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그리고 최고' 수원팬, 평소처럼 우산 돌리고 육성 응원…PL 전설들 매료됐다 → 퍼디난드-비디치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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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리오 퍼디난드가 빅버드의 푸른 물결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응원 열기는 그가 선수 시절 누볐던 어떤 무대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만큼 깊고도 묵직했다. 수많은 스타들 사이에서 수원 서포터가 일으킨 파동이 최종 승자였다.
19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 이곳에서 열린 레전드 매치는 과거의 한 장면을 다시 펼쳐놓는 듯한 자리였다.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공기는 이미 달아올라 있었다. 박지성을 중심으로 파트리스 에브라,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얼굴들이 한데 모였다. 이름만으로도 옜 추억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이에 맞선 수원 레전드 역시 결이 깊었다. ‘세오’ 서정원 감독을 필두로 고종수와 이관우, 김두현, 염기훈 등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기술자들이 가득했다. 수비에는 마토, 곽희주, 양상민이 자리해 과거 수원의 단단함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자연스럽게 경기장은 시작 전부터 이미 팬들로 가득 찼다. 3만 8천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섰고, 푸른색과 붉은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국내 무대를 기억하는 팬들과 해외 무대를 추억하는 팬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풍경이었다. 그래서인지 응원 소리는 이벤트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뜨거웠고, 분위기는 어느 공식 경기와도 다르지 않았다.
심박수가 높아지는 데 맞춰 경기 흐름도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전반 7분 데니스의 침투 패스를 받은 산토스가 왼발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빅버드를 누비던 시절의 장면들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퍼디난드는 이날 비디치와 다시 중앙 수비를 맡아 과거의 조직력을 되살리려 했지만, 흐르는 시간을 완전히 붙잡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그 한 장면이 결승골이 됐고, 경기는 0-1로 마무리됐다.
퍼디난드는 결과보다 현장의 온기를 먼저 꺼냈다. “한국에서 경기할 수 있어 기쁘다. 팬들이 크게 환영해줬다. 쉽지 않은 경기였고 상대는 훌륭했다. 결과도 그에 맞는다”며 담담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퍼디난드의 시선이 오래 머문 곳은 따로였다. 수원 서포터즈의 응원을 바라봤다. 경기 내내 이어진 함성, 후반 시작과 함께 펼쳐진 청백적 우산 퍼포먼스, 스탠드 한쪽을 가득 채운 색과 움직임까지 단순한 응원을 넘어 하나의 공연처럼 남게 했다.
퍼디난드는 “소리도 대단했고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내내 놀라웠다”고 말했다. 오랜 동료 비디치와도 그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수많은 큰 경기를 경험했던 그에게도 프렌트 트리콜로의 쉼없는 응원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정식 서포팅이 이어져선지 경기는 이벤트였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퍼디난드는 “준비가 중요하다. 우리는 일부만 준비가 됐지만 수원은 합숙까지 했다고 들었다. 다음에는 더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며 여전히 남아 있는 승부욕을 드러냈다.
47세의 나이에 90분을 버텨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퍼디난드는 “나이가 있으니 힘들었다. 선수 시절에도 부상이 많았지만 핑계로 삼고 싶진 않다. 다들 비슷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이런 기회를 또 얻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 레전드들도 팬들을 먼저 떠올렸다. 서정원 감독은 “이곳에서 다시 뛴다는 것 자체가 설렌다. 팬들과 만나는 자리라 더 의미 있다”고 했고, 염기훈은 “응원 소리가 가장 기대된다. 그 소리를 들으며 끝까지 뛰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기장에는 잔상이 남았다. 푸른 우산이 만든 물결과 그 위를 가득 채운 목소리는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했다. 프리미어리그 전설들마저 잠시 멈춰 서게 만든 수원 서포터즈의 오랜 일관성이야말로 이날을 완성한 진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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