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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빛나는 순간' 33살차 파격 멜로, 그 너머의 진심

작성일: 2021.06.16 08:00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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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빛나는 순간'. 제공|명필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고두심 지현우 주연의 영화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 제작 명필름 웬에버스튜디오)는 장르부터 멜로드라마를 내세웠다. 두 사람의 나이는 33살차. 그 자체로 시선을 붙드는 파격의 멜로지만, '빛나는 순간'의 힘은 그 파격에 그치지 않는다.

진옥(고두심)은 성질도 물질도 이길 사람이 없는 제주의 해녀다. 무엇보다도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세계에서 제일 간다. 그녀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이 촬영을 제안하지만, 진옥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도가도 못 하던 경훈은 진옥의 주위를 맴돌고, 어느날 바다에 빠진 경훈을 구해낸 진옥은 그가 지닌 마음의 상처를 느낀다. 조금씩 진옥이 마음을 여는 사이, 경훈 역시 제주의 해녀에게, 진옥의 삶에 조금씩 발을 디딘다. 그들의 사이에 전에 없던 감정이 생겨난다.

진옥을 처음 만난 경훈은 그녀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빛나는 순간'은 노년에 접어든 해녀가 아들뻘을 넘어 손자뻘의 남자와 그려낸 파격과 금기의 멜로다. 여인이 아니라 해녀, 여자가 아니라 할머니로 불리는 70살 해녀의 멜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다. 영화의 미덕은 파격적 소재를 넘어선다. 말 못할 외로움을 지닌 두 사람이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 그 상처를 어루만질 때, 참고 또 참았던 울음을 오직 그 앞에서만 토해낼 때, 위로의 얼굴을 한 사랑이 고개를 든다.

소수자의 이야기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소준문 감독은 그 과정을 놀랍도록 담담하고도 설득력있게 그렸다. 비록 세상은 이해하지 못할 지라도, 붉은 꽃과 초록 잎이 만날 길 없는 상사화라 해도 그들만이 알고 있을 '빛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힘있게 말한다. 둘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주저하지 않고 숨막히는 순간을 담았다.

▲ 영화 '빛나는 순간'. 제공|명필름
제주라는 공간, 그 속의 여인에 대한 사려깊은 접근이 바탕이다. 그 중심에 고두심이 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실제로 올해 일흔이 된 그녀는 "고두심이 곧 제주도고 고두심의 얼굴에 제주의 풍광이 담겼다"는 감독의 설득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고두심은 감독의 믿음에 걸맞은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마치 처음부터 제주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사랑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다에서 평생을 보낸 여인이었던 것처럼 진옥에게 녹아든다. 깊고 섬세한 표정으로 억척스런 해녀이자 고운 여인이기도 한 진옥을 그려내는가 하면, 직접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물질까지 해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화면 가득 그녀의 얼굴만이 담긴 롱테이크는 고두심이 얼마나 강력한 배우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녀의 마음에 깊이 다가간 연하의 다큐PD가 된 지현우 또한 섬세한 표현으로 통념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를 설득해 낸다.

쏟아지는 빛과 함께 담긴 제주의 풍광은 그 모두를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다. 깊은 한을 숨과 함께 삼킨 사람들이 산과 바다, 아름다움과 척박함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그 곳에서, 노년의 해녀와 젊은 도시 남자의는 세대와 환경을 넘어서 이해하고 위로하고 치유를 받는다.

6월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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