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Cine리뷰]'넘버원', 당신의 눈에는 어떤 숫자가 보이나요

작성일: 2026.02.04 10:30 강효진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넘버원. 제공ㅣ바이포엠스튜디오
▲ 넘버원. 제공ㅣ바이포엠스튜디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설 연휴 개봉작 답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따뜻한 영화가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나선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넘버원'(감독 김태용)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하며 부산을 배경으로 각색했다. '나에게만 보이는 의문의 숫자'라는 판타지 설정을 기반으로 가족애를 진하게 풀어냈다.

영화는 의문의 숫자를 인지한 하민이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 '이 숫자가 0이 되면 어머니가 죽는다'는 사실을 고지받은 하민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엄마 밥을 의도적으로 버리거나 거절하면서 엄마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끝내 엄마 곁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취직하며 떨어져 살게 된다. 어머니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늘 엄마를 그리워하며 그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긴 세월이 쌓이며 엄마를 살리겠다는 마음 탓에 엄마와 밥 한 끼 같이 먹을 일 없이 눈도장만 찍고 가는 아들이 되고 만다. 결과적으로 엄마와 보내는 소중한 시간 자체를 잃어버리는 주객전도의 상황을 맞이한다. 그러던 중 엄마가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일이 벌어지고, 평생을 엄마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던 하민의 불안감이 터진다. 그러나 비극은 순식간에 은실이 아닌 하민에게 옮겨가며 영화의 초점이 바뀐다. 과연 하민은 어떻게 해야 엄마 집밥을 숫자 걱정 없이 실컷 먹을 수 있을까.

▲ 넘버원. 제공ㅣ바이포엠스튜디오
▲ 넘버원. 제공ㅣ바이포엠스튜디오

이번 작품은 가족끼리 같이 먹는 밥 한 끼가 사실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자 추억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았다. '엄마 밥', '엄마의 남은 시간'을 강조하며 대놓고 눈물샘을 자극할 줄 알았으나 의외로 전개는 담백하다. 다만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 관객들이 워낙 신파라면 질색하는 분위기지만, 클리셰는 영원한 법이다. 울 준비를 하고 들어간 관객들이 생각보다 잔잔한 감정선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신파를 피하기 위해 '눈물 필승' 소재의 매력을 덜 살린 점과 어머니가 아닌 아들로 위기가 옮겨가는 반전이 평이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하나의 장점은 먹거리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만큼 소고기 뭇국과 콩잎 무침 등이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며 관객들의 향수와 침샘을 동시에 자극한다. 

작품이 유독 세련되거나 드라마틱한 매력으로 돋보이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모날 것 없이 무난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완성됐다. 이미 '기생충'으로 검증된 최우식과 장혜진의 호흡도 자연스럽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공승연 역시 부드럽게 한 가족처럼 스며든 점이 인상적이다.

사실 영화 속 숫자는 판타지로 표현됐을 뿐, 실제로 우리 모두가 각자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숫자를 띄우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부모님과 함께 평범한 식사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현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관객들 역시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 나에게 보일 숫자는 몇일까'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