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스터다운 리마스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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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초연된 원작 뮤지컬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 시절 맨해튼 슬럼가로 옮겼다. 동네를 주름잡던 폴란드계 백인 청년 무리 제트파, 새롭게 정착해가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단 샤크파의 갈등이 일촉즉발. 이 가운데 제트파의 '토니'와 샤크파의 '마리아'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면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대립과 갈등 속에 피어난 애절한 로맨스는 제롬 로빈스(안무,연출), 아서 로렌츠(극작), 레너드 번스타인(작곡), 스티븐 손드하임(작사)의 손에서 아직까지 사랑받는 뮤지컬로 탄생했다. 이를 스크린에 처음 옮긴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도 빼놓을 수 없다. 고전 뮤지컬 영화의 매력이 제대로 살아있는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무려 10개 부문을 휩쓴 명작으로 여전히 사랑받는다.
인류의 절반쯤은 기승전결을 알고 있을 원안, 브로드웨이 역사에 남은 전설적 원작, 여기에 성공적 영화화까지 마무리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인종, 계급, 성, 세대에 이르는 대립구도도 만만찮다. 제 아무리 스티븐 스필버그라지만, 부담스럽기 짝이없는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첫 뮤지컬에 도전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럼에도 거장의 품격이 깃든 결과물을 내놨다. 조심스럽고도 섬세한 터치로 옛 이야기에 2021년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소외된 이들끼리의 증오를 아프게 그리는 한편, 사랑의 힘으로 그 모두를 넘는다는 시간을 초월한 원작의 메시지를 우직하고도 절절하게 담아냈다. 마스터다운 리마스터링이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자, 가장 위대한 뮤지컬 작품 중 하나이며, 잊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작품"이라고 극찬한 원작의 팬답게 배경과 줄거리는 물론 고전적 느낌까지 그대로 살렸다. 대신 더 생생해진 1957년 뉴욕의 시대상에 새로운 해석과 디테일을 가미했다. 맨해튼 개발기의 폐허같은 공사현장을 훑으며 이곳이 지금은 뉴욕의 랜드마크인 링컨센터가 있는 곳이라고 알려주는 오프닝이 그 단적인 예다.
대립하는 양측을 균형있게 표현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60년 전과 달리 샤크파 푸에르토리코인 캐릭터들을 모두 라틴계 배우로 채웠다. 이들이 쓰는 자막 없는 스페인어 대사 또한 의미심장하다. 소수자-이방인 취급을 받던 그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언어 또한 '미국의 언어'로 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터다. 북미판은 물론 한국 개봉 버전에서도 굳이 자막을 달지 않았는데, 한국 관객이라도 전개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1961년 영화의 유일한 실제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우이며 '아니타'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리타 모레노가 원작엔 없던 캐릭터로 등장, 유일한 새 넘버를 부르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자체로도 매력이 가득한 뮤지컬 영화다.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눈과 귀를 만족시킨다. 특히 전설의 넘버를 거대한 화면과 풍성한 사운드로 즐길 기회다. 현대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탄생한 황홀한 비주얼이 명곡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풋풋하지만 강렬한 사랑의 듀엣 '밸코니 신'(Balcony Scene (Tonight))은 첫 소절부터 귀에 쏙 꽂힌다. 웜톤과 쿨톤이 강렬하게 뒤섞이는 '더 댄스 앳 더 짐'의 메가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었지만,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탁 트인 대로에서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아메리칸 드림의 찬가 '아메리카'다.

2021년 1월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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