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최선의 삶', 우리가 기억하는 잔잔한 감정의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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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은 누구나 지나온 18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 시절의 미묘한 감정을 담은 작품이다. 청소년들의 방황을 담았고, 자극적인 설정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비슷한 연령대를 다룬 몇몇 작품들처럼 폭력을 전시하듯 묘사한 연출과는 결이 다른 감정선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영화는 감독 이름처럼 열여덟 강이(방민아), 아람(심달기), 소영(한성민)의 '우정'을 주제로 한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학창시절을 보낸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봄직한 감정과 기억의 편린들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여고 절친인 세 사람은 극과 극의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람은 이들 무리에 속해있으면서도 어딘가 붕 떠있는, 궤도 바깥을 맴도는 아웃사이더다. 소영은 친구들이 인정하는 예쁜 외모, 큰 키에 뛰어난 성적, 유복한 집안을 가졌다. 학교에서도 유독 예쁨 받는 학생으로 세 친구 사이에서도 리더 격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 두 친구 사이에서 친구들과 함께라면 그저 좋은 평범한 주인공 강이의 시선을 따라간다.
어느 날 지루한 일상을 견디다 못한 소영은 두 친구에게 가출을 제안하고,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해왔던 잘난 친구 소영이었기에 이들은 흔쾌히 대전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그러나 돈도 없고 잘 곳 없는 10대 소녀들의 삶이란 뻔하게도 금세 비참해지고 만다. 아찔한 위험들이 이어지고 결국은 소영이 챙겨왔던 카드를 사용해 반지하 방을 구해 모여 눕는다.
이상과는 달리 녹록치 않은 가출 생활에 세 친구는 점차 지쳐간다. 아람은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로 향하고, 열대야에 잠 못이루던 소영과 강이는 더위와 분위기에 취해 예상치 못한 스킨십을 나누게 된다. 이후 소영은 스스로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해 분노하고, 그런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강이에게 되려 거세게 화풀이를 한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균열은 결국 일탈을 마무리하고 집과 학교로 돌아온 세 친구의 관계 파탄으로 이어진다. 그 날 벌어진 일을 부정하며 강이를 적대하기 시작한 소영의 괴롭힘이 시작되고, 예전처럼 친구들과 함께이고 싶은 강이는 답답한 집안 사정과 틀어진 소영과의 관계 때문에 점차 무너져 간다. 허공을 부유하는 듯한 인물인 아람은 두 사람의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갈등을 격화시키며 강이의 삶의 경로를 틀어놓고야 만다.
특징적인 이미지를 가진 두 친구들 사이 평범한 인물인 강이는 수동적이기도, 나약하기도 한 인상을 준다. 캐릭터가 선명하지 않은데도 극적인 변화를 보여야 하는 만큼 해석과 표현이 쉽지 않은 인물이다. 다행히 방민아는 등장부터 완벽하게 말간 18살의 얼굴로 나타나 놀랄만큼 섬세한 에너지로 강이의 감정선을 그려내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덧 배우로 성장해 주연의 몫을 훌륭히 해낸 방민아를 필두로 심달기와 한성민 역시 각자의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하며 탄탄한 에너지로 작품을 함께 지탱했다.
스토리보다는 감정의 변화가 주된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강이의 감정선이다. 강이가 맞닥뜨리는 상황들은 명확하고 직접적인 것들이 아니지만 친구 관계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미묘하고, 불편하고, 숨막히는 상황에 대한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연출 역시 직접적인 묘사 대신 대체적으로 여백의 미를 뒀다. 원작 소설이 있기에 영상에서는 구구절절함이 없는 심플한 톤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한 감정을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여백 안에서도 충만한 감정들과 함께 밀도 높은 몰입감으로 강이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방황과 일탈, 관계의 균열이라는 난해한 소재를 표현하는 많은 작품들이 지나치게 허황되거나, 허세에 물들거나, 잔혹한 표현 수위로 대신하려 하거나, 알 수 없는 상징들로 버무리려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최선의 삶'은 세 친구를 그리며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고, 밋밋하고 잔잔하지만 담백하고 선명하게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묘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엔딩의 급발진은 '공감' 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내내 회전목마 속도의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결국 끊어진 레일 위에서 수직낙하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최선의 삶을 살았던 세 소녀의 여정에 어리숙한 시절, 바보같은 판단을 했던 나의 18살을 대입하며 지켜봤던 관객들에게 쌉쌀한 여운을 남길 듯 하다.
1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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