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감독 데뷔' 김의성·주진우 "좌우도 여아도 없이…모두의 촛불은 다르더라"[인터뷰S]

작성일: 2022.01.29 08:05 김현록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나의 촛불' 김의성(왼쪽) 주진우 감독. 제공|(유)주기자
▲ '나의 촛불' 김의성(왼쪽) 주진우 감독. 제공|(유)주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촛불'은 당신에게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이었어요."

'나의 촛불'(감독 주진우 김의성)은 유난히 춥지만 뜨거웠던 어느 겨울, 촛불이 켜진 광장의 기억을 되살리는 영화다. 배우 김의성과 시사인 전 기자 주진우가 연출을 맡았다. 배우와 기자로서 탐사기획 프로그램 MBC '스트레이트'를 함께 진행했던 두 사람이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의기투합했다.

'스트레이트'를 함께했던 2018년 여름께, 우상호 의원이 들려준 촛불 탄핵 뒷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던 김의성은 '이런 비화를 모아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냈다. 주진우 기자는 '우상호 버전, 추미애 버전, 심상정 버전은 다 다르다. 검사들 버전도 다 다르다'고 했단다. 시민들 눈에는 그 모든 게 웃기기도 하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모두의 촛불은 다르구나.' 영화 '나의 촛불'의 출발이었다. 

한 명은 다재다능한 베테랑 배우-한 명은 다큐영화 경험을 갖춘 스타 기자에, 별다른 이견없이 내내 의기투합했건만, 영화를 연출하고 투자 제작까지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엇이 더 좋은 지도 모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의사결정을 해야했다면서, 자료화면이고 노래고 '쓰는 대로 다 돈'이더라며 앞다퉈 푸념하던 두 사람. 배틀같던 너스레 끝엔 "감독 데뷔작이자 은퇴작이 될 것"(김의성), "숨을 데도 없고 부끄럽다"(주진우) 소리까지 나왔다. 

두 감독의 수다스러움이 모니터 너머까지 전해졌던 인터뷰와 달리 꼼꼼한 자료화면과 풍성한 인터뷰로 구성된 이들의 영화는 곁가지 하나 없이 간결하다. 또 흥미진진하며 묵직하다. '나의 촛불'은 2016~2017년 광장의 촛불이 타오르고 끝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까지의 과정을 시간 순으로 되짚는다. 동시에 언론과 정치권과 시민, 여와 야, 촛불의 안과 밖, 광장과 국회의 시선을 짜임새있게 담았다. 개봉은 오는 2월 10일. 마침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1년 가까이 후반작업을 하고 2020년 봄을 즈음해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탓에 개봉 시점이 늦어졌다는 것이 두 감독의 변. 김의성 감독은 "대선을 위해 5년을 준비한 것 같아 곤란하다"고 눙쳤다. 주진우 감독은 "그럴 머리가 안된다, 그럴 돈도 안된다"고 거들고 나섰다. 

"관객을 극장으로 모시기 어려운 상황이라, 잠잠할 때 개봉을 잡아볼까 하면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고. 머뭇거리다 2년이 지났어요. 대통령 선거가 지나면 새로운 정부가 설 텐데 그러면 촛불이 전 전 정부의 이야기, 너무 옛날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요."(김의성)

▲  '나의 촛불' 스틸. 제공|(유)주기자​
▲ '나의 촛불' 스틸. 제공|(유)주기자​

'나의 촛불'은 화려한 인터뷰이들을 자랑한다. 손석희 전 JTBC 사장을 필두로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 박지원 당시 국민의 당 대표, 당시 당 대표였던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참여했고, 우상호 하태경 유시민 이혜훈 등 여야를 아우르는 전현직 의원들도 확인할 수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 정두언 전 의원 등 이미 고인이 된 인물도 있다. 

주요 대선후보들은 특히 눈에 띈다. 당시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는 인터뷰에 참여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촛불광장 연설 장면이 등장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자료사진으로 나온다.

"대선의 계절에 후보들이 다 저희 영화에 출연한 셈이 됐는데, 그 중에 대선후보가 되리라 생각한 분은 심상정 후보밖에 없었어요. 그것이 약이 될 지 독이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이 대선 후보가 되어있고, 인터뷰한 분 중에 두 분이나 세상에 계시지 않고. 한국의 정치가 역동적이구나,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김의성)

"정치적 영향력, 다음 대선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촛불 떄 어디에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했고요. 문재인 대통령도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현직 대통령이라 어려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집회장에서 여러번 봤지만 국회 중심이라 인터뷰할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정치적 파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주진우)

2019년 윤석열 후보, 박양수 특검을 인터뷰할 당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었고, 이 분들이 인터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는 김의성 감독은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그는 "하지만 부질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5년 전 일어난 일을 3년전 이야기하는 걸 지금 보는 재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나의 촛불' 김의성 감독. 제공|(유)주기자
▲ '나의 촛불' 김의성 감독. 제공|(유)주기자

무엇보다 정치인들은 그들 모두 아주 작은 역할을 할 뿐 "이 영화의 주인공은 광장의 시민들"이라고 두 감독은 힘줘 말했다. 실제로 이들 정치인 외에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의 광장에 촛불을 들고 섰던 여러 시민들이 인터뷰에 참여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민의 힘, 광장의 힘이 정치를 움직이고 새 역사를 썼어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시민들 하나하나의 위대함에 놀라고 감탄했어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데모한다고 바뀌어?'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지잖아' 하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하지만 승리의 역사, 기록될만한 역사가 됐죠.… 광장의 시민이 주역이라고 누구나 생각하는데, 정치인들은 자기가 주역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웃겨요. 그 부분이 잘 보였으면 합니다."(주진우)

"저에게 '촛불'이란 토요미식회였어요. 촛불집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맛집 가서 안주 먹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 영화를 하면서 다른 의미들이 많이 생겼어요. 가장 큰 것은 소위 '국뽕', 저에겐 '국뽕 한사발'을 들이키는 일이었어요. 이것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유리창 한 장 깨지지 않고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유래가 없는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따는 걸 영화를 제작하며 알았죠."(김의성)

▲ '나의 촛불' 김의성 감독. 제공|(유)주기자
▲ '나의 촛불' 김의성 감독. 제공|(유)주기자

시민의 힘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여와 야의 시선, 촛불을 든 시민과 전경으로서 현장에 있던 이의 시선을 엿볼 수 있게 한 점은 '나의 촛불'에서 돋보이는 점이다. 두 감독은 '중립'보다는 '객관'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를 만들 떄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중요한 점은 아니었어요. '중립'보다는 '객관적'이고 싶었죠. 저희의 시각이 반영되기 마련이잖아요. 가능한 다양한 분들,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지닌 분을 반영하려 했어요. 반대쪽에서는 어떻게 보는지를 생동감있게 바라보고 싶었어요. 당시의 역사절 사실들을 생생하게, 그 주역들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고요."(김의성)

"촛불은 좌와 우가 없었어요. 여와 야가 없었습니다…. 정치의 계절에 이렇게 나뉘어 싸우는데 그조차도 이 나라가 어떻게 흘러가야한다는 고민이 있어 싸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함성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일을 만들었다, 촛불의 기억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촛불집회를 수십 년 전 이야기로 생각해요. 얼마 전만 해도 우리가 지켜보지 않으면 이런 농단이 있을 수 있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주진우)

드디어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두 감독의 바람 또한 엇비슷했다. 김의성 감독은 '전체관람가'임을 강조하며 "당시 어렸떤 자녀들에게 엄마 아빠가 이런 일을 했다고 보여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대선 국면에서 어느 쪽이든,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면 아주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진우 감독 또한 "정치의 계절에 나에 대해서, 나라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나의 촛불'과 함께했으면 한다"며 "이 계절에 저희가 보내는 편지"라고 덧붙였다. 

▲ '나의 촛불' 김의성(왼쪽) 주진우 감독. 제공|(유)주기자
▲ '나의 촛불' 김의성(왼쪽) 주진우 감독. 제공|(유)주기자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