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프스타 김도혁이 간다.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아산, 유현태 기자] 김도혁은 인천 유나이티드 복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아산 무궁화의 팬들의 사랑에도 감사하지만, 인천이 강등 싸움을 또 다시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역을 13일 앞둔 지난달 30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김도혁을 만났다. 멋지게 머리를 올리고서 인터뷰에 나선 김도혁의 목소리엔 설렘과 책임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1년 반 동안 인천 팬과 떨어져 있던 김도혁은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까? 외모를 별 5개로 평가했을 때 고작 '반 개'라서 '하프스타'라는 별명이 붙었던 김도혁은 그저 인천이 그리울 뿐이다. 어중간하게 '별 2개'를 줄 것이라면 차라리 '하프스타'로 영원히 남고 싶다는 김도혁의 1년 반의 분투기를 들어봤다.

◆ 전역까지 10일: 내적으로도 성장한 613일

김도혁은 8월 12일에 전역한다. 그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했다. 그는 "오늘이 딱 600일째다. 복무 기간이 613일인데 딱 13일 남았더라. 인터뷰 요청이 왔다고 해서 생각하니 600일이나 지났구나, 많은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되돌아보게 되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생각보다 빨랐다. 진짜 값진 시간이었다. 좋은 선수도 많이 만나고 지난해엔 K리그2 우승도 해봤다. 지난해엔 경기도 많이 뛰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강해지고 또 극복할 수 있었다"며 군 생활이 소중했다고 밝혔다.

아산에서 팬들을 만나고, 좋은 동료와 코칭스태프를 만나고, 또 후배들을 만난 것이 김도혁의 큰 수확이었다. 그는 "팬들과 자리하는 행사가 있었다. 저희 테이블에 한 가족이 있었는데 딸 둘에, 아들 하나, 그리고 아버지가 오셨다. 저희를 너무 좋아해주시더라.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해드리고 싶어서 홈 경기에서 보이자마자 유니폼을 벗어서 드렸다. 사인은 나중에 만나서 해드렸다. 땀이 난 거라서 빨아서 다음 주에 오셨더라. 그랬더니 또 고맙다고 손편지도 써주시고. 그 가족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후배들은 물론 유스 팀 선수들까지 살뜰히 챙겼다. 김도혁은 지난 1달 동안 18세 이하 팀 선수들과 만남의 장을 열었다. 김도혁은 "저랑 명주 형, (양)형모, (김)상필이 형, (박)선용이 형 등이 모여서 '아웃라이어'라는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그걸 유지하면서 매주 수요일만에 발표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고 유소년 선수들에게 관심이 가더라"며 조금 특별한 일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김도혁은 유스 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직접 나누며 생각을 키웠다. 그는 "짧은 시간이라 독서 모임은 어렵고 자신의 축구를 되돌아볼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매주 수요일 유소년 팀을 찾아서 축구를 하면서 행복했던 순간이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 감명 깊었던 점을 준비해서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지난주까지 선수들이 전부 발표했다"며 "이 친구들도 성공하는 방법이 뭔지는 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몸으로 느끼지 못해서 실제로 옮기지 못하는 것 같다. 직접 느끼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프로 선수가 된 후배들도 애틋하기는 마찬가지다. 김도혁은 "좋은 동생들이 많다. (오)세훈이도 마음 같아선 인천으로 데려고 가고 싶다. 저희가 나가면 기회를 잡아서 내년에도 아산을 더 잘 이끌어주면 좋겠다. 어찌 보면 기회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항상 말하는 게 '준비를 잘하고 있어라, 우리가 이 팀을 나가면 너희에겐 기회'라고 말한다"며 두고 떠나는 후배들에게 애틋한 정을 내비쳤다.

▲ 살림꾼 김도혁(오른쪽) ⓒ아산 무궁화

◆ 미드필더 왕국에서 살아남기

경기 내적으로도 김도혁에게 아산은 큰 도전이었다. 주세종, 이명주를 비롯해 K리그1에서도 잔뼈가 굵은 미드필더들이 아산에서 활약했다. 김도혁은 아산 합격을 위해 수비수로 지원했다. 2018시즌엔 불과 15경기에 출전했지만 2019시즌엔 절반이 흐른 시점까지 20경기에 나서며 더 많은 기회를 잡았다. 김도혁은 오히려 자신의 경기력을 높이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밝혔다.

김도혁은 "당연히 못 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항상 희망을 가지고 묵묵히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선생님들도 인정해주시고, 동료들도 인정해줬다.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잡을 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산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미드필더와 발을 맞추고, 또 아산의 공격적인 스타일에서 배울 점도 있었다. 김도혁은 "자극이 많이 된다. 많이 배우고 싶었다. 형들 잘하는 게 있으면 몰래라도 봤다. 옆에서 보고 많이 생각했다. 저 장면에서 저런 플레이가 나오는구나, 저기서 접어서 패스를 해주는구나 했다. 비슷한 장면이 나오면 실수를 하더라도 한 번 해보려고 했다. 처음엔 실수하더라고 시간이 흐르니까 또 되더라. 좋은 형들을 만나 축구를 배울 수 있어서 600일이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등을 걱정해야 했던 인천에선 김도혁은 싸워주는 미드필더가 돼야 했다. 반면 아산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김도혁은 "팀에 맞춰서 변하는 게 맞다. 저는 감독님의 스타일에 잘 맞춰주는 선수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님이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인천에 있을 땐 그런(수비적으로 뛰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은 있지만, 여유는 더 있는 것 같다. 주위에 좋은 선수들이 많고 또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니까 아산에 맞게 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많이 보고 배운 선수는 이명주. 김도혁은 "명주 형은 첫째가 전진이라고 말한다. 저를 일깨워줬다. 여유가 없을 땐 공을 빼앗으면 뒤나 옆을 먼저 봤다. 명주 형은 무조건 앞을 봐야 한다고 말하더라. 처음엔 힘들었지만 습관이 되고 몸에 익다보니까 편해지더라. 처음은 앞을 보고 그게 어려우면 옆이나 뒤를 보면 된다. 저를 깨워준 한 마디였던 것 같다. 아이스크림도 사줬다"며 웃었다.

▲ 거수 경례하는 김도혁(오른쪽). 이제 곧 돌아간다. ⓒ인천 유나이티드

◆ 생존왕 인천으로 돌아가는 부담감

아산에서 배운 것을 활용하고 싶은 곳은 이제 곧 복귀할 인천 유나이티드다. 인천은 승점 15점으로 최하위에 처진 상황. 지난 몇 해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도혁은 "도움이 될 방향으로 많이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인천 경기는 많이 보고 있다. 제가 있을 때 (함께 뛰던) (김)진야 나 어린 선수들이 진짜 많이 좋아졌더라. 옆에 있으면 그 친구들 장점을 부각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헌신. 김도혁이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이다. 그는 "포인트에 욕심이 없다. 저보다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 포인트를 많이 올리면 좋겠다. 욕심을 가져보면 1골에 1도움. 포인트 욕심보다는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도 생존하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여전히 강등 싸움이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여러 차례 생존에 성공했던 김도혁의 자신감이다. 김도혁은 "항상 인천은 그렇다. 좋지 않은 것이지만 생존할 거라고 믿고 있다. (제 복귀가)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며 "지난해에 진짜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내는 걸 보면 조급해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마지막에도 4연승을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듯이 인천은 저력이 있다. (저력의 비결이 있다면.)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는 팬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백의종군, 어디든 뛰겠다

어디 포지션이든 팀을 위해 뛰고 싶다. 김도혁은 "팬들이 저를 잘 아신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다. (그동안) 감독님이 바뀌시니까 제 스타일도 변하게 되더라. 어디를 가더라도 제 몫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가도 수비적으로 할 수 있고, 박스 투 박스도 맡기시면 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인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산에서도 그랬다. 왼쪽 라인에서 경기를 다 뛰어봤다"며 자신감도 나타냈다.

김도혁이 특별히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인천 선수는 무고사다. 확실한 골 결정력과 품성이 돋보인다고. 김도혁은 "작년부터 (문)선민이랑, 무고사, 아길라르 있을 때부터 저기 들어가서 같이 녹아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쉽게 많이 나갔다. 무고사는 너무 좋더라. 고루고루 (장점을) 다 갖추고 있다. 인천의 가장 큰 약점이 결정력인데, 무고사는 그게 있다"며 자랑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들 보면 자기한테 안 맞춰주거나 입맛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을 내곤 하는데 무고사는 다른 선수들을 격려해준다. 부노자도 그런 스타일이다. 욱하긴 하는데 선수들 격려를 많이 해준다. 외국인 선수인데도 그렇다. 저도 골 넣고 무고사랑 세리머니를 같이 해보고 싶다"며 무고사의 성격도 맘에 든다고 밝혔다. 

무고사를 살리기 위해선 자신은 철저한 '도우미'가 되어도 좋다는 것이 김도혁의 생각. 그는 "무고사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 제가 잘하는 것보다 무고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맞춰주고 싶다. 아 이게 외국인 선수구나 싶다. 골 감각이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팀에 힘을 보태고 싶은 것은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심어주는 것. 김도혁은 전역 직전인 2017년 팀의 주장을 맡았다. 김도혁은 "선수들이 개개인을 많이 만나서 이야기하려고 생각한다. 다같이 말하는 것보다 1대1로 만나서 고민도 많이 들어줘야 가까워질 수 있고 그래야 경기장에서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이랑 운동 외적 시간에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소통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인천 생각이면 울컥하는 김도혁 ⓒ유현태 기자

◆ 인천 얘기에 울컥, 보고 싶은 인천 팬들

김도혁은 인터뷰 말미 인천 팬들 이야기에 울컥한 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만큼 뜨거운 팬들의 응원에 감사의 마음이 그만큼 크다. 그는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의 SNS에 인천 팬들이 경기 전부터 버스를 맞아주는 영상을 저장해두고 두고두고 돌려본다며 웃었다. 인천 팬 역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김도혁을 기다리고 있다.

김도혁은 "(팬들이 기다리신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대신 남은 군생활을 대신 해주신다거나 간첩을 잡으면 안되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제가 돌아간 뒤에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13경기나 남아 있다. 급하지 않게, 인천답게 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팬들의 성원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부담은 된다. 그렇지만 이 부담감을 안고 경기장에 들어가고 싶다"며 팬들의 응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혁은 인천 팬들에 대한 사랑이 그립다. 그는 "저도 인천이 그리운 이유가 딱 경기를 뛰고 나면, 우리 팀이 이렇게 끈끈하구나 라고 느꼈다. 아산에선 이런 끈끈함은 모르겠다. 인천에서 그랬던 것이 그립다. 제 모든 것, 마음 맞는 선수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랑 모든 걸 다 쏟아내고 싶다. 그걸 하고 싶다. 팬들이 많이 와주셔서 응원해주신다면 다 쏟고 나면 좋은 결과까지 챙기지 않을까 싶다. 복귀하면 8월 18일이 첫 게임일텐데 아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가서 뛴다는 보장은 없지만, 동료들에게 유상철 감독님에게도 인정받아서 끈끈한 인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마음을 표현했다.

무고사는 최근 팬들에게 자신의 응원가를 부탁했다. 김도혁 역시 팀의 원클럽맨이지만 아직 개인 응원가가 없다. 김도혁은 "살짝 서운했다. 저보다 오래 있지 않은 선수들, 경기 출전도 적은 선수들이. 서운하긴 했지만 (응원가가 생긴다는 게) 인정을 받는다는 거구나 싶었다"면서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더 열심히 하겠다. 무고사와 다르게 요청하고 싶진 않다. (응원가는) 팬들이 인정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히 잘하면 때가 됐을 때 불러주시지 않을까 싶다"며 더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아산,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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