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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차 사랑, 있을 수 있죠" 고두심이 말하는 #제주도 #국민엄마 #멜로[인터뷰S]

작성일: 2021.06.27 10:00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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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빛나는 순간'의 고두심. 제공|명필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오는 30일 개봉하는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 제작 명필름)은 고두심(70)을 위한, 고두심에 의한, 고두심의 영화라 해도 과연이 아니다. 제주의 영화요, 70살 여성의 영화요, 파격적인 사랑의 영화를 위해 감독이 누구보다 먼저 떠올린 이가 바로 제주 출신인 고두심이었다. 고두심의 생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저는 제주도를 먼저 생각했어요. 제주도 해녀 이야기니까 어느 배우보다 제가 가깝지 않을까. 감독님은 절실했던 것 같아요. 저를 놓고 썼다고 하더라고요. 말을 예쁘게 하셨어요. '고두심 하면 제주도고 고두심 얼굴이 제주도 풍광이다.' 기대치가 있어서 책임이 무겁지만, 어느 누가 해도 무게가 있죠. 하지만 나만큼 해녀를 대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저는 해녀가 있어서 오늘날 제주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고두심이 직접 해녀 일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친척 중에도 많은 이들이 물질을 했던 터. 캐고 또 캐도 돌이 나오는 척박한 땅, 살아남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어 생과 사의 경계를 매일같이 넘나드는 그녀들의 삶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고두심의 설명이다. 낮은 수온과 높은 수압을 견디느라 늘상 두통에 시달리고, 물에서 나와 바들바들 떨며 불을 쬐던 그녀들의 모습을 고두심은 생생히 기억한다.

"고향이니까, 내가 물에 빠져도 누가 건져주지 않겠나.(웃음) '해녀 삼춘'들이 든든한 분이 많아서 든든한 마음으로 했죠. 평온해 보여도 들어가 보면 파도가 거셌는데, 그래도 '감독님 한번 더 찍죠' 하며 했어요. 하지만 자맥질을 해 보면 들어가지지가 않아요.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들어가는 것만 해도 공포예요. 사실 물질하려고 하면 망망대해에서 상어도 보고 무서울 텐데, 정말 대단한 일이죠."

▲ 영화 '빛나는 순간'의 고두심. 제공|명필름

'빛나는 순간'은 무엇보다 사랑의 이야기다. 70살 해녀 진옥, 그리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던 PD 경훈은 특별한 교감을 느끼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드물고도 파격적인 사랑의 과정을 기어이 설득하고 표현해낸다는 데 '빛나는 순간'이 진정한 특별함이 있다. 1951년생인 그녀의 멜로 상대인 경훈 역 지현우는 1984년생. 극 안팎으로 33살의 나이를 넘어선 셈이다.

고두심은 "멜로물에 거론되지 않는 엄마 역할로 시종일관 49년의 한도 풀고, 그런데 어떤 젊은 친구가 그물망에 걸릴까 생각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70된 할머니도 '여자'라는 것을 놓지 않는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팍팍한 삶에 있어서도 여자라는 끈을 놓지 않았기에 이성의 교감이 가능하지 않나 해요. 물론 흔치 않지요. 생이 그런 일이 쉽게 오겠어요. 그렇기에 영화적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 무리겠지만,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은 없어요. 물론 시대를 공유했던 사람끼리, 비슷한 연배끼리가 좋지요. 20살, 30살이 넘어서는 정말 특별하지 않다면 다가올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있을 수는 있어요. '아우, 나는 못해' '절대 안돼'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국민엄마'로 살아오며 쌓인 '멜로의 한'을 이제는 풀었냐'는 우스개 섞인 질문에 고두심은 "그것 가지고 풀겠냐"며 눙치다가도 "이 정도 가지고 분분한데 더 갔다가는 맞을 것 같다. 일단 현우 팬들이 쫓아올 것 같다"고 몸을 사렸다가 "우리 팬도 만만치 않다, 현우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랑에는 여러 선이 있잖아요. 이성간의 교감만이 사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엄마와 아들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무엇이든 주고 싶은 사랑, 진실을 알아차리고 살아갈수 있게끔 베풀어주는 사랑까지…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다가가지더라고요."

고두심은 함께한 배우 지현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키 187cm에 73kg까지 몸무게를 줄였던 지현우가 겉보기엔 너무 "여리여리"해 남성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촬영을 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단다.

"현장 답사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몰라요. '해녀 삼춘'들한테 인사를 하고 챙기고, 친화력을 갖고 임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더라고요. 쉬는 시간에는 한라산에도 다녀오고, 현장에도 늘 일찍 오고. 사람이 생각하는 지점이 깊고 말 한 마디 한 마디 건네는 데도 진중해 믿음이 가는 사람으로 변하더라고요. 찍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사람이 겉으로만 봐서 평가할 일이 아니구나, 다시 반성을 했죠. 저는 제주도 왔으니까 좋은 음식 공수해서 먹이고 그랬는데 웃옷 벗는 신 때문에 닭가슴살에 야채만 먹고. '내일부터 할 거야' 할 수도 있는데, 잘 참아내고 지키는 데서 강인함을 봤어요. 못 본 지 1년 정도 됐는데 어깨가 떡 벌어져서 왔네요. 이제 다시 찍으면 눈이 다른 데 뜨일 것 같아요.(웃음)"

고두심이 꼽은 '빛나는 순간'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진옥이 울부짖듯 토해내는 4.3의 아픔이다. 직접 그 비극을 겪지는 않았지만 부모님, 친척들, 이웃으로부터 수없이 듣고 또 들었던 이야기. 진옥이 되어 그 순간을 돌이키는 그녀는 마치 빙의라도 한 것 같다. 고두심은 "그 장면은 감독님이 써 준 대사가 아니다. 나도 입에서 나온 거다. 그런데 더 하라고 해도 하겠더라"고 털어놨다.

"아픔이 많은 땅이죠. 제주도에 그 말이 있어요. 딸을 시집보내면, 살아보면 살아진다. 죽은 목숨 아니니까, 죽을 목숨 아니니까 그러는 거지요. 오죽 할 말이 없었으면, 그 말도 힘이 될 것이라고, 부모 입장에서 해 주는 말인데, 그것이 참 아픈 말이구나 해요."

▲ 영화 '빛나는 순간'의 고두심. 제공|명필름
올해로 데뷔 49년. 배우 고두심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국민 며느리이며 국민 엄마이기도 하다. 지상파 방송사 3사 대상을 휩쓴 유일한 배우면서 최다인 6번의 연기대상을 수상한 그녀는 지난해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국민'이라는 호칭은 아직 정말 어렵다, '국민'이라는 말은 조수미 씨, 이미자 선생님, 조용필 씨 같은 분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한다"면서.

"고두심 하면 제주도니까, 제주도 사람은 저렇구나 하니까 그것이 굉장히 무거웠어요. 내가 잘해야 제주도 사람이 욕을 안 먹겠구나. 게다가 '전원일기' 22년 하면서 맏며느리의 표상이 됐죠. 그러다가 어머니로 넘어갔어요. 어머니라는 것은 우주잖아요.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사람이 어머니인데. 그런데, 거기서 벗어나서 연하와 연애하는 역할을 하면 두드려 맞지는 않을까. 세상이 달라졌는데 또 바뀌지 않는 세상도 있으니까 정말 어려워요. 훈장 받을 때 그랬거든요. '이렇게 훈장까지 붙여주면 제가 정말 어디까지 가야하냐'고. 어쨌든 그 시간 속에서 제 자신의 것들을 잘 지키며 조심스럽게 살아보려고 하다보니 오늘날 고두심을 봐 주시는 것 같아요. 그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 저를 다독이게 되네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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