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가장 보통의 연애' 지질하든 쿨하든 연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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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아픔을 술로 달래는 광고회사 팀장 재훈(김래원)의 주사는 메신저 폭탄이다. 내손으로 보냈다 믿을 수 없는 문자메시지만 남기고 까맣게 지워진 지난 밤을 후회하는 게 어느덧 일상이다. 출근 첫 날, 매달리는 전남친을 매몰차게 떼어내던 선영(공효진)을 안 그래도 담아뒀던 차에, 그녀가 맞바람을 피웠단 이야기가 들려 귀가 쫑긋한다. 또다시 찾아온 망각의 밤, 그는 무려 2시간을 주절거린 상대가 만난 지 24시간 된 선영이란 통화 기록에 경악한다.
연애에 환상이라곤 없는 선영. 바람 피우곤 맞바람을 운운하는 전남친이 새 회사까지 찾아와 가뜩이나 피곤한데, 또래 팀장 재훈은 사수랍시고 첫 만남에 반말이다. 파혼당한 충격에 만날 술이라기에 넋두리 좀 들어줬더니 딱하긴 한데, 보낸 기억도 안날 문자들을 밤마다 보내온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바람'을 운운하기까지! 점점 신경이 쓰인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제작 영화사 집)는 일로 만난 서른다섯 두 남녀의, 더도 덜도 아닌 보통의 연애 이야기다. 설렐 만큼 설레 봤고, 겪을 만큼 겪어 본 서른 다섯에게 모든 걸 내던지는 운명적 사랑이 '보통의 연애'일 리 없다. 버라이어티한 오피스 라이프 사이, 후회막급의 연애사를 정리하며 펼쳐지는 새로운 연애는 모름지기 쓴맛에서 시작하는 게 제맛. 잘 보이려 꾸밀 생각 없이 투닥거리며 술을 마시다 시작된 '썸'이 '연애'로 이어지는 과정이 톡톡 튀는 터치로 그려졌다.
따져보면, 아무리 고통스럽게 이별했다지만 왜 저러고 있나 싶은 남자 재훈이 바뀌어가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서도 재훈을 알고보면 괜찮은 진국으로 표현한 건 절묘한 포인트. '보통'이라기엔 너무 순수한 남자, '보통'이라기엔 살짝 거침없는 여자 이야기는 그 남자의 시선을 따르면서도 선영에게 페이스 주도권을 맡긴다. 공효진은 제대로 해냈다. 직선적인 걸크러시마저 착착 붙는 공효진, 남자다움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김래원은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다. 공효진의 액션, 김래원의 리액션이 능청스럽고도 리드미컬하다. 큰 사건 없는 에피소드식 구성, 모자라거나 넘치는 순간도 이 호흡이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현실에서 간추린 게 분명한 공감형 에피소드와 속시원한 사이다 대응이 경쾌하게 맞물린 요즘 시대, 요즘 남녀의 연애담. 지질하다가 쿨해지길 반복하는, 내 일 같은 남 일을 지켜보는 맛이 쏠쏠하다. 웃을 수만은 없는 직장생활의 이면은 또 하나의 포인트. 죽을 것 같던 고통도 사실은 그저 '보통'의 연애였다는 토닥임도 위로로 다가온다.
10월 2일 개봉. 러닝타임 109분. 알콜도수가 17도쯤은 되는 15세관람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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