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우 박용우가 더 멋져보였던 이유[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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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나 어른 아니야, 애기(?)야 애기!"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박용우(51)가 너스레를 떨었다. 어느덧 반백살을 넘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남도 나이 의식을 안 한다는 그다.
"내가 이 나이에, 내가 이 경력에, 내가 이 연봉에… 그러지 마시고 어렸을 적부터 품은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창피하거나 보이기 꺼려져 감추고 있었다면 그냥 내보이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해가 되지 않는 선만 지킨다면 그것이 좋지 않을까요."
박용우는 최근 막을 내린 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극본 김현정, 연출 이승영)에서 적역을 만났다. OTT 웨이브에서도 인기리에 방송된 이 작품에서 그는 한때 국세청 에이스였던 조사5국의 오영 역을 맡았다. 한때 난다긴다 하던 능력자였던 그는 국세청의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5국에서 하루하루 월급루팡으로 지내고 있었지만, 문제적 조사관 황동주(임시완)과 만나 변화하고 성장한다. 신념과 함께 진짜 자신을 찾은 반듯하고 단단한 캐릭터는 박용우와 더없이 어우러졌다.
오영의 각성은 박용우의 고민과도 맞닿은 느낌이다. 박용우 또한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설렘이 좋아, 거의 고민하지 않고 하기로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절벽에서 떨어졌음에도 끝까지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현실에서 쓴맛을 보고나서 스스로의 본질을 되찾으면서 당당함과 자신감을 찾아가는 사람. 그래서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단단한 느낌이 있어요. 진심으로 믿는 정의라면 손해를 보겠다고 그 길을 가겠다는 색깔이 있는 캐릭터죠."
배경이 국세청인데다 경제 법률 전문용어가 가득한 대본이었지만, 그 용어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그는 집중했다. 꼼꼼하게 인터넷을 뒤지며 용어들의 의미를 파악하고 대사를 외워나갔다. 어렵다기보다 즐거웠던 작업이었다.
각성 이우 180도 달라진 비주얼 등 박용우는 꼼꼼하게 오영을 만들어나갔다. 멋들어진 비주얼에 호평이 잇따랐다. 그 중에서도 특히 거친 느낌에 클래식한 포인트가 됐던 초창기 멜빵 패션은 오영 캐릭터를 염주에 둔 아이디어. 박용우는 "패셔너블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었겠지만, 자신을 조여매는 느낌이 있다"면서 "끝까지 흘러내리지 않도록, 이 사람이 뭔가를 부여잡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소품"이라고 설명했다.
"뜻한 바 있어 꾸준히 운동한 지 8~9년이 됐어요. 몸이 좋아서 안 어울리는 역할을 맡으면 변화를 줘야겠지만 운동이 방해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체력이 좋아지고 건강해진 느 낌이 있어요. 예전과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예전엔 내적인 데 많이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적인 것 외적인 것이 따로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 둘 다 만족하면 좋잖아요. 그런 면에서 오영에게 플러스 요인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다음 작품에서 더 비주얼이 폭발할 거예요.(웃음)"
평범한 조직생활을 해본 적 없는 박용우지만, 직업인으로서 한 눈 팔지 않고 한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 데서 오영과 본질적인 공감대를 느꼈단다. "진심으로 표현한다면 공감할 수 있다는 건, 분야나 소속을 떠나 같다고 생각한다"고 박용우는 털어놨다.
"몇 년 전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성장이었어요. 결과가 의지대로만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요. 정말 최선을 다한 다음에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랄 뿐이죠. 예전에는 결과에 집착했다면 지금은 무슨 일이든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그 사람의 성장이라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오영도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면서 진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라 생각해요. 그 점이 저랑 닮아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트레이서'는 사이다 같은 드라마이기도 했다. 공정하지 않은 판을 새롭게 흔들어 세법의 틈새를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들을 잡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쾌감이었다. 박용우는 "각자의 일그러진 욕망으로 시작해서 스스로를 되찾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비춰졌으면 좋겠다"면서 "스스로 창피해하면서 살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에 인했다"고 나름의 의미를 짚었다.
"어떤 순간부터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특히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심해지고 그러다보면 습관이 돼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자에 맞춰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남의 기준에 맞춰 꾸밀 때가 많아졌는데,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면 조금이라도 더 멋진 세상이 될 것 같아요."
박용우는 "선물같은 현장"이라고 '트레이서'를 되새겼다. 함께했던 임시완 고아성 그리고 손현주에 대해 "다들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사람들, 순수한 면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란 공통점이 있다"면서 "다른 점들을 말하려면 밤을 새야 한다"고 웃었다. 코로나19 속에 조심하며 촬영하느라 전체회식 한 번 없었던 아쉬움이 있지만, 소소하지만 친밀한 만남 속에 쌓인 추억이 있다.
임시완 고아성은 밤을 새워 칭찬해도 모자란단다. 유연한데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임시완이 술을 갖이 안해도 밤새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라면, 고아성은 자유분방하지만 자잘한 가지보다 중심을 보려 하는 든든한 면이 있는 친구라고. 보태기보단 절제하는 선배 손현주와 연기할 땐 '좋은 연기는 애쓰지 않고 느껴지는 대로 하는 게 좋은 것이구나'를 새삼 느꼈다.
어느덧 배우생활 27년. 50대가 되어 돌아온 박용우의 표정은 최근 들어 가장 평온하고 여유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처음엔 연기자라는 생각도 없었고, 야단맞기 급급해 '내가 왜 이걸 했나' 생각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때는 뻐며 지냈고, 또 한때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 겸손하다 못해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젠 흔들리지 않는 정도는 된 것 같아요. 확신이 강해졌다는 게 아니라, '내가 모자란 부분을 이야기하는 게 창피한게 아니구나' 스스로 느끼게 됐고, 그런 제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연기적으로 더 성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다보면 더 진실에 가까운 표현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저는 앞으로 배우 박용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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