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 음악감독 "'연인', 제 25년 중 가장 자랑스러운 커리어죠"[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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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남궁민, 안은진 주연의 MBC 드라마 '연인'은 2023년 가장 히트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마저 뛰어넘은 연인의 이야기는 안방을 웃음과 눈물로 적셨다.
'연인'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 것은 음악이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공백에도 숨결을 불어넣는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작품의 결을 만들어 낸 김수한 음악감독표 OST와 스코어가 작품을 보다 명징한 메시지로 완성했다.
홍익대학교 미대에서 미학을 전공한 김수한 음악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큐레이터, 잡지 월간 미술과 세계바둑 문화 담당 기자를 두루 거친 그는 한 드라마 감독의 제안으로 우연히 드라마 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월급 한 푼 받지 못하는 도제식(스승 아래서 교육 받는 방식)으로 일하며 '내돈내쓴' 생활을 한 것도 1년, 6년~7년을 일해도 독립이 어렵다는 드라마 음악계에서 독립을 선언한 뒤 박차고 나왔다.
입봉작인 '다모'는 그렇게 3년을 버틴 뒤 만난 작품이었다. 방송 후 갑자기 음악감독이 바뀌게 된 상황에 긴급 투입된 김수한 음악감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고, 파격 그 자체의 시도로 스타일리시 사극 '다모'의 무드를 담당했다.
그렇게 그는 '다모'를 시작으로 방송계에서 유명한 음악감독으로 자리잡았다. '킬미힐미',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등 안방을 사로잡은 히트작에는 그의 이름이 있다. 그렇게 25년간 히트 드라마의 음악을 담당했던 그는 홀연히 방송계를 떠나 6년간 '뮤직바 사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았고, 6년 만에 '연인' 음악감독으로 다시 돌아와 자신의 이름값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생업이자 숙명, 그토록 사랑했던 드라마 음악을 떠난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느낀 염증 때문이었다. 김수한 음악감독은 "구조적인 것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음악감독 역시 드라마 팀을 구성하는 스태프의 한 명이지만, 음악감독의 비용은 드라마 제작사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판권을 산 전문 OST 제작사에서 나온다. 그리고 음악감독은 OST 제작사와 계약을 맺어 일을 하게 된다.
김 음악감독은 "아마 한 드라마에서 일하는 수백 명 스태프 중에 음악감독이 유일하게 그렇게 일을 할 것이다. OST 제작사는 돈을 들여 음반을 만들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수익을 내려고 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랑 잘 붙는 음악이 아닌데도 그 OST가 삽입되길 바라고 어떨 때는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음악감독으로서도 스트레스고, 다른 스태프들과 달리 부가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들이 너무 싫었고, 염증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은 사극으로 안방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회자된다. 같은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안방이 감탄하는 흡인력 있는 연출 방식으로 승승장구 시청률 속 유종의 미를 거뒀으나 OST는 드라마 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고, 김 음악감독은 깊은 고민 속 드라마 음악계를 떠났다.
김수한 음악감독은 서울 연남동에 '계루(桂樓)'라는 이름의 뮤직바를 차리고 '사님'으로 변신했다. '계수나무로 층층이 쌓은 누각'이라는 뜻의 이곳은 '음악감독 출신 사장이 차린 곳'으로 조용한 입소문을 타면서 아는 사람은 아는 명소가 됐다. 그를 잘 아는 방송계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음악을 즐기는 이들의 아늑한 아지트였던 이 곳은 김연수 작가의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의 서문에도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 음악감독은 음악과 함께 공들여 지은 누각 '계루'를 '연인'을 만나며 정리했다. '연인'을 연출했던 김성용 PD와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내왔다는 김 음악감독은 "벌써 재작년이다. 2022년 여름, 감독님이 저를 찾아왔더라. 이런 드라마를 하는데 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해서 조금 고민하다 흔쾌히 수락했다"라고 했다.
그가 6년 만의 복귀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마치 신이 점지해준 것처럼 적절한 시기에 '연인'이 김수한 음악감독을 찾아왔다. 그는 "타이밍이 정말 묘한 것 같다"라며 "그 전에 제의가 왔다면 정말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사실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서 갑자기 (가게) 문을 닫아버리고 드라마 음악에만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연인'은 이상하게 그 제의를 받고 대본을 읽고 '내가 여기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게를 완전히 접어버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6년 동안 음악을 안 하니까 에너지가 있기도 했다. 시도해 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감독과의 관계도 중요했다. 사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동생인데 제의를 해주니 내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용 감독은 힘이 넘치는 분이고, 활기가 넘친다. 귀를 항상 열어두고 좋은 의견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그런 걸 타고난 사람 같다"라고 했다.
김성용 PD는 김수한 음악감독에게 '고전적인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김 음악감독은 이러한 의견에 오랜 고민을 더해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는 "감독이 고전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한 말 안에 그런 게 다 표현됐다고 생각했다. 음악이 파격으로 가자면 한도 끝도 없는데 그런 건 자제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그런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그게 모호한 개념인데, 실제로 음악은 여러 요소가 있다. 형식, 편곡, 악기 편성 등 작곡부터 편곡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있는데 그런 요소에 대해 한 두 번씩 다 꼼꼼히 생각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렇게 완성된 음악은 스태프들과 시청자들의 만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황진영 작가, 김성용 PD 역시 김수한 음악감독의 음악이 '연인'을 살려준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시청자들 역시 폭발적인 호응을 보냈다. 김수한 음악감독이 직접 쓴 OST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더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스코어(연주 음악)에까지 안방의 호평이 쏟아졌다.
김수한 음악감독에게 시청자들의 칭찬과 피드백은 곧 동력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2회씩 방송이 나가는데 그때마다 감독이 자기 전화기로 캡처한 걸 보여줬다. 반응이 이렇다고 음악에 관한 반응을 보여주셔서 저도 알게 됐다. 그런 반응을 보며 매회 더 잘하려고 했다. 더 잘하려는 고민이 깊어지게 되더라. 뒤로 갈수록 작업한 시간은 적어지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커졌다. 작업의 에너지가 되기도 했다"라고 웃었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들의 칭찬으로는 "음감(음악감독)님은 내 마음 속의 히사이시 조"라는 한 시청자의 이른바 '주접 칭찬'을 꼽았다. 한참을 웃은 김 음악감독은 "누가 이런 댓글을 단 걸 감독님이 보여줘서 '정말 극찬이다'라고 했다"라고 뿌듯하게 말했다.
'다모'로 음악감독에 이른바 '입봉'한 김수한 음악감독은 '연인'을 25년의 음악감독 커리어 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꼽았다. "이제는 그렇게 됐다"라고 뿌듯한 미소도 감추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음악감독의 의도마저 읽어준다고 느끼는 생경한 경험은 '연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만들어냈고, 계속 새로운 작업을 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김 음악감독은 "파트1이 끝나고 이미 노래는 다 만들어져 있었던 상황이었다. 연주곡 중에 '마이 디어리스트'라는 곡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작업실에 있다가 여기에 노랫말을 붙이면 어떨까 해서 노래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김성용 감독님이 그 곡을 좋아했다. 그떄 추석이었는데 보통 명절이면 작은 선물을 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선물을 보내기는 싫고 좋아하는 동생이기도 하지만 감독 대 음악 스태프로 만나 일을 하는데 내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더라"라고 했다.
이어 "동생한테 나를 택해줘서, 음악감독으로 날 써줘서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싶었다. 계획에 없던 일이지만 노래를 만들자고 해서 추석 연휴 동안 가사를 썼다. 가수는 (이)장현의 테마이니 장현이랑 비슷한 가수를 구해달라고 OST 제작사에 부탁해서 스트레이라는 가수가 불렀다. '이거는 선물이고, 계획에 없는 것이긴 하지만 선물이다.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고 보냈더니 김성용 감독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하더라. 파트2에 두세 신 정도에 들어갔다"라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그가 드라마 음악 제작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끝에 잠시 떠난 사이, 방송계도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주52시간 도입에 따라 촬영 환경이 좋아졌고, 인건비 상승에 따른 처우 개선이 이뤄진 것도 사실. 김수한 음악감독은 "촬영 현장은 실제로 개선이 많이 됐다. 처우도 좋아졌다. 하지만 음악 쪽으로는 변화가 없고 시스템 그대로 가고 있다. 결국 드라마 제작사에서 음악 감독료의 일정 부분을 부담을 해줘야 한다. 물론 음악감독 일하기 편하자는 것도 있지만 드라마 음악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연인'을 마친 김수한 음악감독은 새로운 프로젝트로 MBN 새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를 준비 중이다. '연인'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그는 "해외 녹음을 보통 한 군데서 하는데 '연인'은 두 군데서 했고, 장시간에 걸쳐 녹음 과정을 거쳤다. 너무 즐겁지만 힘이 들었다. 이제 새로운 드라마를 준비 중인데 드라마 음악은 매번 그렇지만 초조하다"라고 했다.
'연인'은 이제 그에게 25년의 경력 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커리어가 됐다. 김수한 음악감독은 가장 자랑하고 싶은 커리어에 대해 "이제 당연히 '연인'이 될 것 같다"라며 "제가 한 작품 중에서는 이상하게도 '폐인'이 많았던 것 같다. '다모', '역적', '킬미힐미'도 그렇고, '연인'이 더욱 그렇다. 이렇게 속속들이 내 속에 들어온 것처럼 시청자 분들이 이런 적이 없었다"라고 지지해준 시청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연인'으로 알찬 2023년을 마무리한 김 음악감독은 "올해는 '세자가 사라졌다'를 준비하고 있고, 운이 좋으면 한 두 작품 더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좋은 드라마의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김성용 PD님과도 다음 작품을 같이 하자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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