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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디그롬이 누웠다… NL 사이영, '슈퍼 거북이'들이 달린다

작성일: 2021.08.05 06: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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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으로 사이영상 도전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제이콥 디그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1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는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경주에서 토끼 한 마리가 일찌감치 치고 나갔다.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그 주인공이었다.

실점은커녕 안타조차 잘 허용하지 않았다. 6월 일정이 끝났을 때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은 0.67(13경기)에 불과했다. 선발투수가 시속 100마일(161㎞)의 공을 밥 먹듯이 던지는 모습은 차라리 경악 그 자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그롬이 메이저리그(MLB) 평균자책점 역사를 다시 쓸 것이라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계속해서 팔과 상체의 잔부상으로 고전하던 디그롬이었다. 기량은 검증이 됐는데 몸 상태가 관건이었다. 너무 강한 공을 던진 탓일까. 디그롬의 몸은 결국 탈이 났다. 7월 19일, 전완근 부상으로 이탈했고 팔꿈치에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4일(한국시간)에는 8월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었던 디그롬은 자신에게 걸었던 기대치가 컸는지 실망스럽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다만 디그롬은 올해 15경기에서 92이닝을 던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 중이다. 다만 7월 일정의 절반과 8월 일정의 상당수를 다 날리면 규정이닝 진입이 어려워진다. 불펜투수가 아닌 이상, 규정이닝을 못 채운 선발투수가 사이영상에 도전하는 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 사이 디그롬을 묵묵히 따라가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추월에 성공했다. 디그롬이라는 ‘토끼’와 비교돼서 그렇지, 이들도 그냥 거북이가 아닌 ‘슈퍼 거북이’들이다. 디그롬의 이탈이 길어질수록 추월하는 선수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그 추월 주자들의 차이도 박빙이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세이버매트리션 톰 탱고가 고안한 사이영상 예측 모델에 따르면, 4일 현재 내셔널리그 1위는 62.2점의 워커 뷸러(LA 다저스)다. 뷸러는 벌써 11승을 거뒀고, 이닝(141⅔이닝)과 탈삼진(144개)에서도 남부럽지 않다. 다저스에 또 하나의 사이영상을 가져다 줄 기대주로 뽑힌다. 하지만 뷸러만 있는 게 아니다. 근처에 경쟁자들이 많다.

소리소문 없이, 꾸준히 성과를 쌓고 있는 잭 휠러(필라델피아)는 57.5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뷸러와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 승수(9승)가 조금 떨어질 뿐, 오히려 소화이닝(147이닝)과 탈삼진(170개)은 뷸러보다도 낫다. 

브랜든 우드러프(밀워키)는 54.9점, 케빈 가우스먼(샌프란시스코)은 54.1점으로 역시 사정거리 안에 있다. 네 선수는 한 경기 부진 혹은 역투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처지다. 네 선수 모두 아직 사이영상 경력은 없다. 어떤 선수가 사이영상에 먼저 다가설지, 혹은 다른 의외의 선수가 나올지, 또는 디그롬이 미친 듯한 부활 레이스로 대세를 다시 돌려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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