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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싱크홀' 현재진행형 재난우화…황당한데 현실입니다

작성일: 2021.08.05 08:00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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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싱크홀'. 제공|쇼박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소중한 내 집이 땅속으로 꺼져버리는 순간 진짜 시작하는 이야기,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 제작 ㈜더타워픽쳐스)은 남 일 같지 않은 재난물이다. 황당하지만 현실적이고, 절박하지만 웃음나는 아이러니가 있다. 올여름의 재난버스터. 세상이 무너져도, 웃음지을 공간은 있다.

회사원 동원(김성균)은 상경 11년 만에 드디어 인서울 내집마련에 성공한다. 변두리 동네, 방 세 칸짜리 신축빌라에 절로 흐뭇해지던 그때, 불안한 기운이 감지된다. 바닥이 기울어 구슬이 굴러가는가 하면, 곳곳에 균열이 생긴다. 설상가상 물까지 제대로 안 나오는데도, 빌라 주민들은 집값 떨어질 걱정에 공론화를 쉬쉬할 뿐이다. 하필이면 회사 동료들을 불러 거하게 집들이까지 한 다음날 아침, 멀쩡하던 빌라 한 동이 싱크홀과 함께 지하 500m 아래로 빨려들어가 버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동원과 회사 동료 김대리(이광수)와 인턴 은주(김혜준), 그리고 괴짜 이웃 만수(차승원)이 있는 곳은 지상이 한점 빛으로만 보이는 까마득한 지하 싱크홀 속. 망연자실하던 사람들은 살아야겠단 의지를 다진다.

소중한 내 집과 거대 싱크홀에 빠져버린다면?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들과 함께 그 곳에 갇힌다면? 내집마련의 꿈이 점점 아득해지는 시대, 1년에 평균 900개가 발생한다는 싱크홀을 상상력의 출발점으로 삼은 '싱크홀'은 참신하고도 현실적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유머를 챙긴 여름의 도심 재난물로서, 여러 모로 2019년 최고 흥행작인 '엑시트'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엑시트'가 "지진이나 해일, 쓰나미가 아니라 우리 상황이 재난"이라는 취업난 속 보통의 젊은이들을 비췄다면, '싱크홀'은 끝모르고 값이 뛰는 한강변 아파트를 바라보며 "알지만 못 오를 에베레스트"라 자조하며 2억 오른 남의 집 값에 쓴웃음 짓는 또다른 보통 사람들을 담는다.

▲ 영화 '싱크홀'. 제공|쇼박스
치솟는 집값에 발 맞추기는커녕 땅속 500m 아래로 추락해버린 나의 작고 소중한 스위트홈이라니, '싱크홀'은 당혹스러워 헛웃음 나는 현실에 대한 우화 자체다. 혹여 주변까지 무너질라 구조팀이 제대로 손도 못 쓰는 사이, 벼락거지로도 모자라 땅끝에 쳐박힌 서민들은 억울해서라도 이대로 죽을 수 없는 노릇이 된다. 구조를 바랄 길 없으니 알아서 똘똘 뭉쳐 생존을 도모할 수밖에. 그 애잔한 활력을 또한 응원할 수밖에. 한편 그 사이에도 끼지 못한 또다른 싱크홀 속 사람들 이야기는 내내 생기를 잃지 않는 이 영화에서 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싱크홀'은 한국 재난영화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전반부엔 캐릭터 소개와 상황 설명으로 소소하게 웃음을 주고, 후반부엔 재난의 압도적 스케일과 절박한 생존기 쪽에 힘을 줬다. 11년 만에 처음 내 집이 생긴 가장과 N잡 뛰며 월세를 버는 싱글파더, 원룸사는 처지라서 고백도 못하고 사는 대리, 명절 선물도 제대로 못 받는 인턴까지, 왠지 짠한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도입부는 느슨하다. 다만 차곡차곡 캐릭터를 쌓은 덕에 거대 싱크홀과 함께 빌라 한 동이 땅속으로 꺼져버린 뒤, 볼거리에도 이야기에도 힘이 붙는다. 

▲ 영화 '싱크홀'. 제공|쇼박스
재난버스터다운 보는 맛이 있는 영화다. 2012년 고층빌딩 화재를 소재로 삼은 재난물 '타워'로 5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김지훈 감독은 140억을 들여 주택가에 거대한 입을 벌리고 나선 초대형 싱크홀과 통째로 빠져버린 500m 아래 빌라를 묘사하며 신선한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초대형 빌라 세트를 반구형 짐벌 위에 지어 직접 흔들며 충격과 진동을 실감나게 구현했다는 후문이다. 

짠한 부성애를 보여준 차승원 김성균부터 이광수 김혜준 남다름까지, 배우들은 각 세대의 짠함을 품은 캐릭터들을 그려낸다. 황망한 재난과 비극이 유머와 어우러진 데는 적절히 캐릭터에 녹아 팀플레이를 펼친 배우들의 공이 컸다. 

8월11일 개봉. 12세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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