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염혜란은 서울여대 재학 당시 연극동아리를 하며 연기에 눈을 떴다. 제공|에이스팩토리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안방에선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배우 염혜란은 연극계에서는 이미 충분히 인정받은 인물이다.


염혜란은 서울여대 국문과 재학시절 연극동아리를 통해 처음 연기에 눈을 떴다. 연기가 아닌 선배들이 좋아서 시작한 연극이었는데, 어느새 '연극의 맛'에 매료됐다. 당시 염혜란은 낮은 목소리로 인해 남자 역도 맡았다. 다양한 레퍼토리의 발판을 거기서부터 쌓은 듯했다. 국어 교사가 되려 임용고사 준비도 했었지만, 이내 그만두고 우연히 극단 연우무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연극인으로 살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극을 올리는 곳에서 염혜란은 무척 행복했다. 

그는 2004년 제1회 아름다운 연극인상 인기상을 시작으로, 2006년 제42회 동아 연극상 신인연기상, 2010년 서울 연극제 연기상을 받으며 연극계에서도 빠르게 인정받았다. 오정세 또한 오래전 자신이 봤던 연극 속 염혜란이 보여준 인상 깊은 연기를 잊지 못한다. 
▲ 배우 염혜란이 연극에서 TV로 주 활동무대를 옮긴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제공|팬엔터테인먼트

염혜란은 "연극에서는 많이 인정받았다. 상 받기 좋은 작품의 보이는 역을 맡아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너무 빨리 신인상을 받아 나중에 독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그 힘으로 버텼다. 상도 못 받았으면 '진짜 못하나 봐'라고 생각했을 거다"라고 조심히 말했다. 

그는 "과거 연극을 하며 TV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있었다. 영화에 대한 열망도 있었지만, 기회가 안 됐다.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 운이 좋게 기회가 닿아 시작했다"라고 '디어 마이 프렌즈' 출연을 떠올렸다. 

또 "나문희와 함께하는 연극이라 노희경 작가가 보러왔었다. 노희경 작가가 자신이 구상하는 작품에 맞을 것 같다고 해서 '디어 마이 프렌즈'에 출연했다"라고 밝혔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보여준 염혜란의 인상 깊은 연기는 곧바로 다른 작품을 연쇄적으로 불러왔다. 

'도깨비'도 그랬다. 그는 "캐스팅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라며 오디션조차 없이 '은탁 이모'가 됐다고 밝혔다. 염혜란은 "새로운 배우를 구하면서 한창 연극배우를 찾을 때였는데, 그런 시기가 겹쳐 순리대로 된 것 같다.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 배우 염혜란은 이른바 '옹벤저스'와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던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공|팬엔터테인먼트

이번 '동백꽃 필 무렵' 옹산 사람들은 연극계에서는 모두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염혜란은 "다 아는 사람들"이라며 '옹벤저스'를 언급했다. '옹벤저스'로 명명된 옹산 게장 골목의 김선영, 김미화, 이선희, 한예주, 김모아, 오지현 등은 강한 존재감으로 드라마의 주연을 능가하는 조연으로 활약했다. 

그는 "연극계 선후배라 숙소를 따로 정하지 않고 펜션에 모여 자기도 했다고 하더라"라며 "놀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다음 장면에 대해 회의도 하고 그랬다고 하던데 너무 끼고 싶었다. 만날 겨를이 없었다"라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좋아하는 여성 배우는 모두 나왔다. 같이 공연하거나, 사석으로 아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모두 연극에서 날고 기는 배우들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염혜란은 유달리 국내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호흡을 맞췄다. 김은숙, 노희경, 임상춘은 물론 차기작에서는 이경희 작가와 만났다. 

염혜란은 "큰일이 났다. 운이 좋았다. 나는 연극배우가 매체로 넘어와 겪는 어려움을 모두 피해 가는 작품을 했다. 끝을 모르고 연기를 하는 것을 연극배우들이 힘들어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연극은 어떻게 우리가 연기 호흡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하는데 드라마는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이 작가들이 특징이 처음부터 끝이 머릿속에 다 있는 데다 쪽대본이 나온 적도 없다. 일찍 나온다"라며 "좋은 조건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 어려운 점을 피해가니 복을 받았다. 하고 싶은 작품을 하게 돼서 행운"이라고 미소지었다. 
▲ 배우 염혜란은 김은숙, 노희경, 임상춘과 이경희까지 유명 작가들과 줄곧 호흡을 맞췄다. 제공|에이스팩토리

실제의 염혜란은 홍자영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는 "홍자영은 열에 아홉을 가지고도 하나가 없어 불행하다고 하는데 그런 점은 나랑 비슷하다"라며 "가진 것이 많아도 부족한 하나를 생각하며 만족할 줄 모른다. 자영은 남의 인생을 보며 따라 하려고 한다. 내 안의 꽃밭이 있어도 남의 꽃밭을 보는 점이 닮았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난 어른스럽지 못한데 그걸 나 자신이 인정을 못 한다. 돌아보면 과거가 다 창피하고 내 행동이 부끄럽다"라며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날이 창피하고 사랑하지 못한다. 이런 인터뷰도 뒤돌아보면 후회한다. 모자란 나를 인정해야 하는데 되지 않는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염혜란은 자신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욕심'을 들었다. 그는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인데 그때 왜 내가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못 했느냐고 생각하는 욕심"이라며 "'질투는 나의 힘'처럼 내가 이런 부분은 놓지 않고 가려고 한다. 난 모자란 것만 생각이 난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런 그에게 같은 업계 사람들은 큰 힘이 된다. 염혜란은 "동종업계의 사람들이 좋은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연락이 와서 힘이 됐다. 나의 의외성에 대해 칭찬해줬다"라며 "낯설고 신선하며 전형적으로 보이지 않는 캐스팅이 유효하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지지가 굉장히 힘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 배우 염혜란에게 '동백꽃 필 무렵'은 모든 '처음'이 되었다. 제공|에이스팩토리

배우로 활약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는 앞서 같은 길을 걸어간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들이 느꼈을 부담감과 책임감을 다시 생각한다. 

염혜란은 "선배들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연극배우가 매체로 넘어오기 힘들었는데 어렵게 닦아놨다"라며 "여성 캐릭터가 좋다고 하지만, 그렇게 좋아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수요와 공급의 순서는 모르겠지만, 창작자들이 자꾸 반영하려고 한다. 그런 시대에 있다는 것이 복 받은 것 같다. 처음을 뚫은 그런 여성 배우들을 본받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어느새 내가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존재했다. 독립영화를 가면 내가 가장 선배기도 했다. 선배들이 날 이끌어줬는데, 나는 아직 이끌 그릇이 아닌 것 같은데 해야 하니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염혜란의 모든 '처음'이다. 염혜란은 "수많은 처음을 내게 알려준 작품이다. 처음으로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댓글도 받아봤다"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올해가 처음인 것이 많았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낯가림이 심해 처음이 어려운 사람인데 이런 처음은 행복하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려고 애쓴 한해였는데 좋은 보답으로 돌아와서 애쓴 보람이 있다"라고 웃었다. 

부담과 기대와 설렘을 안고 염혜란은 은탁 이모에서 홍자영으로 이제는 하영실로 안방을 찾는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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