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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낙원의 밤' 아름답고도 황량한 누아르

작성일: 2021.04.08 08:00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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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낙원의 밤'.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낙원의 밤'은 아름답고도 황량하다. 검푸른 피가 낭자한 세계, 그들이 이따금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제주의 절경은 그저 무심하다.

경쟁 조직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한 조폭 태구(엄태구)는 때문에 사랑하는 누나와 조카를 잃는다. 잔혹한 복수를 감행한 그는 해외 도피를 준비하며 제주도에 갔다가 마중나온 재연(전여빈)과 만난다. 까칠하고 건방지기 이를 데 없는 총잡이인 그녀는 시한부를 선고받은 처지다. 남은 시간도,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진 둘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린다. 설상가상 태구를 처단하겠다는 마이사(차승원)가 제주에 도착한다.

조직에 잠입한 형사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신세계'(2013)로 범죄 느와르 영화의 힘을 보여줬던 박훈정 감독은 조금 다른 시도를 했다. 능숙한 이야기꾼인 그의 신작 '낙원의 밤'은 촘촘한 스토리보다 비극의 정서에 기댄 느와르다. 비정한 조폭, 음모와 배신, 잔혹한 살육, 시한부 여주인공, 부서져버린 청춘은 하나하나 새로울 것 없는 테마들. 감독은 이 느와르의 클리셰들 아름다운 풍광 속에 펼쳐 짙은 허무가 밴 멜로드라마로 풀어내는 솜씨를 보여준다. 별 말 없이 인물의 황량한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다가 강렬하게 폭발시킨다.

영락없는 비련의 주인공도, 포스 충만한 빌런도 맞부딪치면 일상의 언어와 반응으로 전형을 깨뜨리는 점이 이채롭다. 마지막 5분이 폭발하듯 강렬한 마무리를 짓는데, 감독의 전작 '마녀'(2018)와의 비교도 흥미롭다.

배우 엄태구와 전여빈이 두 주인공을 맡았다. 쇳소리 섞인 중저음으로 안타까움을 유발하는 엄태구, 세상에 미련이라곤 없는 여인을 담당하게 그린 전여빈은 확실히 중심을 잡는다. 이유있는 조폭 마이사 역의 차승원은 적은 분량으로도 입체적 캐릭터를 보여준다. 태구의 보스 양사장 역 박호산 또한 인상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제주도는 영화의 배경을 넘어선 또다른 주인공이다. 검붉은 피가 뿌려지는 비극 속에서도 여전히 야자수가 나부끼고 파도에 모래가 부서지는 푸른 빛 낙원은 영화의 무드 자체가 된다. 동시에 삶의 끝에 몰린 인물들과 대비를 이룬다. 넓은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공식 초청작.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머뭇거림 없는 피칠갑 액션을 담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다. 러닝타임 131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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