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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8강→AG 우승→국제대회 암흑기 끝? 한국 야구 증명할 일 또 남았다, 프리미어12 뚫어야 올림픽 간다

작성일: 2026.10.01 04:55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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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단이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금메달로 마무리한 뒤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간단한 환영식을 치른 뒤 기념 촬영 및 인터뷰 후 해산했다. ⓒ연합뉴스
▲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단이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금메달로 마무리한 뒤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간단한 환영식을 치른 뒤 기념 촬영 및 인터뷰 후 해산했다. ⓒ연합뉴스
▲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는 선수들. ⓒ 연합뉴스
▲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는 선수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올해만 두 번의 굵직한 국제대회를 치러낸 한국 야구가 이제 다음을 준비한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출전하는 2026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한편, 2027년에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프리미어12가 돌아온다. 4회를 맞이하는 프리미어12는 세계랭킹 상위 12개국이 자동 출전하는 가운데 예선을 거친 4개 팀이 합류한다. 의미도 규모도 전보다 커졌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달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시 도요하시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3-1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마냥 순조로운 금메달은 아니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 맞대결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21일 대만전 승리 덕분에 금메달 결정전 진출은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주말 내내 비가 내려 경기를 치르지 못한 채 순위 결정 방식에 따라 은메달에 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최 측의 우중 경기 강행 덕분에 설욕의 기회가 열렸고, 설욕했다. 류지현 감독은 "이 2주를 위해 인생을 걸었다. 내일 돌아가면 조금 쉬고 싶다"며 후련한 마음을 표현했다.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야구 국제대회에서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6년과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그 사이 2009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전하며 영광의 시대를 보냈던 한국이지만 WBC에서는 2013년 대회부터 2023년 대회까지 3회 연속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15년 초대 대회 우승, 2019년 준우승과 올림픽 티켓 획득 등 그나마 성과를 냈던 프리미어12마저 직전 2024년 대회에서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어느새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 암흑기에 빠져들어 있었다. 

대신 미래를 준비했다. 연령 제한이 있는 국제대회 APBC가 좌초되지 않고 계속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비록 오프닝라운드 탈락이라는 결말을 맞이했지만 2024년 프리미어12 또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출전했다. 이렇게 인내한 시간이 2026년의 성과로 나타났다. 류지현 전임감독 체재로 2026년을 맞이한 한국은 3월 WBC에서 극적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고, 류지현 감독 재신임을 거져 9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다. 

▲ 김도영. 포효. ⓒ 연합뉴스
▲ 김도영. 포효. ⓒ 연합뉴스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윤동희 ⓒ연합뉴스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윤동희 ⓒ연합뉴스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여러 선수들에게 앞으로 더 발전해야한다는 동기부여로 이어진 대회이기도 했다. 지난 프리미어12 우승 팀인 대만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온전한 전력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선수 차출 문제로 프로-아마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부상 등의 이유로 마이너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 선수들의 합류가 줄줄이 불발됐다. 벤치의 구상까지 빗나갔다. 왕옌청(한화)과 린위민(애리조나 산하 트리플A)이 원투펀치를 이뤘지만 이들은 정작 가장 강한 상대인 한국, 일본과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일본은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하며 아시안게임에 사회인 대표팀을 내보냈으나 이들이 '사회인 올스타'급 선수단은 아니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3일 휴식 후 등판한 왼손투수 히구치 신에게 7이닝 동안 단 4안타 무득점에 그쳤다. 히구치는 21일 중국전에서 6이닝 6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는데, 사흘만 쉬고 다시 등판해 한국전에서 더 나은 투구를 했다. 심지어 단 하루만 쉬고 27일 금메달 결정전에 또 선발로 나와 3이닝 1실저점을 기록했다. KBO 올스타급 타선이 변명할 여지가 별로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 경험은 한국 선수들에게 설욕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27일 우승으로 단지 금메달만 얻은 것이 아니라, 야구선수로서 시야를 넓히는 계기까지 얻었다. 김도영은 우승하고도 "금메달을 따서 기분 좋은데 찝찝하다. 감독님 코치님들, 선수들과 팬들께 너무 죄송하다. 나에게 기대한 것이 이거보다는 더 잘 치는 것이었을 거다. 전혀 보답을 하지 못했다. 죄송스럽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표팀 소집 직전까지도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던 윤동희는 "앞으로 대표팀에 윤동희가 필요한 선수라는 말이 들릴 수 있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대표팀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겠다, 이번처럼 오기보다 당당하게 오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에게도 2026년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 계약은 지난 WBC에서 끝이 났고, 8강 진출 성과를 바탕으로 KBSA 심사를 거쳐 아시안게임 감독까지 맡게 됐다. 향후 KBO 구단 재취업 혹은 대표팀 감독 유지라는 선택지가 생길 수도 있다.

지난해 K-베이스볼시리즈를 치를 때는 안현민을 핵심 선수로 꼽으며 'wRC+(조정가중득점생산력)'라는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이유로 드는, 한국의 야구 지도자들에게는 보기 드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결정전에서 수많은 번트 시도로 아웃카운트를 낭비했다. 비로 경기가 일찍 끝날 수도 있었다는 점, 일본 마운드와 한국 타선을 고려했을 때 '초저득점'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해 번트를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야구 팬들이 생각하는 '구식 야구'의 전형을 보여준 장면이라 비판을 받기도 했다. 

▲ 한국 야구 대표팀이 프로도 아닌 일본 사회인 선수를 상대로 9이닝 무득점으로 봉쇄당했다. 그 결과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일본 사회인 팀을 상대로 0-5 무릎을 꿇었다. ⓒ 연합뉴스
▲ 한국 야구 대표팀이 프로도 아닌 일본 사회인 선수를 상대로 9이닝 무득점으로 봉쇄당했다. 그 결과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일본 사회인 팀을 상대로 0-5 무릎을 꿇었다. ⓒ 연합뉴스
▲ 류지현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금메달로 마무리한 뒤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어 대회를 마친 소감을 들려줬다. ⓒ연합뉴스
▲ 류지현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금메달로 마무리한 뒤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어 대회를 마친 소감을 들려줬다. ⓒ연합뉴스

한국은 올해 11월 2002년 이후 출생 혹은 프로 경력 3년 이하인 선수들이 주로 출전하는 APBC를 치른다. 그리고 다음 국제대회가 2027년 프리미어12다. 

이번 프리미어12는 2019년 대회와 마찬가지로 올림픽 예선을 겸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 1장을 놓고 일본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2019년 대회보다 난도가 높아졌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 개최국 자격으로 6장의 올림픽 본선 티켓 가운데 한 장을 자동으로 확보한 상태였다. 한국은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을 뺀 아시아-오세아니아 팀 중에 가장 높은 성적을 필요로 했고, 일본과 결승전에서 만나 준우승했다. 내년 프리미어12에서는 아시아 1위를 해야 한다(오세아니아는 유럽과 경쟁). 메이저리거가 출전하지 않는 대회라 일본과 대만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실상 우승이 필요하다. 

여기서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기회는 한 번 더 온다. 2028년 3월로 예정된 최종 예선이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 전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서 한국이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프리미어12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프로 출전 국제대회에서 일본에 최근 12경기 1무 11패에 그치고 있는 한국이 이번에는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마이너리거가 합류한 대만도 난적이 될 수 있다. 대만은 이미 2024년 프리미어12에서 일본까지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다음 프리미어12는 한국이 올해 보여준 국제대회에서의 성과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WBC에서는 대만에 졌고,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에 졌다. 실패를 바탕으로 성장한 결과물을 확인할 기회다.  

▲ 곽빈 ⓒ연합뉴스
▲ 곽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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