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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천문' 마음을 흔드는 웰메이드 사극

작성일: 2019.12.17 12:44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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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마음을 흔드는 드라마. '천문: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이하 '천문')는 열연으로 완성된 웰메이드 사극이다. 역사의 틈새를 채운 드라마와 볼거리가 탄탄하고도 흥미롭다. 대범하고도 다정하다.

조선의 왕 세종과 그가 기꺼이 발탁해 중히 쓴 천민 출신 기술자 장영실이 영화의 8할이다. 천출의 활약이 못마땅했던 신하들은 명나라 사신이 영실이 만든 천문 기구를 문제삼자 옳거니 싶어 왕의 눈치를 살핀다. 세종과 영실의 인연은 2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관심이 넓고도 깊은 왕이 살피던 서역의 책 속 그림, 그 원리를 설명할 수 있던 건 관노 영실뿐. 조선만의 것을 꿈꿨던 왕은 "똑같이 해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우리 식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는 답이 돌아오자 눈을 빛낸다. 자신을 알아본 임금 앞에서 영실 또한 빛나기 시작한다. 가장 높은 곳에서 고독한 길을 가던 리더와 가장 낮은 곳에서 고개를 쳐박고 다니던 천재는 같은 마음으로 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허진호 감독은 장영실이 안여(왕의 가마)가 부서져 곤장을 맞았다는 기록 이후 종적을 감춰버린 데 의문을 품고 '천문'을 시작했다. 인재라면 흠이 있다 해도 거듭해 기용했던 세종이기에 더 의문이 더 컸다 한다. 그리고 뼈대만 있는 역사, 군신의 앙상한 도식에 촘촘히 살을 더하고 촉촉히 감성을 입혔다.

그 결과물은 대범하고도 그럴듯하다. 익히 안다 여겨 온 역사-'신분의 한계를 넘은 천재 왕과 천재 발명가의 극적 만남'에서 한 발을 더 나아간 드라마가 펼쳐진다. 자신을 알아본 세종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은 영실, 만인의 위에 있지만 영실만은 벗으로 삼았던 세종. 영화는 이 둘을 시대와 신분을 넘어 같은 눈높이로 같은 꿈을 꾼 친구이자 동지로 묘사했다. 놀랍게도 멜로드라마가 생각날 만큼 감정의 밀도가 높다.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예와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작품마다 섬세하게 감정의 결을 어루만져 온 감독의 솜씨가 여전하다.

명배우들의 향연은 그 자체만으로 '천문'을 볼 이유가 된다. '쉬리' 이후 20년 만에 만난 최민식과 한석규,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21년 만에 허진호 감독과 함께한 한석규와 신구. 신뢰로 뭉쳐 맘껏 기량을 펼친 명배우의 열연은 근사하다 못해 숨이 막힌다. 

최민식이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본 열정을 먹먹하도록 천진하게 그렸다면, 한석규는 다정한 벗과 서슬퍼런 군왕을 오간다. 최민식의 영실이 파격적인 재해석이라면, 한석규의 세종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3)를 자연스레 소환해 그를 훌쩍 넘어버린다. 고요히 내뱉는 대사만으로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신구는 과연 대가답다. 잠깐 등장하는 허준호의 존재감도 막강하다. 김홍파 오광록을 비롯해 숨통을 튀워주는 임원희 윤제문 김원해 3인방도 빼놓을 수 없다. 이야기가 뭉텅 잘려나간 전여빈이 아쉬울 뿐이다.

드라마 외의 볼거리도 흥미를 더한다. 물시계 자격루의 작동 원리, 천문기구 혼천의의 위용과 사용법, 장영실의 운명을 바꾼 안여사건 등을 공들여 묘사했다. 스크린에서 생생히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영실의 마지막에 대한 영화적 상상력 또한 흥미로우며, 이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친절이 과한 대목도 있지만, 아쉽지 않다. '천문'에는 웰메이드 사극영화의 미덕이 오롯하다.

12월 26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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