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성정은 엔터톡] 김민희, '홍상수만의 김민희'로 끝나지 않기를…

작성일: 2017.02.19 13:06 성정은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 사진|베를린영화제 영상 캡처

[스포티비스타=성정은 기자] 김민희의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소식이 19일 한국의 아침을 떠들썩하게 깨웠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이날 새벽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 여배우로는 처음 있는 경사다. 은곰상 트로피를 안은 김민희는 웃으며 눈물을 보였고, 홍상수 감독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냈다.

요즘 좋은 소식이라고는 없는 한국에 날아든 낭보다. 블랙리스트가 시커멓게 멍들인 문화계에는 더욱 기쁜 소식이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앞서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강수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김민희가 10년 만에 다시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건만, 들뜬 분위기와 축하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관련 기사마다 부정적인 댓글이 줄을 잇는다. 한 네티즌이 단 '국내 배우가 상 탔는데 이렇게 안기쁜 적은 처음이네'라는 댓글이 김민희의 수상에 대한 국내 분위기를 요약한다.

김민희는 수상 소감으로 홍 감독에게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했고, 이후 수상자 기자회견에서도 동석해준 홍 감독에 대한 존경심 가득한 말말말을 쏟아냈다. "배우로서 좋은 감독과 함께하며 배울 수 있어 경광이었다", "우리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기쁘다", "시나리오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 감독님을 존경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다" 등등. 불륜설에 휩싸여 지탄 받지만 않는다면, 감독으로서도 이보다 더 영광이 있을까 싶은 존경심의 표현이었다.

김민희에게 홍상수 감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으며, 어떻게 생각되는 인물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국내 영화 팬들에게는 축하받지 못했다. 두 사람이 감독과 배우의 선을 넘어,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내용처럼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유명 여배우로 지탄받고 있는 사생활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과 여의 사랑에서 선택은 두 사람의 몫이다. 유부남과 미혼 여성이,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선택하는 것은 두 사람의 문제다. 일반인들의 얘기라면 아마 주위의 손가락질 정도로 끝날 수 있다.

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 두 사람의 선택에 따른 파장은 더 크고 더 위험하며, 그래서 더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조마조마하게 한다. 두 사람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까운 관계"라고 인정했을 뿐, 아직 공개적으로 관계를 밝힌 적이 없다.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그저 세간의 시선을 피할 뿐이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 부끄럽고 당당하지 못함에 대한 스스로의 인정이다.  

김민희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얘기 중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하나는 "상업적인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배우로서 좋은 감독과 함께 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이 영광이었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여주인공의 모습,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가짜나 환상이 아니라 진실된 사랑이다"라는 얘기다.

전자는 배우가 좋은 감독을 만나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위험스럽게 느껴진다. 한국 여배우 중 처음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앞으로도 상업영화가 김민희에게 손을 내밀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업영화는 흥행으로 평가 받는데, 스캔들의 중심에 선 여배우를 쓰기란 어렵다. 김민희 스스로도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포기한게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후자의 멘트는 김민희가 현실과 영화를 경계없이 오가며, 주인공 영희에 녹아들었음을 보여준다. '진실한 사랑' '진짜 사랑', 이런 사랑에 대한 근원적 고민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영화 속 영희나 현실의 김민희 모두 면죄부를 받기 어렵다.

▲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이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사진|베를린영화제 영상 캡처

기자회견에 굳이 동석한 홍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김민희라는게 이유였다. 홍 감독은 재킷을 벗어 김민희에게 입혔다. 감독으로서 황금곰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여우주연상 수상을 지켜보며 스스로도 뿌듯했겠으나 그보다는 자신의 뮤즈 김민희의 수상 자체를 축하하는 마음이 더 커보이는 행동들이었다.

김민희의 수상소감을 봐도, 홍 감독의 태도를 봐도 '홍상수의 김민희'였다. 깍지 낀 손과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그했다.

문제는 이 스캔들이 지속된다면 김민희는 '홍상수만의 김민희'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이다. 홍 감독의 영화에는 김민희가 지금처럼 주연으로 또 출연하면 된다. 또 세계가 인정한 영화, 세계가 인정한 연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다다. 김민희는 청룡영화상과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스캔들의 벽에 갇혀 지내야 한다. 아름답고 젊은 여성으로서도, 세계가 인정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로서도. 홍 감독의 영화 제목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을 넘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처럼 '누구의 여자'가 아닌 배우 김민희로 그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과,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