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출전사 ⑲ ‘쎄울 52, 나고야 27’, 일본에 대역전극 펼쳐
작성일: 2016.07.24 07:00
신명철 편집국장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유치단은 1981년 9월 18일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해 파리를 거쳐 서독 프랑크푸르트에서 1박한 뒤 바덴바덴에 들어갔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 개막을 열흘 앞두고 현지에 도착한 유치단은 서울에 대한 냉담한 반응과 IOC 수뇌부를 비롯한 국제 스포츠계 인사들의 부정적인 태도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각계각층 인사들로 짜여진 유치단 내 불협화음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절망적인 분위기는 9월 22일 오전 바덴바덴의 옛 철도역 자리에 설치된 올림픽 유치 신청 도시들의 전시관이 문을 열면서 확연히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과 나고야, 동계 올림픽을 신청한 캐나다의 캘거리, 스웨덴의 팔룬, 이탈리아의 코르티나담페초 등 5개 전시관이 일제히 문을 열어 관람객을 맞이한 결과 서울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시관 넓이는 30여 평에 불과했지만 서울 올림픽 주 경기장의 모형도를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 문화와 6∙25 전쟁 이후 눈부신 발전상이 패널과 입체적 영상물로 조화를 이뤄 눈길을 끌면서 서울이 뉴욕이나 도쿄에 비해 손색없는 현대적 도시라는 걸 알렸다. 뿐만 아니라 5명의 대한항공 여승무원과 3명의 미스코리아 출신 미인들이 화사한 한복 차림으로 미소를 띠며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전시관 안내를 맡아 ‘미인계’를 썼다는 구설수까지 오르내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차범근이 전시관에서 안내를 겸해 사인을 해 주자 서독 현지인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반면에 올림픽 유치를 부동의 사실로 여기고 있던 나고야의 전시관은 지극히 단조로운 사진 전시에다 일본항공 여승무원들이 근무 유니폼을 입고 평범한 안내를 맡아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못했다.
운명의 IOC 총회를 하루 앞둔 1981년 9월 29일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올림픽 유치 도시의 제안 연설이 쿠르하우스에서 열렸다. 제안 연설에 나선 서울과 나고야의 자세는 크게 달랐다. 이때까지도 올림픽 유치를 낙관하고 있던 나고야는 이날의 제안 연설을 하나의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했는지 큰 비중을 두지 않은 데 반해 서울은 사활을 걸다시피 철저한 준비를 했다.
유치단은 제안 연설 뒤 있을 질의 응답에 대비한 150여 개 항의 예상 질문을 놓고 토론과 답변을 거듭하는 맹훈련을 했다.
나고야에 뒤이어 서울은 81명의 IOC 위원과 국제경기연맹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제안 연설에서 박영수 서울시장의 간단한 인사에 뒤이어 조상호 KOC 위원장이 유창한 영어로 서울 개최의 타당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제안 연설과 함께 한국의 발전상과 현대 도시의 면모를 갖춘 서울시의 올림픽 준비 장면을 담은 짜임새 있는 영상물을 16분 동안 상영했고 뒤이어 IOC 위원과 국제경기연맹 회장들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에 나선 13명의 IOC 위원들과 국제경기연맹 회장들은 선수단의 안전 문제와 경기 시설, 숙박 시설, 교통 문제 등을 물었고 국제체조연맹 티토프 회장(소련)은 일본을 대변하듯 한국의 취약점인 경제 문제를 꼬집었다. 경제 문제에 대한 답변에 나선 유창순 무역협회장은 "1988년이 되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의 경제력보다 한국이 훨씬 앞설 것이"라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질문자를 무색하게 했다.
제안 연설이 끝난 뒤 서울 유치단의 준비가 완벽했다는 찬사와 더불어 서울이 나고야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로 유치 활동의 막을 내린 유치단은 수뇌부 회동에서 서울의 승리를 어느 정도 확신하면서 45표 내외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9월 30일 오후 2시 80명의 IOC 위원들은 서울과 나고야 가운데 어느 한 곳을 선택하기 위해 쿠르하우스 회의실에 입장했고 그로부터 1시간 40분 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나타났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속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들더니 ‘쎄울 52, 나고야 27’을 발표했다. 바덴바덴의 기적은 현실이 됐고 일본과 스포츠 외교 전쟁은 한국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명철 편집국장 기자 smc@spotvnews.co.kr
관련 추천 기사
일반 관련 기사
추천 콘텐츠
많이 본 기사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
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
문동주 걱정에 울었던 왕옌청, 10승 후 또 MOON 떠올렸다…참 멋진 두 남자의 우정
2026-08-05
-
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