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강률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정현욱 선배를 닮고 싶다."

김강률(30, 두산 베어스)은 프로 데뷔 10년 만에 빛을 봤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상승세를 탔다. 전반기 36경기 2승 2패 2홀드 44⅔이닝 평균자책점 5.44에 그쳤는데, 후반기 34경기 3승 7세이브 10홀드 44⅓이닝 평균자책점 1.42로 호투했다. 추격 조에서 필승 조로, 다시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옮기면서 두산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두산은 확실한 보상을 했다. 김강률의 연봉은 지난해 6,200만 원에서 올해 1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인상률은 141.9%로 올해 두산 연봉 협상 대상자 가운데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오랜 시간 부상과 씨름한 김강률은 서른이 되던 해 뒤늦게 기량을 꽃피웠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만큼 1년 반짝하고 마는 선수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강률은 요즘 정현욱 삼성 라이온즈 불펜 코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빠른 공이 주 무기인 오른손 투수인 점이 닮았다. 

정현욱은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국민 노예'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6년 삼성에 입단해 유망주 꼬리표를 떼며 2008년 전성기를 맞이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2014년 위암 판정을 받고 위를 모두 잘라낸 뒤에도 2016년 마운드 복귀에 성공해 큰 감동을 안겼다.

김강률은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나처럼) 늦은 나이에 잘 던지기 시작하면서 국가대표까지 뽑힌 분이다.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선배라고 들었다"며 마운드 안팎에서 한뼘 더 성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 일구회 의지노력상을 받은 김강률 ⓒ 곽혜미 기자
다음은 김강률과 일문일답.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본 돗토리에서 먼저 몸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지난해랑 똑같이 훈련을 하고 왔다. 어깨 쪽에 중점을 두고 보강을 하고 왔다. 돗토리에서는 부상 방지에 중점을 둔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만족했던 점과 아쉬운 점을 꼽자면.

△ 긴 이닝을 던져서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반기 때 잘 못 던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승으로 마무리하지 못해서 아쉽다. 

-아프지 않고 풀타임 첫 시즌을 보냈다. 

△예전에는 내가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나가고 싶어도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많이 경기에 나가서 반대로 행복한 고민이 됐다. 

-지금은 바라던 대로 팀이 필요한 순간에 나가고 있으니까. 부모님께서 기뻐하셨을 거 같다.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일구회에서 의지노력상을 받았는데, 남들이 보면 그렇게 큰 상처럼 안 보일수도 있다. 그런데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시고 시상식도 같이 오셨다. 1군에 와서 처음 받은 상이었는데, 기뻐하시는 거 보면서 의미 있고 기분 좋은 상이라고 생각했다.  

성적이 안 좋고 못할 때도 부모님께서 내색을 전혀 안 했다. '잘할 거다' 이런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셨다. 긍정적인 힘을 많이 주셨다.

-누나들도 많이 기뻐했을 거 같다.

△위에 누나 2명이 있고 내가 막내다. 내가 야구를 하다 보니까 집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부모님께서 누나들보다 나를 신경 많이 쓰셨다. 누나들이 착해서 그런 내색을 안 했다. 남매 사이가 좋다.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 누나들이 시즌 중에 잘 던지거나 기록을 세우면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을 준다. 

-그럼 가족들이 경기장을 자주 찾아 오는지.

△부모님은 예전에는 자주 오셨는데, 지금은 집에서 보신다. TV로 보는 게 더 잘 보인다고 안 오신다(웃음). 누나들은 가끔 온다. 

▲ 김강률(정면) ⓒ 곽혜미 기자
-첫 억대 연봉에 진입하면서 올해 두산 연봉 협상 대상자 가운데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구단에 감사하다. 지난해 만족할 수는 없지만, 좋은 성적이 나왔다. 올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년 반짝 하고 싶지 않다. 올해가 훨씬 중요하다.

첫 번째 목표는 무조건 부상 없이 1년 풀타임을 보내는 거다. 지난해 아쉽게 우승을 못하고 2위를 했는데, 올해는 우승을 탈환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는.

△지난 시즌 마지막에 마무리 투수를 했다고 해서 올해도 무조건 보직을 이어 간다는 보장은 없다. 잘해야 확실한 내 자리로 만들 수 있다. 다른 생각 없이, 자리를 의식하지 않고 시즌 전까지 준비만 확실히 해야 할 거 같다. 

-스프링캠프 때는 어떤 훈련에 중점을 둘 계획인지.

△운동을 할 때마다 다치지 않기 위해서 보강 운동을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거를 더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만드는 게 우선 과제인 거 같다.

-지난해는 시즌 50경기가 목표였는다. 올해는?

△올해까지는 무조건 풀타임이 목표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채우는 게 먼저다. 그러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로 생각한다. 지난해 많이 던져서, 부상 없이 올해를 버텼으면 좋겠다. 

-그동안 부상 때문에 많이 고생해서 더 신경 쓰는 거 같다. 

△ 시즌 도중에 어디가 살짝이라도 다쳐서 삐끗하면 2주나 한 달 잠깐 쉬다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힘들다. 지난해는 부상 없이 꾸준하게 경기를 한 게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후반기에 좋은 성적이 나온 거 같다. 꾸준히 경기를 나가면서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서른이 되던 해 어렵게 기회를 잡았다. 꽃피운 기량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클 듯하다. 

△남들보다 늦었는데, 기회를 잡은 건 아니다. 이제 풀타임 한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는 된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내 롤모델은 정현욱 선배라고 이야기한다. 정현욱 선배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삼성에서 늦은 나이에 잘하셔서 국가대표로 뽑혔다. 또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선배라고 들었다. 

지금 우리 팀에 선배보다 후배가 훨씬 많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나도 2군 생활을 오래 했다.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귀감이 되고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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