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기억법' 주석태 "악역은 부전공…다음을 예상하지 말아주세요"[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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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이 정도면 '악역의 달인'이라 부를 만하다. 주석태의 진가를 소개한 '슬기로운 감빵생활'부터 소름 돋는 반전을 선사한 '붉은 달 푸른 해', 시청자들의 응원 속에 종영한 '그 남자의 기억법'까지, 범죄자, 의사, 스토커 등 다채로운 악의 얼굴을 연기했다. 댄디한 그의 얼굴을 보고도 검은 그림자를 지울 수 없는 건, 주석태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일 터다.
13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극본 김윤주 윤지현, 연출 오현종)에서 주석태는 망상에 빠진 스토커 문성호 역을 맡았다. 문성호는 편의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정서연(이주빈)을 보고 반해 자신과 사랑한다는 망상을 하며 스토커짓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정서연을 죽이면서 이정훈(김동욱)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인물이다.
주석태는 이해도, 동정도 받을 수 없을 스토커 문성호를 연기하며 에너지를 쏟았다. 리얼한 연기를 위해 메이크업을 지우고, 질척한 느낌을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 머리에 오일을 바르며 문성호의 외양을 가다듬었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만난 주석태는 "연기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문성호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저는 저 혼자만의 멜로로 찍었다. 진짜로 서연이가 제 여자친구고, 정훈이의 이상한 생각으로 인해서 죽었지만 저는 원망을 하면서도 끝까지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촬영 당시 문성호는 조금 더 풍성하게 그려진 캐릭터였지만, 스토리 전개상 줄어든 부분이 있다. 과거 정서연을 스토킹한 문성호는 사진작가 지망생이었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현재 여하진을 스토킹한 지현근(지일주)은 성공한 영화 감독이다. 두 명 모두 자신만의 렌즈에 누군가를 담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촬영에서는 이 부분을 살렸지만, 실제 방송분에서는 아쉽게 삭제됐다.
"드라마 내용상 문성호의 이야기가 줄어든 부분이 있어요. 서연이와 만남에서도 문성호가 굉장히 외로웠던 만큼 창문 너머로 깊게 바라보는 모습이 있어요. 문성호는 사실 사진작가 지망생이었는데 꿈꾸던 일이 잘 안돼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던 설정이었어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가 자신만의 피사체인 서연이를 발견하게 된 거죠.
드라마에서 보면 늘 문성호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잖아요. 이정훈이 집에 찾아왔을 때에도 1층에 있는 작업실이 아주 짧게 나오거든요. 지감독과 장면에서도 지감독이 이정훈의 뒷모습을 찍으면 이정훈이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보고, '찰칵' 소리가 나면 제가 찍는 걸로 겹쳐지는 데칼코마니 장면도 있어요."

스토킹 끝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문성호 역은 주석태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주석태는 "이렇게까지 악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스토커라는 알았지만 살인까지 할 줄은"이라고 웃으며 "서연이를 납치하고 나서 발목에 쇠사슬을 묶는 장면이 있다. 그건 저도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석태가 문성호를 더 소름돋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믿어준 감독 덕분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오현종 PD는 주석태가 생각하고 그리는 대로 문성호를 연기할 수 있도록 빈칸을 열어뒀다. 병원을 탈출한 후 정서연이 잠들어 있는 납골당에서 유골함을 훔치고, 그 유골함에 애틋하게 키스하는 장면 역시 주석태의 애드리브다. 주석태는 "왠지 그 장면에서 유골함에 꼭 키스를 해야 할 것 같더라"며 "제가 키스를 하니까 '정말 미쳤다'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감독님이 제 애드리브를 적극 수용해 주신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박해수의 머리에 각목을 꽂아넣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 염반장 이후로 '붉은 달 푸른 해', '더 뱅커', '그 남자의 기억법'까지 약 3년간 '악역 한 길'을 걸었다. 한 회를 마칠 때마다 쏟아지는 욕과 악플은 그만큼 캐릭터를 잘 해냈다는 뜻이기에 주석태에게는 연기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주석태는 "더 센 욕이 올수록 감사하다. 이름을 쳐보면 포털 사이트 TV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반응은 욕이 거의 다"라며 "'국민 밉상'이라는 얘기도 있더라. 사실 작품에 주연과 조연이 있는데, 저는 조연을 담당한다. 조연은 주연을 도와주거나, 혹은 주연과 대립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대립한다는 건 어깨를 동등히 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제게 그만큼의 역할을 하사해 주신 거니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줄곧 악역을 연기하고 있지만, 사실 주석태는 2006년 영화 '구세주'로 데뷔한 이후 대부분 선한 캐릭터를 도맡아왔다. 스스로 선한 역이 전공, 악한 역이 부전공이라고 할 정도다. 그는 "단편영화, 공연 등 굳이 따지자면 거의 선한 역을 맡아왔다. 전공이 선역, 부전공이 악역이었는데 지금 전공 대신 부전공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자신감처럼 지금의 주석태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연습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물론 악역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180도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크다. 주석태는 "다른 걸 보여주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주석태의 다음을 기대는 해주시되 예상은 하지 말아달라"고 파격 변신을 예고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신스틸러'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그는 '뼈우'(뼛속까지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뼈그맨'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듯 날 때부터 배우의 운명이 정해진 것 같은 '뼈우'가 되는 것이 꿈이란다. 주석태는 "시간이 나면 지하 연습실에 모여 대본을 가지고 토론도 하고, 공부도 하고, 공연도 올린다. 작은 공연 연출도 한 적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계속 하고 싶다. 늘 연기하는 배우들끼리 '뼈우'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대중에게도 '뼈우'라고 불리고 싶다"고 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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