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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닌 가슴으로" '승리호' 김태리, '쭈구리' 고백부터 韓SF 도전까지[인터뷰S]

작성일: 2021.02.15 15:11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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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의 김태리.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최초라는 말이 주는 설렘이 컸어요."

최근 넷플릭스로 공개돼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영화 최초의 우주SF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 제작 영화사비단길)는 김태리의 도전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 이후 5년, 영화 '1987'(2017), '리틀 포레스트'(2018),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을 거치며 이제 믿음을 주는 배우로 성장한 그녀는 그 설렘에 끌려 한국 SF의 첫 도전과 함께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논리적으로도 따져보지만 김태리가 작품을 선택하는 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아 이건 하고 싶어' 하면 선택하는 것 같아요."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수차례 연기되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행을 택한 '승리호'는 이달 초 첫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연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탄탄한 세계관, 흠 잡을 데 없는 비주얼 역시 화제였다.

그 세계적 호응에 대해 김태리는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조성희 감독이 오랜 시간 준비한 영화라 큰 호응을 얻어 기쁘고 행복하다. 함께한 동료들과 만날 때마다 자축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오래 기다렸다"며 "완성 이후 불확실한 상황이 길었는데 넷플릭스로 공개돼 한국은 물론 외국 관객에게 인사드리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너무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어요. 송중기 선배가 기자분에게 들었다며 전해주셨는데, 영화 중반쯤이 지났을 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가슴이 벅차서…. 다들 처음이었잖아요. 거기 있는 사람이 다들 정말 베테랑인데 이건 처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열심히 하는 거예요. '승리호'의 네 명이 가족처럼 '야 이거 어떻게 해' 하듯 굴러갔어요. 뭔가 뿌듯하기도 하더라고요."

김태리는 '승리호' 이후 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 촬영에 나선다. 태동하는 한국의 SF 대작에 연이어 참여하는 셈이다. 김태리는 "이건 너무 감사한 지점"이라며 "어떤 새로운 장르가 한국영화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제가 2개나 되는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이 감개무량하고 행복하다. 진심으로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이 순간에 배우를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것이고, 그냥 기쁠 따름이다"라며 " '외계인'도 나오면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실 텐데 '승리호'를 선택했을 때처럼 제 얼굴로 그런 장르 스크린 안에 존재한다면 어떤 얼굴일까, 인물일까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했다.

▲ '승리호'의 김태리. 제공|넷플릭스
그는 '승리호'가 세계에서 사랑받은 이유로 "한국적"인 차별점을 꼽았다. 김태리는 "SF를 즐겨 보지만 서양 SF라고 하면 하얀 은색, 진지한 느낌이 떠오른다"며 "우리 영화는 우리 정서가 녹아있달까. 한국적이이다"고 밝혔다. 그는 "우주복이라고 하기 힘든 다 떨어져나간 옷을 입고 음식에는 케찹 발라서 먹는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지구에서 쓸 것 같은데 해진 것들로 채워져 있다"면서 "조성희 감독이 큰 걸음을 간 것 같다. 앞으로도 우주로 나가는 영화가 만들어질텐데, 첫 걸음으로서 부족하지 않은 큰 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장르영화 SF 우주는 먼 이야기잖아요. 그런 데서 우주선에 발붙이기 어려운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4개월을 바짝 열심히 찍었거든요. 숙소에 같이 머무니까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가 지금 장르라는 것에 너무 속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건 2092년이라고 하고 우주라고 해도 이건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지구라는 어떤 집에 머무는 가족이고 가족애가 드러나기만 하면 이야기는 알아서 굴러갈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유해진 선배가 많이 해주셨어요. 우주영화라고 멀게만 느낄 것이 아니라 어차피 사람 이야기, 그런 식으로 접근해가면 좋겠다 했어요."

▲ '승리호'의 김태리. 제공|넷플릭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 빠른 상황 판단력과 실행력, 거침없는 말투와 두둑한 배짱까지. 김태리가 연기한 '승리호'의 리더 장선장의 매력도 상당하다. 거친 욕설을 서슴지 않으며, 빨간 가죽재킷과 빈티지 의상, 올백머리와 보잉선글라스 등 스타일도 독특하다. 기존과 다른 '파격'에 김태리는 "그런 면이 끌렸다. 제 이미지와 상반되는, 쉽게 상상이 안 되는 부분이 도전이었다"고 했다. 여느 여전사 이미지와는 다른 김태리가 시너지를 낼 것 같다는 조성희 감독의 말을 믿었단다.

김태리는 장선장에게 배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며 "마이웨이"라고 답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너무 배우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흔들림 없는 사람, 당당하다고 좋은 말씀 해주시지만 제가 그렇게 당당하고 그렇지 않다. 되게 '쭈구리'하다"고 고백하며 "어느 순간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쓸데없는지 아는 시선을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선장은 '승리호' 팀에서 유일한 여성 캐릭터이기도 하다. 김태리는 "단 한 명의 여성 캐릭터로 어떻게 접근했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부분을 '단 한명의 여성 캐릭터니까 이렇게 해야돼, 저렇게 해야돼'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냥 우리는 다같이 사람이고 인간이고 거기에 놓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김태리는 영화에는 잘 설명되지 않았던 장선장의 전사(前史)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태리에 따르면 극중 거대 우주개발기업 UTS에서 엘리트로 분류돼 키워진 아이다. 군사무기를 개발하는 등 핵심적인 일도 하다가 그 안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겪고 이 안으로 뛰쳐나와 자신만의 조직을 꾸려 UST 지도자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를 잡으려 했고, 그것이 실패하자 좌절한 채 승리호와 몸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쩌면 '1987'의 연희처럼" 부조리에 뛰쳐나온 캐릭터라고 장선장을 설명한 김태리는 "전사가 짧아 아쉽기는 한데, 영화 전체의 흐름과 완결성 통일성을 위해 그렇게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장선장 캐릭터는 대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인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큰 신념이 있달까. 다른 인물들은 변해가는 성장과정이 보인다면 장선장은 처음부터 정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고 밝혔다.

▲ '승리호'의 김태리. 제공|넷플릭스
장선장이 뭔가를 홀로 이루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이뤄간다는 점 역시 김태리가 매력을 느낀 부분. 송중기, 유해진, 진선규 등 승리호의 팀원들은 그만큼 소중했다. 특히 '1987'에서 삼촌-조카로 만났던 유해진과는 이번이 2번째 만남. 유해진은 어엿한 승리호의 선원인 로봇 업동이 역을 맡아 모션캡처와 목소리 연기를 해냈다.

김태리는 유해진에 대해 "놀라운 배우였다"고 말했다. "'1987'때도 느꼈는데 '승리호' 때는 더했다. 사람 아닌 로봇인 업동이 캐릭터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온전히 유해진 선배의 몫이었다"며 "저는 온전히 각본 안에서 움직였는데 선배는 얼마나 유쾌하고 신선한 캐릭터를 만드셨는지, 장르를 벗어나자는 말을 하신 해진 선배가 캐릭터를 벗어났다"고 혀를 내둘렀다.

'승리호'로 처음 만나 송중기, 진선규와도 즐겁게 촬영했단다. 연극 무대에서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보여줘야 하는 동작을 정확히 보여주되 가볍게, 또 다치지 않게 해내는 진선규가 놀라웠다면, 송중기에게선 어른스러움을 느꼈다고. 1990년생인 김태리는 5살 위인 송중기에 대해 "저랑 나이 차이가 많지 않다. 그런데 정말 어른같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며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화합하면서 조화롭게 사람들을 아우르더라. 제가 장선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중기오빠야 말로 선장에 어울리는 큰 사람이라는 걸 작업하면서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 '승리호'의 김태리. 제공|넷플릭스
데뷔 이후 모든 출연작을 성공시키며 '꽃길'을 걸어온 김태리. 그는 자신에 대한 무거운 기대, 성공에 대한 부담을 '승리호'와 함께 크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김태리는 "'아가씨'를 찍고 나선 정말 부담감이 없었다. 왜냐면 내가 잘 못할 걸 알고 있고 다음에 만나게 될 작품도 사실 나만의 힘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굉장히 잘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것이 당연했다. 부담감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틀 포레스트', '1987'을 할 때도 '저 자신이 잘해야 한다'는 고민이 컸단다. 김태리는 "그런데 그것이 '승리호' 때 많이 왔다"며 "크게 부담을 느꼈다. '아니 왜 나를 캐스팅하셨지' 할 정도로 정말 부담이 됐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부담들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해오는 대로 내적으로 시나리오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자. 지금 다가오는 것을 열심히 해내자. '으쌰으쌰' 해나가려고 합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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