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GO! 2017 한국체육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① "회장-외치, 사무총장-안살림 원칙 지킨다"

작성일: 2017.01.03 06:00 류재규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19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체육의 새 패러다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올림픽회관, 곽혜미 기자

한국 체육이 정유년 새해를 맞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한국 사회는 격동기였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시작된 정치적 소용돌이는 '촛불 시위'를 거쳐 국회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달았다. 국민의 눈에 '국정 농단 세력'의 '먹잇감'으로 비친 체육계의 당혹감은 컸다. 한국 체육의 수장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았을
까. 스포티비뉴스는 지난해 연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회관에서 이 회장을 만나 무너진 한국 체육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새로운 100년을 관통할 비전을 들어 봤다.

[스포티비뉴스=류재규 기자] 이기흥(62) 신임 대한체육회장의 말은 거침없었고, 행동은 시원시원했다.

합 체육회가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에 대해 확신에 찬 생각을 펼쳤다. 예산 등 체육회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논리와 근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직권 남용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대한 인간적인 소회, 촛불 집회에 대한 생각 등 민감한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 회장은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절차와 방식 등을 놓고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던 김 전 차관과 맞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대전 출신인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5일 서울올림픽회관에서 열린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전병관 장호성 이에리사 장정수 후보와 경쟁해 총 투표수 892표 중 294표(32.95%)를 얻어 당선됐다. 1991년 생활체육이 분위된 뒤 25년만에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합쳐진 통합 체육회의 첫 수장이 됐다.

대한카누연맹 회장으로 체육계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2012년 런던올림픽 선수단장, 대한수영연맹 회장, 통합 이전 구 대한체육회 수석 부회장과 통합추진위원장 등을 지내며 엘리트 체육인들과 깊은 공감대와 폭넓은 지지층을 형성했다.


체육회는 지난달 12일 제3차 미래기획위원회 회의에서 8대 추진 과제를 담은 '대한체육회 어젠다 2020'를 선정했다. 8대 추진 과제는 ①체육 단체 운영 자율성 확대 위한 정관 및 제 규정 개정 ②대한체육회 조직 및 예산 운영 효율성 강화 ③스포츠비리신고 센터 기능을 대한체육회로 이관 ④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 수익금 정률 배분 제도화 ⑤진천선수촌 2단계 공사 이후 국가 대표 선수촌 운영 방안 ⑥체육인 교육센터 설립 ⑦대한체육회 100주년 기념 사업 추진 ⑧스포츠 마케팅 자회사, 스포츠 전문 케이블 TV 설립이다.


다음은 이 회장과 일문일답.

- 산고 속에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했다. 출범 과정을 돌아본다면.

애초부터 통합 자체에는 찬성했다.

우리의 주장은 이랬다. 통합을 하되 선거 절차와 방법이 민주적이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후유증이 없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막판에는 원점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선거를 일주일간 퍼포먼스로 생각하면 사기다. 체육인들이 그 사람의 평소 행동과 생활방식, 조직에 대한 기여도 등을 놓고 평가해야 한다. 이런 것이었다.

론은 같았지만 각론이 달랐던 것이다
.

- 취임과 동시에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생각했다. 장고를 하는 이유는.

제가 회장이 됐다고 곧바로 인사를 전횡하고 시스템을 흔들면 되겠나. 충분히 논의해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가면 또 부작용이 생긴다.

과거가 아무리 잘못됐어도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이다
. 전임자나 정부 관료가 한 일 중에도 내용을 보면 긍정적이고 좋은 부분도 있다. 좋은 것은 승계하고 잘못된 것만 걷어내면 된다.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스포츠
4대악 척결 등은 의미가 있었다.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 다만 방법이 잘못됐다. 그대로 따라 하면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 된다.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 등 각계 전문가 12명을 영입해 미래기획위원회를 구성했다미래기획위원회에서 논의된 혁신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제가 당선되면서 과거의 모든 문제점이 떠올랐다문제를 정리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조급하면 또 문제가 생긴다그래서 미래기획위를 만들었다.

취임 뒤 시도와 경기 종목 단체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 써 내라고 했다서면으로만 1400여건이 나왔다압축해 보니 크게 세가지 어젠다가 나왔다미래기획위원회가 체육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과제를 논의하고 20개 정도 어젠다를 확정하면 저는 그것을 당면중기장기 과제로 분류해 시행할 것이다.

1월말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를 해 2월부터 새 사람들이 새 시스템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
취임식에서 회장과 사무총장의 임무를 분담해 회장은 외치를, 사무총장은 내부 살림을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가야 한다. 회장은 비상근직이다. 회장이 사무실에 앉아서 간섭하거나 결재할 일도 없다. 총장에게 거의 모든 살림을 맡기겠다. 예산은 이미 다 편성돼 있고 집행만 하면 된다. 회장이 일일이 사인할 필요도 없다. 업무를 위임하면 된다.

회장은 밖에서 체육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바람막이도 해 주고, 체육인의 복지 증진 방안을 찾고, 국회의 합리적인 입법 활동을 돕는 등 대외 활동을 해야 한다.

- 조직 개편과 인사 폭이 넓어질 듯하다. 외부 전문가도 영입하나.

개방형 직책을 둬 체육회 내부 직원은 물론 공무원과 민간인 등 외부까지 폭을 넓혀 인재를 수혈하고 싶다. 행정력과 경기력 두 측면을 맡을 체육회 사무차장과 선수촌 부촌장 직이 신설된다. 새로 만들어질 정책연구센터의 책임자도 영입하고,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도 뽑을 계획이다. 선수촌장과 상임감사는 공모로 모시겠다.

- 정책연구센터를 새로 만드는 취지는.

길게 보면 향후 체육인 교육센터을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보면 된다짧게는 체육회 조직에 활력을 심고, 수십년 경험을 갖춘 사람들의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젊은 직원들을 진급시키고 전면에 내세워 일을 배우게 해 100명이 하는 일을 80명이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산하 경기 종목 단체나 시도 단체에서도 새 피를 수혈해 조직 전체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

임금이 피크에 이른 사람들이 정책연구센터에서 도핑, 생활체육, 경기력 등 파트별로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것을 토대로 각 종목 연맹이나 경기 단체에서 강의를 하고, 박사 과정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면 지원하고, 국방대학원 등에 연수도 보내 정책 생산 활동을 돕겠다정책 개발 실적이 나고 성과가 나오면 정년이 지나도 다시 채용하고, 개방직에 도전할 기회도 줄 계획이다.

- 관치 행정의 핵심 고리인 체육회 예산의 안정적 확보 방안은.

재정 자립이 중요하다. 이미 30년이 넘은 국민체육진흥법을 반드시 개정해 체육회의 재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뒤 결산을 하면서 남은 잉여금 3100억 원에 당시 체육회 기금 450억 원을 보탠 3500억여 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기금이 원래 체육회로 귀속됐어야 하는데 당시 체육인들의 운영 능력이 안된다며 국가가 대신한 것이다.

1988년 올림픽 다음 해인 1989년 올림픽 정산 과정을 보면 다 나와 있다. 1989145회차 8회 국회 회의록을 보니 공단 자산이 3조 원이 되면 체육회를 자립시키겠다고 돼 있다. 당시 문방위원장이 박관용, 간사가 정대철 의원이었다.

- 지금은 체육인들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보나.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은 물론 장, 차관도 나오는 시대다. 체육인이 못할 이유가 없다.

기금을 다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절반인 5500억 원 정도를 한꺼번에 통으로 달라는 것이다. 체육회 연간 예산이 4000억 원이다. 남는 1500억 원은 시도와 경기 단체에 지원하면 된다.

어차피 그 돈이 그 돈 아니냐. 정부가 공단 기금을 받아 체육회로 내려보내고, 집행도 찔끔찔끔 한다. 이게 뭔가. 체육 전문가인 우리가 자율성을 갖고 창의적으로 예산을 짜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체육회 예산 편성 때부터 정부가 개입해도 좋다. 집행은 체육회가 하고 지휘 감독은 정부가 하면 된다. 감사원 감사, 수시 감사, 특별 감사 등 여러 방식을 통해 감시를 하면 된다.

정부와 국회 등에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하면 잘 풀릴 것이라고 본다.

스포츠 에디터 ljg@spotvnews.co.kr

[영상]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변화하는 체육회" ⓒ 배정호 기자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