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속에 뼈가, 그 속에 진심이…객석 사로잡은 윤여정표 직설화법[현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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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했다. 윤여정 외에 김용훈 감독과 배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신현빈 정가람 등이 함께했으나 윤여정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꾸밈없는 말투로 툭툭 던지는 이야기들이 긴장된 분위기를 완전히 풀어놨기 때문이다.
신인 김용훈 감독이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연출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발을 들인 인간들의 얼키고설킨 모습이 독특한 감흥으로 다가온다. 치매 걸린 노모 순자 역의 윤여정은 전도연의 권유로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
"치매 걸린 할머니 보셨죠? 위험한 상황에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며 시작부터 극장가에 그늘을 드리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로 말문을 연 윤여정은 "저는 오랜된 배우라 신인감독과의 작업이 어렵다"며 감독을 바로 옆에 두고 나름의 고충을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전문가도 아닌데 쓸데없이 많이 알기 떄문에 두렵다"며 "(감독을) 만나서 솔직히 말했다. 신인감독을 너무 싫어한다. 고생시키는 걸 너무 알기 때문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윤여정은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 제 이야기는 다 버린 지 오래됐다. '어떤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는다면 좋은 일이겠다' 결심한 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또 "치매 걸린 사람이 좀 곤란하더라. 나도 안 걸려봤고 감독님도 안 걸려봤는데, 몰라서 도연이에게 물어봤다. 같은 연기자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좋다. 감독은 피상적으로 이야기하고 그런다"면서 "(전도연이) '선생님 맨날 느닷없는 소리 잘 하잖아. 그렇게 해.' 하기에 '아 그렇겠다' 했다. 그래서 도연이 지도편달 아래 했다"고 전도연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윤여정은 다른 배우들이 신인 감독과 함께 한다는 고민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이어가자 "나만 이상한 사람 만들어"라고 푸념하며 "나는 늙어 힘이 없어서 고집 센 신인감독 같이 하면 무서워서 그렇다. 감독님이 그런게 아닌데, 저렇게 착한 감독 안되는데 착해서 큰일났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가다 "죄송합니다"라고 풀썩 자리에 엎드리다시피 해 다시 폭소를 자아냈다.
윤여정은 자신의 화법으로 김용훈 감독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또 극중 '6.25 사변'이라는 대사가 등장한 데 대해 "나는 47년생이라 피난간 것 다 생각난다. 전쟁은 정말 무서운거다. 우리 때는 '6.25 사변'이라고 했지 '6.25 전쟁'이라는 단어를 모른다"며 "감독과 그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 감사했다. 늙은 나도 내 시절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고, 감독님도 잘 받아줬다. 어떤 감독은 북북 우긴다. '아닌데, 우리 엄마는 안 그런다' 하면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전도연의 권유로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을 선택했다는 윤여정의 전도연에 대한 애정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전도연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자신이 등장한 신을 꼽자 윤여정은 "니가 한 것 중에 좋은 거. 왜 한국말 못 알아듣니"라며 "그럼 나도"라고 전도연의 첫 등장 장면을 언급했다. 그는 "전도연이 정도면, 전도연을 풀었는데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나. 눈에 힘주고 나오면 안된다. 등장부터 나른하게 나오는 걸 보고 '여우같다' 했다. 그렇게 하는 거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도연은 부끄러운 듯 폭소했다.
간담회 말미 윤여정은 "나는 전도연처럼 전도연처럼 초이스할 게 많지 않다. 나이 들어 사치스럽게 살자 했다. 호화롭게 살자 이런 게 아니라 나 좋아하는 사람과 일하자 한 것이다. 돈이나 명예 계획해봤자 안되는 일이더라"라며 "그렇게 하면 멋있겠더라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고백하기도. 윤여정은 "영화는 '컬래버레이션'이다. 다 같이 간다. 많이 나이 들어서 잘 아는 나이가 이제 됐는데, 철 들자 망령이라고 한다. 큰일났다"고 '윤여정 직설화법 어록'을 계속해 만들어 갔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지난 2일 막을 내린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가운데, 윤여정이 출연한 또 다른 영화 '미나리'는 막을 내린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대상 등 2개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미나리' 역시 젊은 신예 감독과 함께한 작품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도전과 변화를 거듭하는 배우, 윤여정의 새로운 모습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먼저 공개된다. 오는 12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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