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은 그저 엄마가 너무 그리웠다…산소서 만난 나비 앞에서, 끝내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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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최원영 기자] 에이스이기 전에, 엄마가 보고 싶은 아들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6)은 지난 15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원태인이 한국 나이로 고작 열 살이던 2009년, 그해 작고하신 어머니의 산소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곤 아주 작은 글씨로 "원정이라 기일도 못 챙기는 못난 아들이라 미안해.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네. 이제 엄마가 못난 아들 좀 도와주라"라고 적었다.
이어 원태인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100개로 호투했다. 시즌 6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하며 팀의 4-1 승리와 3연승에 앞장섰다. 5월 19일 KT 위즈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드디어 선발승을 챙겼다.
원태인의 시즌 성적은 11경기 63이닝 3승5패 평균자책점 3.57이 됐다.
이날 원태인은 1회초 삼자범퇴로 출발했다. 2회초엔 선두타자 김웅빈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지만 여동욱을 헛스윙 삼진, 원성준을 2루 뜬공, 권혁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제압했다. 3회초 박수종의 우익수 뜬공, 김동헌과 서건창의 좌전 안타로 1사 1, 2루가 되자 안치홍을 1루 파울플라이, 케스턴 히우라를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4회초엔 탈삼진 2개를 추가해 삼자범퇴를 빚었다. 5회초엔 2사 후 김동헌에게 좌전 2루타를 내줬다. 서건창의 3구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6회초 마지막 고비가 찾아왔다. 안치홍의 좌전 안타, 히우라의 볼넷, 김웅빈의 2루 땅볼로 1사 2, 3루. 원태인은 여동욱을 헛스윙 삼진, 원성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정리해 임무를 완수했다.
원태인이 마운드에서 걸어 내려오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선물했다. 그중엔 원태인의 부친인 원민구 전 협성경복중 감독도 있었다.
승리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원태인은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참 힘든 시간이 길었다. '언젠간 좋은 날 오겠지'라며 버티던 그 시간들을 보상받은 듯해 기분 좋다"며 "그냥 하루하루 버텼다. 분명 몸 상태도 너무 좋고 구위도 나쁘지 않은데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승부해야 하는데 자꾸 도망가는 피칭이 나와 스스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6회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더그아웃에서 크게 포효하기도 했다. 원태인은 "그냥 울고 싶었다. 너무 기분 좋기도 했고 반대로 힘든 시간이 생각나기도 했다"며 "겨우 그걸로 힘드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난 올 시즌이 정말 힘든 것 같다. 한 경기라도 잘하면 스스로 많이 칭찬해 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슬럼프를 깨기 위해 말로 다 표현 못 할 만큼 많은 걸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니폼 입고 샤워하면 안 좋은 기운이 날아간다고 해서 유니폼 입고 샤워도 하고, 마음을 다스리려 화분을 사서 라커룸에서 키우고 있기도 하다. 하나하나 좋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원태인은 "지난주가 어머니 기일이었는데 원정경기인 탓에 찾아가지 못했다. 사실 지금까지 혼자 어머니 산소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사가 있거나 아빠가 같이 가자고 할 때 따라가곤 했다"며 "이번엔 혼자 운전해서 찾아가 30분 동안 스스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마음이 엄청 편해졌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산소에 들어가는데 입구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나 나올 때도 마중 나와라'라고 했는데 진짜 나비가 있었다"며 "그때 펑펑 울었다. 사실 (엄마가) 너무 그리웠다. 매 경기 아버지와 형, 가족들이 다 같이 홈경기에 찾아와 주는데 그게 내가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이라 생각한다. 항상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원태인은 이날 저녁 개인 SNS 계정에 산소에서 찍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영상을 올렸다. "엄마 고마워!!!"라며 한마디를 보탰다.
가장 멋진 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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