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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논란'도 '연좌제 감싸기'도 문제...하영, 촬영 재개하면 '승산' 있나[이슈S]

작성일: 2026.08.22 21:45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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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 출처 하영 인스타그램
▲ 하영. 출처 하영 인스타그램

[스포티비뉴스=홍혜민 기자] 촬영을 멈추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고, 그대로 방송을 강행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증조부 논란 이후 잠시 휴식을 취했던 배우 하영이 촬영장에 복귀하며 '승산 있습니다' 촬영 현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정작 작품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20일 스포티비뉴스에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촬영과 관련해 "현재 기존 촬영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알려진 뒤 제작진의 배려로 일주일간 촬영을 쉬었던 하영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승산 있습니다'는 전직 변호사이자 현직 사무장인 권백이 이끄는 법률사무소가 승산 없는 사건에 뛰어들어 예상 밖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명랑 코믹 법조 탐정물이다. 이제훈과 하영이 주인공을 맡았으며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다.

▲ 배우 하영. 출처 | KBS2
▲ 배우 하영. 출처 | KBS2

하지만 하영이 최근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에 휩싸이며 작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논란은 하영이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홍보를 위해 출연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자신의 증조부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하영은 당시 4대째 의사 가문이라는 가족사를 소개하며 증조부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한양에서 양의원을 열고 고종을 진료했다고 밝혔다.

집안에 대한 하영의 자랑 섞인 언급은 예기치 못 한 논란으로 번졌다. 방송 이후 하영이 언급한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과 함께 과거 행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안상호가 일본식 생활을 따르며 자신을 일본 사람과 같다고 표현했다는 과거 기록부터 그가 1916년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 조부인 안부호의 과거 국립소록도병원 근무 기록이 알려지며 제기된 한센인 인권유린 가담 의혹 등 가족을 둘러싼 논란거리가 잇따라 '파묘'되며 하영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초 하영 측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튿날 관련 기록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이를 번복했다. 소속사는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하여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고, 하영 역시 자필 사과문을 통해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한 데 대해 반성한다는 뜻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그럼에도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하영이 모델로 등장했던 일부 브랜드 광고 영상은 줄줄이 비공개 처리됐고, 최근 공개된 출연작 '이런 엿같은 사랑'도 관련 콘텐츠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그가 출연을 앞둔 차기작 '승산 있습니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승산 있습니다'가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은 이미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영은 이제훈과 함께 극을 이끄는 주연이다. 현시점에서 배우를 교체한다면 기존 촬영분 상당량을 폐기하고 다시 촬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에 따른 제작비 손실은 물론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의 일정을 재조율하고 촬영 장소와 세트, 후반 작업 등 제작 전반을 다시 맞춰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그렇다고 남은 촬영을 마치고 당초 계획대로 편성을 강행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하영을 향한 비판 여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하영이 출연하는 작품을 보지 않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제작을 완료하는 것과 완성된 작품을 실제 안방극장에 내놓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 상황이다.

물론 일각에는 하영 본인이 아닌 증조부의 행적을 근거로 현재의 활동까지 제약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반론도 존재한다. 가족의 과거를 후손에게까지 책임 지우는 '연좌제'식 비판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영이 증조부의 행적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만큼 배우 개인과 작품을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 '친일 후손'이라는 꼬리표는 대중적 반감을 살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연좌제식 비판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하영의 향후 행보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하영. ⓒ곽혜미 기자
▲ 하영. ⓒ곽혜미 기자

방송 시점도 부담을 더한다. '승산 있습니다'는 당초 내년 2월 26일 첫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계획대로라면 삼일절을 불과 사흘 앞두고 시청자들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증조부의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된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작품을 삼일절 직전에 선보이는 그림 자체가 또 한 번 대중적 반감을 살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는 점까지 맞물리면서 자칫 작품의 내용보다 작품 외적인 논란이 방송 내내 따라붙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속 SBS의 고심 역시 길어지고 있다. SBS는 20일 스포티비뉴스에 "출연 배우와 관련된 최근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현재 제작사 및 관계자들과 함께 다각도로 신중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승산 있습니다'는 SBS가 일찌감치 공을 들여온 기대작이다. 앞서 SBS는 주요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승산 있습니다'를 '김부장'과 함께 차기 기대작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등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주연 이제훈을 필두로 내년 상반기 라인업을 책임질 주요 작품 가운데 하나로 준비해온 만큼, 쉽게 작품을 접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논란을 감수한 채 그대로 내보내기도 난감한 처지가 됐다.

결국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이미 예정된 촬영을 마무리하면서 여론과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다. 하지만 촬영을 끝낸다고 해서 편성이라는 마지막 관문까지 자동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방송을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시청자 반발과 작품에 참여한 수많은 배우·스태프가 감당해야 할 피해, 반대로 편성을 미루거나 무산시켰을 때 발생할 제작비와 기회비용까지 어느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다.

증조부의 친일 행적은 분명 논란이 될 만한 역사적 사안이다. 동시에 그 책임을 후손에게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 역시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어느 한쪽 논리만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그 사이 작품은 이미 상당 부분 만들어졌고, 방송을 기다리는 수많은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혔다. 친일 후손 논란과 연좌제 논쟁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워진 '승산 있습니다'가 내년 상반기 무사히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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