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세계선수권] 피겨 황무지에서 나온 '남자 김연아', 점프 괴물 꺾고 '은빛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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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 스케이팅을 대표하는 이는 여전히 김연아(33)다. 은퇴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가 이룬 업적은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근간을 이룬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태어난 김연아의 등장에 많은 이들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등장 이후 영향을 받은 '김연아 키즈'들이 등장했고 현재 이들은 한국 피겨 스케이팅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여전히 선수층은 열악하다. 일례로 지난 1월 열린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 출전한 이는 겨우 10명이었다.
차준환의 등장과 그의 활약은 김연아에 이은 또 하나의 '기적'이다.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도 활약한 차준환은 줄곧 스케이트에 흥미를 느꼈다.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선택한 뒤 기대주로 떠올랐다.
2016년 어텀 크래식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은 차준환은 그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김연아의 옛 스승인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했고 이해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시니어 무대에 도전했지만 세계 남자 싱글의 벽은 높았다. 만 16세의 나이에 출전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15위에 그쳤다. 이해 처음 도전했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9위에 머물렀다.
2019~2020 시즌에는 단 한 번도 국제 대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또한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하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캐나다를 떠나야 했다.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지 못한 그는 홀로 국내에서 훈련했다. 그러나 지현정 코치의 도움으로 빙상장 대관 및 훈련 여건은 한층 나아졌다. 그리고 지난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5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지난해 1월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ISU 시니어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는 업적을 이뤘다.
올 시즌 차준환은 2번의 ISU 그랑프리에 출전해 모두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왕중왕전'인 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했고 2연패를 노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부츠에 문제가 발생했다. 발목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고리 끈이 떨어졌다. 테이프로 스케이트를 고정하는 등 별도의 대책을 세웠지만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을 정도로 부츠는 망가졌다.
결국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기권을 선언했다. 지난해 이 대회의 아쉬움은 좋은 약이 됐다. 올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가장 중요한 대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펼쳤다.
열악한 선수층에서 탄생한 차준환은 이에 굴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를 알아본 오서 코치를 비롯한 해외 지도자와 안무가들은 그의 성장에 도움을 줬고 결국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차준환은 2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2023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105.65점 예술점수(PCS) 90.74점을 합친 196.39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99.64점과 합친 최종 합계 296.03점을 받은 차준환은 301.14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우노 쇼마(일본)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노와 더불어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리야 말리닌(미국)는 몇몇 점프에서 흔들리며 288.44점으로 3위에 그쳤다.
말리닌은 피겨 사상 처음으로 공중에서 4회전 반을 도는 쿼드러플 악셀에 성공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네이선 첸(미국)의 뒤를 이어 '점프 괴물'로 불리는 말리닌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잦은 실수로 흔들렸다.
차준환은 현재 3개의 4회전 점프(쇼트 1개, 프리 2개)를 실전 경기에서 시도한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그는 쿼드러플 살코와 쿼드러플 토루프를 모두 깨끗하게 뛰었다. 또한 장점인 비 점프 요소도 모두 빈틈 없이 해내며 구성요소 점수(PCS)에서만 90점을 넘었다.
차준환의 약점은 남자 싱글 상위권 선수들과 비교해 4회전 점프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전략을 충실하게 해내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점프 머신' 말리닌보다 시상대 높은 곳에 선 차준환은 어느덧 세계적인 스케이터로 우뚝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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