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 길채 빙의…남궁민 대상 돼야죠" 감독이 밝힌 '연인' 풀스토리[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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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어제도 꿈에서 '연인'을 찍었어요. 장현하고 길채하고 끝나지 않는 씬을 계속."
김성용 감독은 환한 얼굴로 아직도 이어지는 '연인' 후유증을 고백했다. 막방 전날 밤까지 촬영이 이어진 고군분투 속에 MBC 금토드라마 '연인'(극본 황진영, 연출 김성용)이 막을 내린 지 이제 열흘. 그 연출자인 김성용 감독은 작품에서 벗어나려면 끝나도 두세 달은 걸린다고 했지만, 시청자의 큰 사랑에 여전히 감사드린다며 활짝 웃었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다. 이장현 역 남궁민, 유길채 역 안은진이 중심이 된 사랑 이야기는 방송 내내 금토드라마 시청률 정상을 지켰고, 파트1과 파트2로 이어지며 시청자들을 애태웠다. 최종회 시청률은 1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높은 시청률과 그에 준하는 폭발하는 화제성으로 MBC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하지만 마음고생도 많았다. 초반엔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2회 시청률이 하락하기도 했고, 크고 작은 논란도 따라다녔다. 하지만 저력있는 작가가 완성한 이야기와 캐릭터의 힘, 믿음직한 배우들이 만들어갈 매력 만점의 인물들, 최고 스태프가 완성할 디테일을 믿었다며 김성용 감독은 그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번 '연인'으로 두 번째 MBC 연기대상 수상이 유력한 남궁민과는 '검은 태양'에 이어 두번째 호흡을 맞춘 각별한 사이. 김성용 감독은 남궁민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면서도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다"고 눙쳤다. 그만큼 미련없이 '연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고백이리라.
김성용 감독이 밝힌 '연인' 이야기, 그 일문일답.
Q. '연인'이 큰 사랑 속에 막을 내렸다. 소감이 궁금하다.
"너무 감사드린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시청자들이 사랑해 주셨다. 한편으로는 마지막까지 그 사랑을 채워내기 위해서 걱정도 되고 부담도 있었다. 그렇게 사랑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영광이다. 행복한 작업이었다. 끝나고 나니까 그 사랑이 체감된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Q. 11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는데.
"사실 꿈에 계속 남궁민 선배가 길채가 나온다. 어젯밤에도 촬영하는 꿈을 꿨다. 추가신이 계속 나와서. 작업을 하면 적응하는데 두세 달 걸리지만 끝나고 나서 헤어나오는 데도 두세 달이 걸린다.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깨어있는 동안 만큼은 내일 촬영 결정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 없이 지난다는 것 자체가 편하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Q. 제목부터 '연인'이다. '악연' 아니냐는 말도 나올 만큼 굴곡진 이야기가 이어졌다.
"제목은 작가님이 지으셔서 처음 기획부터 '연인'이었다. 단순하지만 정확하고 직관적이다. 이견없이 작업했다. '악연' 아니냐는 반응도 다 봤다. 너무 죄송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흘러가다보면 기승전결이 있지 않나. 그냥 맺어지면 재미가 없지 않나.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힘이 이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 지긋지긋한 사랑을 한번쯤 표현하고 싶었다. 저는 이 드라마에 그것이 분명하게 있었다고 본다. 결국 이 이야기가 주는 핵심은 힘있게 지켜진 서로간의 사랑이었다. 똑같은 크기로 절절하게 서로를 그리워하고 연모했기에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Q. '연인'에 임할 때 가장 크게 고민한 지점은?
"작가님 대본이 워낙 방대하고 스펙터클하고 감정신은 절절하다. 워낙 잘 쓰신다. 개인적으로 작가님 글을 너무 존경할 정도다. 그것을 '어떻게 내가 잃은 감상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었다. 글로는 보이는데 영상으로 보일 때 임팩트나 감정이 덜할까봐 걱정이 많았다. 막상 그 고민은 현장에 가면 해결이 됐다. 스태프, 배우와 고민해서 대본 만큼, 대본 이상의 재미를 만들자고 합의하게 되면 멋들어지게 촬영을 했던 경험이 많다. 불안과 해결이 계속 반복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Q. 시간을 두고 파트1, 파트2를 선보였다.
"시청자 소비 패턴이 짧고 밀도가 강한 드라마를 좋아하다보니까. 원래 30부작에서 24부작으로 기획된 상태에서 제가 투입됐는데 그것도 시간적으로 길게 느껴지고 비용도 감안해 20개로 줄이자 논의가 됐다. 그조차도 요즘 호흡에 긴 거다. 어쨌든 제작 기간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촬영뿐 아니라 후반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특히 시청자들이 몰입도 강하게 보고 쉬었다가 더 완성도있는 드라마를 보고싶어하지 않을까 했다. 애초에 파트1 10개, 파트2 10개로 기획했다. 편성 전략과도 맞물려 있었던 것 같은데, 애초 못박고 시작했다기보다 편성 전략상 8월에 방송을 시작하니 파트2를 파트1 수준 완성도로 찍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원래였다면 후반작업에 더 할애할텐데 5주 휴지기를 주로 촬영에 썼다. 파트1은 MBC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완성도-퀄리티에 초점을 맞췄다면 파트2는 이야기와 표현력에 초점을 맞추고 효율을 맞췄다.
Q.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작가님이 워낙 글을 잘 써주셨다. 특히나 엔딩을 보다보면 시청자들도 그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셨던 것 같다. 길채와 장현의 이야기는 나름 마무리가 잘 됐고 서사가 잘 풀렸다고 하지만 작가님께서 욕심을 낸 다른 드라마와 차별점은 주변인들 이야기였다. 포로-환향녀라 손가락질 받은 인물, 주인공과 엮인 인물들이 주인공 준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을 텐데 회차와 편성에 제약이 있다보니 아쉬움이 있다. 작가님은 아쉬움이 더 크실 테고."
Q.그래서 확장판으로 이어졌나.
"방송 편성의 제약이 있다. 편집하고 나니 분량이 넘쳐서 이야기를 장현과 길채 이야기 중심 서사로 일단 마무리를 지었다. 고맙게도 회사에서도 편성 할애를 해줘서 기회를 줘서 못다한 9~10분 가량의 이야기를 재편집해 내보낼 수 있게 됐다. 고마웠다. 못다 표현된 이야기들, 캐릭터 면면이 꽤 많았다."
Q. 파트1 끝나고 시청자의 아쉬움과 원망이 있었는데.
"괴로웠다. 10부 엔딩이 서정적이었다. 길채는 남고 장현은 배타고 떠나는 부분이다. 서정적이지만 정적이기도 하고, 교감하면서 이뤄질 것 같다가 다시 헤어져서 끝나는 느낌이 있더라. 5주간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를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줘야 했다. 어떻게 기대감을 줄 수 있을까 상의하다가 심양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알리는, 심양-장현-포로-새로운 인물을 담은 씬으로 기대감을 주고 끝내면 어떨까 했는데 예상 밖으로 지탄을 받고 후폭풍이 컸다. 주인공이 바뀌냐고 하셨는데,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다. 기대감을 주고 끝내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각화(이청아) 캐스팅도 큰 역할을 해줬다. 이청아씨가 수락을 해줘서 캐릭터도 살았고 덕분에 파트2도 살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선택해도 같은 선택을 할 텐데 수위 조절을 할 것 같다. 시청자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분노이기도 해서 뜨끔했다.(웃음)"
Q. 그런 시청자 반응이 해피엔딩 결말에도 영향을 미쳤나.
"결말이 바뀌지는 않았다. 각화와 엔딩은 작가와 합의한 내용이었고, 해피엔딩도 무수한 작가님의 고민에 이은 결과다. 배우의 의견, 제 의견, 시청자 의견도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해당 엔딩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저에게도 일러주시지 않아서 대본으로 엔딩을 확인했다. 저는 그 말씀만 드렸다. 저는 송추 할배 회혼례 장면 찍을 때 길채 대사가 꽂혔다. 소소하지만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사랑을 꿈꾼다는 게 와닿고 멋져 보였다.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고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사랑관이었다. 영화 '노트북' 노부부 모습이 아름다워서 엔딩이 이런 장면이면 멋있겠다 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멋지게 엔딩을 써 주셨다."
Q. 해피엔딩에 이르기까지 두 번의 기억상실이 등장했다.
"기억상실이라는 요소는 드라마 할 때마다 부담스러운 요소다. 잘 쓰면 득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 처음 기억상실을 쓰셨기에 '아뿔싸' 했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실까 했는데 몇 페이지를 넘기다보니까 충분히 재미가 있더라.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장현이 충족시킬 수 없는 것들 등을 충족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능적으로도 역할을 해줬다. 의미가 있고 엔딩까지 기억상실이 역할을 해줘서 저는 울컥했다. 어떻게 쓰이느냐가 문제지 기억상실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Q.'놀면 뭐하니' 팀이 깜짝 출연해 화제도 논란도 된 적이 있었다.
"저는 사실 너무 좋았다. 제가 좋지 않았는데 방송에 내보냈을 리는 없다. 유재석 선배, 하하 선배 모두 저에게 꿈같은 존재였는데 같이 작업하게 돼 너무 좋았다. 그럼에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책임을 갖고 연출자로서 작품에 임한다. 연기가 안 되면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내용에 지장이 있다면 충분히 편집했을 것이다. 유명인이라 몰입을 해친 것이지 연기가 부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잘 해주셨고 기존 다른 연기보다 더 잘 해주셨다. 몰입을 해칠 만한 부분은 충분히 가지치기를 했다. 다시 하더라도 이렇게 내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방송 면에서도 센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활력이 되고 숨쉴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작품으로도 도움이 됐고 회차 시청률도 올랐다. '놀면 뭐하니'에도 도움이 됐다면 윈윈이 됐다고 생각한다."
Q. 가장 기억나는 대사. 엔딩이 있다면.
"애정이 가장 많이 가는 씬은 (길채가 다급한 마음에 장현을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장현이 '헌데 낭자, 방금 나보고 서방님이라고 했소'라고 묻는) 4부 엔딩이다. 찍기도 어려웠지만 편집도 어려웠다. 임팩트를 영상으로 구현해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화면 영상 음악 DI 모두 어우러져서 3부까지 겪었던 부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모든 게 한방에 씻어져 나가면서 저를 살려준 느낌이었다. 애정어린 신이다.
개인적으로는 길채가 은애를 위로해줬던 개울가씬이 찍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후반 장현이 '안아줘야지 괴로웠을테니'라며 길채를 위로한 씬도 개인적으로 애정이 어려 있다."
Q. 4부 엔딩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찍으면서도 느낌이 왔나.
"장현 길채도 '잘 나왔는데요' 했지만 이렇게 터질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애초 대본이 재미있고 스펙터클하고 극성이 셌다. '서방님'이라는 대사도 이렇게까지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다 맞아떨어져서 어안이 벙벙했다. 1~3부 걱정이 컸다.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사건이 덜하더라도 캐릭터를 구축하는 목적이 있는 회차다 했는데 막상 '아쉽다, 루즈하다'는 반응이 나오니까 아차했다. 간과한 게 있나 했는데 4부 엔딩을 하면서 이야기의 힘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21부까지 의심의 여지 없이 왔던 계기가 된 것 같다."
Q. 극 초반엔 여주인공 안은진 관련 논란이 있었다.
"현장은 분위기가 침체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안은진 배우가 워낙 텐션이 좋고 본인이 더 활발하게 텐션을 업 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다. 처음엔 드라마 자체에 대한 비난, 연출에 대한 비난이 있다보니까 너무 미안했다. 배우는 사극이 처음이고 본인에게 어려움을 가져다줘서, 본인 욕심보다 연출자 디렉션에 충실했다. 그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다보니 너무 미안했다. 저는 나름의 계산으로 초반에서, 중후반에서 보여줄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불편해하고 붕 떴다고 봤다니 내가 더 섬세해야 했나 미안했다. 다행히 배우가 다운되거나 하지 않았다. '결국 캐릭터는 빛날 것이고 이야기는 승리할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은 기억이 난다. 캐릭터와 이야기의 힘으로 쫓아왔는데 4부에 승부를 볼 수 있었다. 길채란 인물이 특히 부침이 많았다. 좋았다가 비난받았다가 사랑받았다가. 배우 본인도 힘들었을 것이다."
Q. 파트2 이후엔 특히 안은진의 길채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그때는 배우의 영역이다. 제가 손을 거의 안 대도 본인이 내면이 차오르면서 별도의 디렉션이 없어도 깊이있는 연기를 하더라. 본인이 이미 길채에 빙의 한 것이다. 집중력을 잃지 않더라. 중간중간 스케줄이든 캐릭터가 구르는 동선이 너무 힘들었다. 온갖 곳을 구르고 구르다 좋아질 뻔 하면 다시 힘들어지고. 내공이 단단해지는 데 힘들었을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준 게 고마웠다. 파트2는 길채와 장현 둘 다 배우의 힘이 컸다."
Q. 남궁민과 두 작품을 함께 했다. 남궁민은 어떤 배우인가.
"저에게는 최고의 파트너다. 영혼의 동반자 같은 느낌이 있다. 저를 성공시켜주고 저를 성장시켜주는 배우인 것 같다. 무엇보다 상호 존중의 태도가 가장 크다. 워낙 경험이 많다보니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한다. 그런데 제 의견을 또한 존중해 주고 '감독님 스타일-해석이 맞다'고 믿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의견이 좀 더 관철됐으면 좋겠을 때는 두번 세번 이야기하는데,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다르게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저에게는 보완되는 존재다. 무엇보다 열정과 의지가 사람을 굉장히 자극시킨다. 나는 '이 정도면 됐어' 했을 때 끊임없이 열정을 보이니까 '아직 덜 됐어' 하며 달리게 된다. 선배가 지쳤을 때는 저에게 에너지를 받기도 한다. 현장에서 즐거웠다."
Q. '검은 태양'과는 장르도 캐릭터도 완전히 다른데 남궁민과 다시 함께했다. '연인'의 출발은 어땠나.
"'검은 태양' 끝나기 전에 대본을 받았다. 무조건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끝나고 봤는데, 장현 대사를 보는데 자연스럽게 남궁민 배우라면 이렇게 하겠다 떠오르는 거다. 후루룩 읽고는 남궁민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뜻 연락을 못 하겠더라. 직후이기도 하고 사극이 힘들기도 하고. 그러다 통화 중 '연인' 대본 이야기가 나왔다. '너무 재밌어요' 하니 본인이 피드백 줘도 되니 보여달라 하더라. '선배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편하게 봐주세요' 했는데 3일 만에 연락이 왔다. 주인을 만난 느낌이었다. 저도 좋았고 회사도 좋았고 배우도 원하고 작가님도 좋아했다. 스타트가 너무 기분좋게 유려하게 잘 이뤄져서 좋은 배우들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Q. 안은진은 어떻게 합류했나.
"눈여겨보던 배우였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보면서 연기 잘한다 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지만 중요한 걸 살려서 잘한다고 생각했다. 길채란 캐릭터를 만났을 때 연기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맡아야한다는 판단이 섰다. 작가님과도 고민하고 상의했고, 남궁민 배우는 저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줬다. 케미를 봐야 하니까 이야기 했는데 너무 좋다고 하더라. 기대 이상으로 해줬고, 멜로 케미도 잘 이끌어줬던 것 같다. 남궁민 배우는 본인도 힘들었을 텐데 선배된 면모를 잘 보여줬다. 항상 둘이 상의하고 논의하고, 서로를 잘 끌어줬다고 생각한다."
Q. 길채와 장현의 이야기 외에 인조와 소현세자, 청나라 포로시장, 환향녀 등 당대의 인물과 사건, 이슈가 등장한다. 어느 대목에 신경을 썼나.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고증을 절대 외면하지 말자는 거였다. 고증을 외면하지 말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감있게 그려내자. 배경과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 모두를 밀도있게 담기가 만만치 않았다.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캐스팅이다. 최고의 전문가를 캐스팅해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줬다. 해주면 온전히 담겠다는 게 저의 스타일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저의 몫이라고 믿었다.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욕심을 많이 냈다. 스태프-배우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해줬다. 그래서 조금은 덜 부담이 됐다. 연출자로서 중심만 잘 잡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힘을 많이 믿고 경험하게 된 작품이었다."
Q. '검은 태양'에 이어 '연인'까지 고생 많은 작품을 거푸 마쳤다.
"'검은 태양' 끝나고 다시는 어떤 작품이 와도 두렵지 않겠다 했다. '연인'을 만나고 더한 게 왔네 했다. 극강의 최상이라 어떤 작품이 와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항상 우려는 현실이 된다. 더한 작품은 못 만났는데 '연인'을 만난 것처럼. 따져보면 현재 하는 작품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쉬운 작품은 없고, 하다보면 영혼과 수명을 갈아넣으면서 하다보니까 그런 것 같다. 차기작은 편한 작품을 선호한다거나 어려운 작품을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작품이 주어지면 '연인'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죠.
남궁민 선배와는 서로 이야기했다. 웃으며 한 말인데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면서.(웃음) 다시는 감독님에게 보여줄 연기가 없다 하고 저 역시도 그렇다고 농담을 했다. 그런데 그리메상 끝나고 밥 먹다가 서로 '다시 또' 이야기를 했다. 돈독한 파트너십이 형성된 것 같다. 눈빛만 봐도 알고 또 그것이 작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니까. 기준이 작품이라는 것이 같고 공감대가 있으니 오해를 하지 않아 좋고 고맙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당연히 남궁민 선배에게 제안할 수 있고, 역으로 되려 역으로 제안할 수도 있는 환경이니까. 또 작업할 수 있다면 물론 좋다."
Q. '검은 태양'에 이어 '연인'으로 남궁민이 연기대상을 수상할 거라는 분위기가 대세다. 또 대상 배우 배출 감독이 된다면?
"돼야죠. 되면 너무 감사하죠.(웃음) 다 차치하고 그만큼 열연을 보여준 배우들이 있을까 싶다. 장현 길채 비롯 모든 배우들이 연출력 이상으로 열연을 해줬다. 상이 지표는 아니지만 배우들이 그렇게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 회사로부터 회자가 되고 인정을 받고 그것으로 연말이 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Q. 연출상 수상 욕심은 안 나나.
"사실 얼마 전까지는 '상을 못 받으면 어떠냐. 최선을 다 한 게 중요한 거지, 그렇다고 내가 연출한 작품이 아니냐' 했는데 그리메상 받으니까 너무 행복하더라. 너무 영광스러웠다. 상 받은 기분이 이런 거구나 했다.(웃음) 작품상 연출상 주시면 너무 감사하지만 그걸 쫓아서 작업하지는 말자는 게 모토다. 아무래도 연출자가 보이는 작품을 하게 되지 않겠나. 작품이 잘 됐을 때 뒤따라오게 되는 것 같다. MBC 드라마가 사실 제대로 잘 부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드라마도 엄청 공을 들였고 최선을 다한 작품이기 때문에 시상식을 계기로라도 또다시 회자가 됐으면 좋겠고 내년 드라마 기대감이 올라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MBC에 속해있다보니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있다."
Q. 은애 역 이다인 배우는 임신 소식을 뒤늦게 알리기도 했다.
"작품 중에 결혼을 하기도 했고, 본인이 이 작품에 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혼식도 거의 준비를 못하고 해당일만 결혼을 하고 올 정도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임신 사실도 추석 때 알았다. 그 전에 구르고 고생하고 추위에 벌벌 떨고 뛰고 넘어지고 극성 센 신을 정말 많이 찍었다. 울고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신도 너무 많이 찍었다. 저나 작가님에게 이야기를 하면 작품에 해가 된다고 판단을 했던 모양이다.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작품이 마쳐나갈 때쯤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야기한다고 하더라. 좋은 결실로 아이가 잉태 된 데 일단 기쁜 마음이 컸다. 너무 기뻤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미안했다. 몰라서 구르게 했으니. 본인도 그런 게 염려돼서 이야기를 못했다고 하더라. 스케줄이 본인 위주가 될 수 있으니까 그걸 철저하게 배제해달라고 하더라. 중후반부 은애의 이야기가 동적인 게 덜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너무 고마웠고, 안 다치고 탈 없이 마무리해 너무 고맙다. 우리 제작진에서 바라보기에도 너무 감사했던 것 같다."
Q. 차기작 계획은 잡혔는지.
"지금은 다 열려있다. 제안주시겠다 한 것도 안받고 있다. '검은 태양' 끝내고 쉼없이 달렸다. 참여하는 순간 머리 속이 지워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꿈에 남궁민 안은진이 그만 나올 때까지만 좀 쉬겠다.(웃음) 끝나지 않는 씬을 계속 찍는 느낌이라, 어제도 나와서 너무 힘들었다. 꿈에서 사라질 때 쯤, 그들이 내어질 때 쯤 작업을 새로 하고 싶다."
Q. 김성용 감독에게 장현과 길채란?
"연출자로서 이런 자리를 갖게 해준 주인공이다. 둘의 호연이 없었다면 지금이 없다. 겸손 떨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들의 연기를 잘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대본 이상, 기대 이상으로 열연해줘서 이 작품이 잘 된 것 같다. 그래서 저도 좋은 작품의 연출이 될 수 있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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