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죽어버리려고 했는데, 세상이 먼저 망해버렸다. 죽여도 죽지 않는 괴물들이 날뛰는 지옥이 되어버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은 달콤한 제목과 달리 그런 지옥 속의 생존기를 그린다. 가족을 잃고 은둔하던 한 고등학생을 주인공 삼아 철거 직전 아파트 그린홈의 주민들이 벌이는 괴물과의 생존 투쟁을 긴박하게 그려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가장 놀라웠던 대목은 그 연출자가 바로 이응복 감독이라는 점. 김은숙 작가와 손잡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 메가톤급 히트작을 거푸 선보인 그는 한류를 대표하는 스타PD이자, 달콤한 러브스토리의 전문가처럼 받아들여졌다. 실제로도 징그러운 크리처물은 미처 보지 못해 참고는 커녕 보다 꺼버렸을 정도라고.

그러나 이응복 감독은 원작의 이야기에 반해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괴물을 다루고 있어도 어디까지나 사람의 이야기이며 크리처물 역시 '인간애'를 강조하는 장르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태양의 후예'에선 지진을 일으키고, '도깨비'에선 칼을 꽂고, '미스터 선샤인'에선 비극적 상황을 만들었다는 이응복 감독은 그런 고난이 이번 '스위트홈'에선 괴물로 옮겨간 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스위트홈'에선 사랑할 여력이 없지만 괴물이 좀 통제되고 여력이 생기면 사랑을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크리처물 '스위트홈'을 내놓은 소감은? 좋은 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겁없이 만들었는데 예쁘게 만들어준 분들이 계신 것 같아 뭉클했다. 원작이 훌륭해서 해보고 싶었다. 크리처물이란 그전에 해보지 않은 작업방식을 도입해서 좋았다. 90% 이상이 세트에서 진행됐다. 연기자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기술적 실험, CG 도입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웠던 부분이 많다. 원작 베이스에서 시작하다보미 원작과 드라마의 장르의 차이를 어떻게 나눠서 원작의 기대감, 보지 않은 분들의 호흡을 어떻게 따라가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런 부분이 결합하는 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러브스토리 전문 연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전혀 다른 괴수 크리처물에 도전했다.

"전문성을 인정해 주셔서 감사드린다.(웃음) 러브스토리는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 좋은 소재고 장르라고 생각한다. 크리처 역시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인간애를 담고 있는 장르다. 크리처라는 적대적인 큰 적에 맞서 싸우는 인간 군상의 묘사야말로 아주 큰 카타르시스, 재미와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지금 준비하는 '지리산'은 신비로운 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인간 군상들의 애정, 인간애 사랑도 있다. 좋은 장치로 생각한다. 단지 멜로 로코뿐 아니라 크리처 안에서도 인간을 살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태양의 후예'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지진도 일으키고 '도깨비'는 칼도 꽂고 '미스터 션샤인'은 비극적 상황에 둘을 몰아넣기도 하고. 그것들이 괴물로 옮겨갔다고 봐달라. '스위트홈'에서 직접적 사랑을 할 여력은 없지만 괴물이 좀 통제되고 여력이 생기면 사랑을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 '스위트홈' 스틸. 제공|넷플릭스
-어떻게 웹툰을 드라마화하했나.

"원작을 처음 접한 것은 2018년 '미스터 션샤인'을 11월 12월 정도다. 많이 빠져서 읽었다. 스튜디오 드래곤 피디와 이야기하다 '이거 하고싶어' 이야기가 됐다.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관심을 주셨다. 그렇게 진행이 됐다.

누구나 원작을 베이스로 했을 때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원작이 너무 좋아 시작을 했으니까. 웹툰은 올리는 스릴감이 있다. 미디어가 다르니까 웹툰의 특성과 드라마의 특성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했다. 드라마로 했을 때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10시간이 되지 않는 시간에 전체적 흐름을 어떻게 녹일 것인가. 웹툰 원작에는 괴물 되는 과정, 괴물이 풍성하게 녹아 있는데 방대한 분량을 어떻게 적재적소 녹일까. 또 어떻게 크리처 등장시킬까. 어렵다. 신경을 썼다.

구체적으로는 현수(송강)의 감정라인에 신경을 썼다. 세상의 의미를 잃고 죽으려고 했는데 세상이 먼저 망해버리고, 버티려고 하고 연대감이 생기고 격리된 공간에서 나와 그린홈 주민들과 하나가 되고, 의미없이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친구가 몰랐던 자기 욕망이 발현된다. 가장 하이라이트에 자기 안의 살리고자 하는 욕망이 발현된다. 전체적으로 그런 라인에 신경을 썼다."

▲ '스위트홈'의 이시영. 제공|넷플릭스
-이시영이 연기한 서이경은 원작에 없는 캐릭터다. 임신한다는 설정을 더했는데.

"여러가지 포석을 두고 한 선택이다. 남성 못잖은 강인함이 있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괴물화된 상황을 극복한다. 가장 센 캐릭터임에도 약점(?)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런 요소를 주고 싶었다. 미스터리한 요소이기도 하다. 희망이라고도, 절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운 점을 던져두고 헤쳐가는 과정을 저도 보고싶었다. 시즌2로 만들게 된다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 생각도 했다."

-시즌2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 중인가. 염두에 두고 던진 포석이 더 있나.

"시즌2 논의가 아직 안되고 있다. 지금은 고생한 결과물이 보람있게 나오는지 주시하고 있다. 보람있다면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포석은 드문드문 있다. 완전한 계획은 아니고 상처가 없이 다시 살아난 상욱(이진욱)이라든지, 현수가 발현이 되는데 이런 것들이 어떻게 되나. 던져놓고 궁금한 부분이 있다. 은혁(이도현)은 죽는 장면을 안 보여줬다. 괴물화 징조만 나온다. 그린홈은 무너져내렸을까. 그 안의 은혁은 어떨 것인가 등이 저도 흥미롭게 던져둔 포석이기는 하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영향이 느껴진다. 영향을 준 다른 작품들이 있나.

"봉준호 감독 '괴물'은 너무 훌륭한 작품이다. 너무 좋아한다. 그런 감동과 재미를 주고 싶었다. 인물 갈등 엮이는 부분은 '워킹데드', 미스터리한 사연이 얽히는 부분은 '로스트' 등 고전이라 할 만한 작품을 봤다. 여타 다른 괴물이 나온 크리처물들은 부분적을 봤다. 징그러워서 어떤 건 보자마자 꺼버린 것도 있다. 제 수준에서는 이런 징그러운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바뀌어서 된 것이기 때문에 웹툰 원작으로 보여주려고 한 게 있다."

▲ '스위트홈' 스틸. 제공|넷플릭스
-김설진 안무가는 어떤 식으로 참여했나.

"죄송하게도 너무 고생을 했다. 무브먼트를 지도해 주셨는데, 수시로 많이 이야기했다. 웹툰 원작을 보면서 어떤 움직임이 좋을 것인가,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 것인가, 비주얼적인 표현 부분까지 하나하나 세세히 다뤘다. 뭉크의 그림 '절규'를 현대무용으로 푼 공연을 보고 부탁을 드렸다. 사람인데 괴물처럼 연기하더라. 연근괴물 연기는 사실 분장을 안 씌우고 싶을 만큼 표현력이 좋다. CG가 덜 가미되게 표현되기 위해서 김설진씨 경우는 몇 달 동안 바나나 한두개만 먹고 버니티면서 갈비뼈가 보이게 준비했다. 다른 크리처 무브먼트를 직접 하기도 하고, 모든 과정을 같이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지금껏 한 작품 중 난이도가 최상급이라고 언급했는데.

"괴물을 찍다보면 제가 괴물이 되겠더라. 결과물을 모르고서 CG가 안된 괴물한테 연기를 시키면 이 친구가 발연기를 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완성시키려는 노력 자체가 쉽지 않았다. 촬영단계, CG 후반, 색보정까지 세밀한 터치 하나로 캐릭터가 완전히 변한다. 연근이의 피부색깔, 근육 위의 피부색깔, 색에 마춰서 괴물이 어떻게 붙느냐 등 그런 시뮬레이션 과정은 시간도 걸린다. 연구 개발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 괴물이 가장 힘들었다."

▲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제공|넷플릭스
-욕망으로 괴물이 된다는 설정이 영상으로 옮기기 쉽지는 않았을 텐데.

"자의식적인 상태고. 자기 안의 역망. 형이상학적일 수 있는, 관념적인 것을 어떻게 영상화할까. 고민을 했다. 원작과 매체가 다르다기보니까 영샹의 한계보다는 시청자들이 좋아할까. 그런 부분을 고민했다. 지금도 저에게 숙제다.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정신세계를 어떻게 표현할까. 이 정신세계를 관계로 풀자 한 것이 저의 방식이었다. 내재화된 자기와의 싸움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을 한 것 같다. 저도 원작팬으로서 비주얼로 끄집어내고 싶었다."

-웹툰원작을 영상으로 잘 옮기는 비결이 있나.

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웹툰 원작을 잘 할 수 있을까. 주별로 보는 것과 다른 50분짜리 한 호흡, 연기자들이 앴을 때 싱크로율. 이런 것들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저는 최대한 이야기를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 초반이 웹툰과 비슷하게 진행되는데 원작팸들에 대한 존중이었다. 아쉬운 건 웹툰이 다 나온 상태에서 드라마 시놉을 개발했다면 어땠을까. 시즌을 한 3개로 나누고 세 시즌 정도에 걸쳐서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아마 3~4년 뒤에나 선보였을 것 같다. 그런데 원작 자체가 연재중이었기 때문에 모티브를 따고 초반 구성을 같이하지만 뒤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많은 생각이 오가는데 이번에 느꼈다. 뾰족한 건 없다. 어쨌든 우리나라도 크리처물이라든지 소재적으로 시도가 되는 작품이 나와주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점에서 조금 서둘렀다. 어수룩한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많이 보완해서 우리나라 드라마의 발전이 되는 부분으로 나왔으면 한다."

▲ '스위트홈'의 이진욱. 제공|넷플릭스
-이진욱이 연기한 편상욱 캐릭터는 원작과 차이가 생겼다.

"그린홈 안에 있는 사람들은 괴물이 닥쳤을때 고난의 정도가 다르다. 편상욱은 '세상이 멸망해도 이 한 놈은 처리하겠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괴물화와 상관없이 이미 괴물이 된 사람을 떠올렸다. 원작과는 다를 수 있는 이야기인데 가치관과 세계관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괴물이 된 사람이 괴물을 처단하고 자기 자신을 버리려고 하는데, 괴물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연대감을 통해 동력을 얻는 장치로 인물을 설정했다. 그것이 괴물화를 버티는 상징적인 메타포라고 생각했다."

▲ '스위트홈'의 김남희. 제공|넷플릭스
-김남희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강렬한 악역을 연기했다. 그래서 이번엔 완전히 반대되는 정재헌 역을 맡겼나.

"'도깨비'에선 굉장히 선한 역할이었다. 짧은 순간 단역이었는데 감명받았다. 그래서 '미스터 선샤인'에서 알려지지 않는 악역인 모리 다카시를 맡겼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좋은 반응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걸 반전시키자' 이건 아니고 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 친구도 맡겼다기보다는 오디션을 봤다.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어서 좋은 반응이 있는 것 같다."

-서이경 역 이시영의 환풍구 액션이 인상적이다.

"환풍구 액션은 거의 대역 없이 대역을 할 수 없는 조건이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대역을 쓸 수 없는 조건, 대역을 쓸 수 없는 몸이었다. 부분적인 세트를 지어서 작업을 했다. 촬영을 진행했다."

-시즌2를 제작한다면 원작에서 살리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원작의 팬으로서 다루지 못한 좋은 신들이 있다. 대본을 만들 때 원작이 진행중이었다. 원작의팬으로서 좋은 부분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녹여낼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라든지, 괴물이라든지, 또다른 그린홈이 있을 수 있다. 다 풀지 못한 것은 시즌2에서 반영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스위트홈'의 송강. 제공|넷플릭스
-꽃미남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송강을 주인공 차현수로 캐스팅했다.

"송강이라는 배우가 꽃미남 배우로 나왔던 작품의 감독,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감독의 추천을 받았다. 제가 받은 인상은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극중 현수로 왔더라. 그의 연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잘 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감정을 하나하나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엇다.

그전에도 꽃미남이지만 머리를 덮수룩하게 해도 꽃미남이어서 걔를 지저분하게 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가장 공들인 장면이 뭔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몇가지가 있는데 처음 떠올린 장면은 현수가 1회 엔딩에서 세계가 망한 걸 보는 순간 스스로 괴물이 되면서 코피가 나는 장면이다. 10회 마지막에서 하얗게 정화된 세상에 혼자, 군인들이 즐비한 앞마당으로 나가는 신이 재미있었다.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8회 엔딩에서 그린홈 주민들을 다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재헌의 최후도 만족스러운 신이다.

▲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제공|넷플릭스
-본인이 '스위트홈'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에서도 있다. 재앙을 맞았을 때 나는 저런 선택을 할 것인가. 어려운 것 같다. 닥쳐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상황이라면 저든 누구든 우리가 돼서 누구하나 희생하거나 하지 않을까.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 고난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잠깐 홍보하자면 '지리산'이 그런 이야기다. 저는 솔직히는 잘 못할 것 같다. 응원하겠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