 액션에 중점을 뒀다. 빠르게 달리는, 멈추지 않는 부산행 KTX와 질주 본능만 남은 좀비의 만남은 관객들의 흥미를 당겼다. 배우 공유가 '아빠'라는 것도 대중성을 높이는데 한 몫 했다.

'부산행'은 대중성과 오락성에 힘입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19일 만의 기록이었다. 공유를 '천만 배우'로 만들었고, 마동석 특화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며 '마동석 장르'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부산행' 흥행을 기점으로 좀비물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B급 마니아 장르' '서양 문화' 등으로 생각됐던 좀비물을 보다 현대적으로, 그리고 한국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시도가 생겨났다. 가장 현대적으로 출발한 좀비물은 과거로 돌아갔다. 

2년이 지난 2018년, 영화 '창궐'이 개봉했다. 이 작품은 '좀비'라는 직접적인 단어보다 '아귀'라고 불렀다.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존재가 창궐한 세상이라는 설정을 가져왔다. 시대는 조선이다. 위기에 빠진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이 야귀떼에 맞서 싸우는 무관 박종사관(조우진) 무리를 만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좀비'라는 설정에만 집중한 탓이었을까.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힘 없는 스토리와 식상한 캐릭터로 극적 긴장을 유지하지 못했고, 결국 누적관객수 150만 여명을 기록하고 초라하게 퇴장했다.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었다. '킹덤'과 '창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조선을 배경으로 했고, 밤에만 활동하는 존재, 죽었지만 살아난 자 등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힘을 잃은 왕세자라는 설정까지 말이다.

달랐던 것은 긴장을 어떻게 끌고 가는가였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인 조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 역병, 즉 좀비가 생긴 이유와 공포를 심어주는 것, 그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창궐'이 하지 못한 것을 '킹덤'이 해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가장 한국적인 좀비물'이라는 평을 받았고, 넷플릭스 내부에서는 국내외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고 자체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렇게 대중적, 오락적으로 가던 좀비물이 변화를 맞았다. 영화 '기묘한 가족'이다. 기묘한 가족 앞에 기묘한 좀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웃음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은 상업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너무 대중적으로만 갔던 좀비물의 변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다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B급 영화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배우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등이 출연했고, 오는 13일 개봉 예정이다.

한국형 좀비 계보를 살펴보면, 가장 대중적으로 시작해 한국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사극으로 변형됐다. 좀비 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B급 무비로도 재해석됐다. 이 뒤를 어떤 작품이 이을지 관심이 모인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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