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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보관님 기다리고 계세요… 우여곡절 프로 재입단기, 사람의 온기가 만든 ‘150㎞ 새 인생’

작성일: 2026.02.19 17:46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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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출 후 입대, 그리고 SSG 입단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이주형은 새로운 투수 인생을 꿈꾼다 ⓒSSG랜더스
▲ 방출 후 입대, 그리고 SSG 입단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이주형은 새로운 투수 인생을 꿈꾼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미야자키(일본), 김태우 기자] 이주형(24·SSG)는 고등학교 때 잘 던지는 투수였다. 구속이 특별하지 않아도 공 끝과 경기 운영 하나로 아마추어 무대의 도장을 깨고 다녔다. 윤영철(KIA)과 더불어 충암고 원투펀치를 이루며 숱한 영광의 순간을 경험했다.

그러나 막상 프로에 오니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프로에 가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고 훈련을 하면 쭉쭉 오를 것 같았던 구속은 오히려 쭉쭉 떨어지고 있었다. 신인 때 최고 구속 145㎞가 나왔지만, 2년 차에는 아무리 세게 던져도 140㎞를 넘기기 어려웠다. “저 덩치에 저것밖에 못 던지나”는 주위의 시선이 부끄러워 숨기 일쑤였다. 이주형은 “나름대로 세게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구속을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나왔다. 그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프로 생활은 2년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이주형은 2023년 시즌 뒤 NC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프로에서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첫 페이지에 마침표가 찍혔다. 심신이 모두 다 지쳐 있었다. “지금까지 한 게 아까우니 다른 팀에 한 번 더 도전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입대를 결정했다. 2023년 11월 방출 통보를 받은 뒤, 2024년 2월 군에 갔다. 군대는 도피처에 가까웠다.

야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2년간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주형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덩치에 비해 구속이 너무 안 나오는 편이었고, 솔직히 1군에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살아남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류현진 선수처럼 변화구 제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만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런데 그렇게 밑바닥에서 뭔가 계기가 찾아왔다. 지쳐 있던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군 식구들이었다.

▲ NC 소속 당시 구속이 느려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주형은 각고의 노력 끝에 150km 구속을 얻으며 새로운 출발점을 섰다ⓒSSG랜더스
▲ NC 소속 당시 구속이 느려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주형은 각고의 노력 끝에 150km 구속을 얻으며 새로운 출발점을 섰다ⓒSSG랜더스

이주형이 야구 선수였다는 것을 알고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주위의 모든 이들이 배려를 해줬다. 이주형은 “최전방 GP에서 군 복무를 했는데 안에서 간부님들이 잘 도와주셨다. 던질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주시고, 투수 망도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거기서도 최대한 감을 안 잊고 준비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선·후임들 중에서도 야구 팬들이 많아 쉬는 시간에도 TV로 야구를 보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가슴 속의 뜨거움을 되찾았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휴가 사용이 제한적인 복무 부대 특성상 오히려 제대를 앞두고 휴가를 몰아 쓸 수 있었고, 계속 몸을 만들었다. 아카데미에 다니며 다시 힘차게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용을 써도 나오지 않았던 구속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아카데미에는 SSG에서 프로 생활을 했던 이케빈이 코치로 있었고, 팔로만 던지던 동작에서 상체와 견갑을 쓰는 위주로 투구폼을 바꿨다. 손목 각도도 수정했다. 그렇게 조금씩 구속이 올라가더니, 어느덧 150㎞까지 구속이 올랐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자신감을 찾은 이주형은 전역 직후 공개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SSG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던 이케빈이 다리를 놔줬다. 2이닝을 던졌는데 당시 이주형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지켜본 SSG의 입단 테스트 제안을 받았다. 이어진 구단 자체 체력 테스트까지 합격해 입단 통지서를 받았다. 사실 준비할 시간이 짧아 2026년은 독립리그에서 뛰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프로 유니폼을 입고 2026년을 맞이한 것이다. 반전의 연속이었다.

▲ 이주형은 군 복무 기간과 자신의 재기를 도운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SG랜더스
▲ 이주형은 군 복무 기간과 자신의 재기를 도운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SG랜더스

구속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항상 피해 다니던 이 거구의 투수는, 이제는 자신감 있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매력적인 투수로 변신했다. 18일 열린 고려대학교와 연습경기에서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싸움닭처럼 사납게 달라붙는 모습이 코칭스태프의 호평을 모았다. 최고 구속도 시속 146㎞까지 나오며 테스트 당시의 구속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줬다. 

시간이 지나면 150㎞를 웃도는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여기에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좋아 1군에서 옆구리 자원이 필요하다면 고려할 수 있는 자원으로까지 성장했다. 이주형은 “제구와 변화구를 조금 더 확실하게 가져가야 한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 육성선수 신분이니 5월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다시 야구를 시작할 수 있어 좋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지금의 ‘150㎞ 이주형’을 만든 것은 개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 노력을 이끈 주위 사람들의 따뜻함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주형은 아직도 GP 생활을 회상한다. 이주형은 “행보관님께서 투수 망도 직접 파이프를 잘라 만들어 주셨다. 야구에 다시 끓어오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면서 “행보관님이 1군가서 인터뷰를 하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겠다고 하셨는데 1군에서 감사 말씀을 드리는 게 목표”라고 웃어 보였다. 자신 때문에 고생을 했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두 번째 페이지는 근사하게 꾸며보는 게 목표다. 남다른 동기부여를 가진 이주형이 다시 1군을 향한 출발점에 섰다. 

▲ 올 시즌 SSG 옆구리 전력의 다크호스로 호평을 모으고 있는 이주형 ⓒSSG랜더스
▲ 올 시즌 SSG 옆구리 전력의 다크호스로 호평을 모으고 있는 이주형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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