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하인드]불발될 뻔한 흑인 최초 칸영화제 심사위원장…다시, 스파이크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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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이 제9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는다. 17일 칸국제영화제가 흥분된 어조로 전한 소식이다. 그는 동시에 흑인 최초의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안게 됐다.
사연이 길다. 사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위촉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1년도 더 전인 지난해 1월. 칸영화제 측은 스파이크 리 감독을 제73회 영화제 심사위원장에 위촉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1957년생인 스파이크 리 감독은 '똑바로 살아라', '모베터블루스', '말콤X' 등을 통해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을 고발해 온 대표적 흑인 필름메이커. 첫 장편부터 7편의 작품을 칸영화제에서 선보였으며 2018년 '블랙클랜스맨'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그가 칸영화제 최초의 흑인 심사위원장이 된 것이다. 당시 스파이크 리 감독은 "아프리카 이주민 중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되어 영광스럽다"고 뜻깊은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5월 개최 예정이었던 제73회 칸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했다. 공식 초청작들을 발표했지만 수상작은 가리지 않았다. 자연히 심사위원도 활동하지 못했다. 오는 7월 대대적인 영화제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칸영화제가 그랬던 스파이크 리 감독을 다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한 것이다.
칸영화제는 "그 세대 가장 위대한 감독이자 극작가, 배우, 편집자, 프로듀서와 새로운 10년을 맞이한다. 스파이크 리는 지난 30년간 지치지 않고 당대의 질문에 단호히 접근해 온 빈틈없는 기록가"라고 그를 소개했다. 칸 영화제 회장 피에르 레스큐어는 "불확실성 속의 지난 몇 달을 거치는 동안 스파이크리는 멈추지 않고 우리를 격려해줬다. 이 지지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기뻐했고,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영화에 대한 그의 열의와 열정은 모두가 기다리는 위대한 축제를 준비하는데 크나큰 힘이 됐다"며 "파티는 멋질 것이다. 기다릴 수 없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위트로 화답했다. 그는 "칸은 언제나 내 마음 깊은 곳에 있었다"며 "곧장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거다. 아내 토냐와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그 명성을 굳건히 지켜 온 칸영화제는 가장 보수적인 영화축제로도 이름높다. 심사위원장의 경우 알제리 혼혈인 프랑스 배우 이자벨 아자니가 1997년 심사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을 뿐 백인들이 이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아시아인은 2006년 59회 영화제의 홍콩 왕가위 감독이 유일하다.
칸영화제는 최근 들어 다양한 인종, 성별, 출신 등을 고려해 심사위원단을 꾸리며 변화를 모색해 왔다. 심사위원장, 심사위원단의 다양성은 당연히 심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2019년, 심사위원장은 히스패닉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었다.
칸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그 여세를 몰아 지난해 할리우드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비영어 영화 최초의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역사적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한편 '기생충' 신드롬의 주인공인 봉준호 감독은 오는 9월 개막하는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한국인 최초 기록이다. 이제껏 아시아인 심사위원장을 단 한 명 배출한 칸영화제에 비하면 베니스영화제의 경우 여러 아시아 영화인들이 심사위원장을 거쳤다. 중국 배우 공리(2002), 장이머우(장예모, 2007), 대만 감독 이안(2009) 등이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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