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이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어서 정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긴장도가 높을 것 같고 올림픽 전 마지막 세계선수권이라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세계선수권은 종목별 결승과 개인종합 결승을 5일간 하는데 힘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젊은 청춘들의 축제인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15일 폐막된다. 이번 유니버시아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손연재(21, 연세대)가 출전하는 리듬체조였다. 유니버시아드는 경쟁심을 버리고 대학 스포츠들이 마음껏 즐기는 '축제' 분위기가 강하다.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과 비교해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했지만 손연재가 출전한 리듬체조 종목은 뜨거운 관심을 이끌었다.

실제로 리듬체조가 진행된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는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어졌다. 개인종합 결선 둘째 날인 12일과 종목별 결선이 열린 13일에는 5천여 명의 관중들이 이곳을 찾았다. 손연재는 물론 이다애(21, 세종대)가 출전할 때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성으로 이들을 응원했다.

손연재는 유니버시아드체육관을 찾은 관중들의 환호에 보답했다. 개인종합에서는 볼(18.150) 후프(18.000) 리본(18.050) 곤봉(18.350) 점수를 합친 총점 72.550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유니버시아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종목별 결선 후프(18.300) 볼(18.250)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남은 곤봉과 리본에서는 아쉬운 실수를 범하며 모두 17.800점에 그쳤다. 꾸준하게 이어진 '18점 대 행진'이 끊어지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해 "아시아선수권 때도 종목별 결승에서 실수가 있었다. 그때보다 훨씬 더 집중했다. 곤봉과 리본에서 나온 실수 한 가지씩을 빼면 나머지는 만족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유니버시아드를 앞둔 손연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몸이 아파도 훈련량을 줄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손연재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하는 마지막 유니버시아드다. 리우올림픽은 손연재에게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 또한 국내 팬들이 직접 경기장에 찾아와 관전하는 홈경기인 만큼 많은 땀을 매트 위에 쏟았다.

1994년생인 손연재는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2세가 된다. 선수 생명이 짧은 리듬체조의 특징을 생각할 때 적은 나이가 아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릴 때 그는 26세가 된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기에 부담이 많은 나이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손연재에게 특별한 무대였다.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만큼 모든 것을 쏟아야했다.


손연재의 '안방불패'는 인천아시안게임부터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광주 유니버시아드까지 이어졌다. 홈어드밴티지의 장점은 손연재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안겼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은 손연재의 노력과 근성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느덧 홈에서 열리는 '안방 축제'는 막을 내렸다. 손연재는 올 시즌 최고의 목표인 2015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선수권의 각오에 대해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다. 많은 선수들이 준비하고 나오는 만큼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 같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 마지막 세계선수권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손연재는 아시아 선수들이 아닌 동유럽 강자들이 출전한 유니버시아드에서 3관왕에 올랐다.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자명한 사실. 그러나 오는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는 광주에 오지 않았던 현역 최강자들이 출전한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우승자인 야나 쿠드랍체바(18, 세계랭킹 3위)와 마르가리타 마문(20, 세계랭킹 1위) 그리고 알렉산드라 솔다토바(17, 세계랭킹 2위, 이상 러시아)가 출전했을 때 메달권 진입은 한층 힘겨워진다. 또한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선수들이 결정된다. 상위권은 물론 중위권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진다.

손연재는 지난 2011년 프랑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 11위에 오르며 2012 런던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한다. 아무래도 런던 때보다 부담이 크다. 그 때는 결승 진출이 목표였고 나가는 것만으로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인생에서 다시 없을 기회다. 준비하는 기간이 1년 정도 남았으니 잘 준비해 가장 기억에 남을 1년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열린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손연재는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었다. 어느덧 '축제'는 끝났고 '요정들의 전쟁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홈어드밴티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손연재는 "리듬체조는 연기를 펼쳐서 점수를 받기 때문에 매 대회마다 점수대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번 유니버시아드를 잘 마쳐서 기쁘지만 다음 시합을 위해서 더 노력하고 발전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임할 원정 대회의 각오를 드러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손연재는 동유럽의 강자인 안나 리자트디노바(22, 우크라이나)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2, 벨라루스)를 넘어섰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규 네 종목(후프 볼 곤봉 리본)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며 18점 대를 넘어섰다. 광주에서 얻은 수확을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까지 이어가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한편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은 오는 9월 7일(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6일 동안 진행된다.

[사진] 손연재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영상] 손연재 기자회견 ⓒ 편집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