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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진의 연예흥신소]유행하면 버려지는 '밈'의 세계

작성일: 2020.06.13 16:00 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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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깡'. 출처ㅣ깡 뮤직비디오 캡처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최근 연예계는 '밈'을 기반으로 굴러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패러디 콘텐츠로 시작해 최근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비의 '깡'까지, 커뮤니티에서 메이저 방송국로 올라온 온라인 밈이 연예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학술 용어에서 파생된 '밈'(meme)이란 온라인에서 패러디되고 유행하는 특정 요소 혹은 콘텐츠를 말한다. 가까운 예로는 김영철의 '사딸라', 권상우의 '소라게 연기', 전광렬의 크림빵 먹는 연기, 박미경의 '백수단 선배님' 등이다. 각각의 웃음 포인트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던 여러 명장면들이 '밈'화 되면서 점차 누리꾼들의 패러디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밈은 '아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웃음 포인트'가 핵심이다. 해당 밈이 유행하기까지의 맥락을 사전정보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곳곳에서 인용하며 활용되는 영역을 넓혀나간다. 이 웃음코드를 즐기는 이들은 커뮤니티에 알음알음 모여 문제점을 뜯고 맛보고 '왜 우스꽝스러운지'에 대한 농담 섞인 토론을 벌인다. 국내 누리꾼들은 특유의 해학이 담긴 유머러스한 댓글로 2차, 3차 화제를 키우며 말장난 문화를 온라인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 비 '깡' 뮤직비디오 캡처.

○메이저 시장에 등판한 '깡'

예를 들어 '깡'은 발매 당시엔 화제성이 거의 없었다. 이후 비의 실력을 아까워하는 많은 팬들이 '깡'의 문제점들을 구구절절 지적했고, 여고생 유튜버 호박전시현 등이 패러디 영상을 올리면서 다소 허술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묘한 매력으로 폭발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조롱에서 패러디를 거쳐 인기요소가 된 '깡'의 화제성에는 직접 놀려본 사람만이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포인트가 존재한다. 가요계를 휩쓸었던 비의 빛나는 커리어, 여전히 뛰어난 피지컬과 춤 실력까지. 그를 향한 기대치를 배경지식으로 깔아둔 상태에서 맞이한 '깡'이라는 다소 올드한 제목의 신곡이 사람들에게 아쉬움 이상의 미묘한 감정을 안겨줬던 것이 주효했다.

▲ 한 누리꾼이 유튜브 댓글에 적은 비 시무20조. 출처ㅣ유튜브 캡처

이후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참패, '차에 타봐' 등 트렌드와는 정반대를 향해 달려나가는 곡들이 추가 발굴되면서 놀림은 극에 달했다. 누리꾼들은 민망할 정도로 촌스러운 자의식 과잉 가사, 의도를 알 수 없는 바닥을 기는 안무, 이름 박힌 모자 얼굴 가리개, 어깨 뽕 등 과한 스타일링, 지나치게 익살스러움을 강조한 제스처 등을 낱낱이 지적했다. 비를 향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안타까운 감정을 기반으로 조롱과 조언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밈'으로 발전한 것이다.

▲ 화제를 모았던 비 '깡'과 '차에 타봐' 가사. 출처ㅣ멜론 캡처

○온라인 밈, 지우고 싶은 흑역사→메이저 발판

밈 중에는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처럼 긍정적인 유머로만 소비되는 경우도 있지만, 각종 밈이 유행하던 초기에는 대부분 당사자가 알면 민망하고 창피할 수 있는 흑역사 취급을 받았다. 조롱거리를 언급하는 일이 자칫 당사자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어 오프라인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행위가 배려가 부족하고 눈치없는 일 취급까지 받았다. '깡' 열풍을 메이저로 끌어올린 MBC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비에게 "너 괜찮아? 겉으로 괜찮은 척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대중은 이미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밈'으로 화제가 된 스타들이 CF에서 각광받고 예능 프로그램에 소환돼 제2의 전성기를 톡톡히 누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 트렌드에 발빠른 이들은 운 좋게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밈' 대열에 합류하길 은근히 바라는 분위기다. 예전처럼 놀림받고 끝나는 시대가 아닌 '요즘 인터넷에서 난리난 그거'로 불리면서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애란의 '백세인생'처럼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해 이례적인 사건이 됐던 '밈'의 메이저화는 요새 '무조건 되는 콘텐츠'로 분류되고, 민망한 흑역사가 아닌 '곧 뜨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 '깡' 조롱 여론에 비를 걱정한 이효리. 출처ㅣ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소수가 열광한 '밈', 메이저 되면 생명력 '끝'

그러나 '밈'은 특성을 정확히 알아야 덕을 볼 수 있다. 유명해지는 순간 생명력 끝이라는 독특한 성질이 있어서다. 일찌감치 터지기 직전의 밈을 알아채고 숟가락을 얹어야 수혜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이미 유행이 시작된 뒤에 합류했을 땐 진정한 웃음 포인트를 공유했다고 보기 어렵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지상파로 진출한 '깡'의 조롱 여론은 이제 대박 여론으로 뒤집혔다. 요즘 가장 트렌디하다는 래퍼들이 모여 인공호흡 리믹스로 음원차트 1위를 하는가하면, 타고난 예능감의 소유자 이효리의 센스 넘치는 입담으로 날개를 달았다. 이쯤되니 심지어 놀림에서 탄생한 것이 아닌 '뒤늦게 빛을 본 대박 노래'라는 기억조작 리액션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렇게 '깡'이 대중적인 코드로 자리잡으면서 반대로 처음 '깡' 유행을 주도했던 누리꾼들에게는 수명을 다한 밈이 됐다. '1일 1깡'이 뉴스에 등장하고, 유재석이 언급하고, '바빠진' 후배들의 리믹스가 음원 차트 1위를 하고, 비 매니저 전화기가 각종 섭외들로 조용할 날이 없고, 나 '비' 효과로 비가 새우'깡' CF를 찍기로 한 순간 모든 놀이는 끝이 난 셈이다.

▲ 화려한 조명이 감싼 박재범. 출처ㅣ하이어뮤직 '깡' 리믹스 뮤직비디오 캡처.

'깡' 뜨자 다음 타자 찾아 나섰다

애초에 밈의 유행은 패러디 요소의 '우연한 발견'과 소수 인원이 열광하며 이를 대세로 확장시켜나가는 재미가 핵심이다. 그렇기에 이미 모두가 아는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잡는 순간 밈으로서 주던 재미가 사라지는 셈이다. 뒤늦게 유입된 이들은 선발대가 남긴 신선한 웃음 포인트를 한동안 열렬하게 즐기지만, 한바퀴 방송을 타고나면 급속도로 시들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수많은 밈들을 발굴해낸 불특정 다수의 누리꾼 무리들은 이제 '깡'을 뒤로하고 새로운 밈을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여러 후보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우연히 탄생하는' 밈의 특성상 밈에서부터 발화되는 새로운 트렌드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밈은 특별히 콘텐츠의 특성을 타지 않고 비결이나 유별난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억지로는 만들어질 수 없고, 생명력도 짧다. '깡'처럼 조롱을 받았던 여러 노래들이 있지만 모두가 '깡'처럼 뜨진 못한 이유다.

밈은 이제 대중성을 예견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소수의 웃음거리에서 메이저 시장의 대표 콘텐츠로, '깡'이 증명한 확장성이 그 증거다. 밈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트렌드에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음 트렌드는 어떤 밈에서 터질까. 눈치 빠른 누군가들은 이미 제2의 '깡' 열풍에 올라탈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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