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눈동자', 흐릿하고 기괴하고 애매한 집착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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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이 기사에는 영화 '눈동자'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눈동자'가 시력 상실이라는 소재와 스릴러를 엮어 시각적 긴장감을 자극하지만, 흐릿하고 알쏭달쏭한 텐션으로 찝찝함을 안기는 완성도로 눈길을 끈다.
'눈동자'(감독 염지호)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서진(신민아)이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다 그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2011년 개봉한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각 장애를 가진 쌍둥이 자매가 살인마에게 쫓기면서 시각 정보가 차단된 채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서스펜스 구조다. 시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언니 서진이 핸디캡을 안고 단서를 찾아나가면서 점차 진실에 가까워진다. 결정적인 순간에 살인마에게 쫓기고, 시각 정보가 차단되면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반면 잘 짜인 서사에 비해 빈약하고 긴장감 떨어지는 연출로 서사의 매력을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의 장점은 결국 원작에서 가져온 것 뿐인 셈이다.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지만, 장르 특성상 중요 반전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지 못하자 순식간에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몰입이 깨진다.
특히 각종 서스펜스 장르물의 유명 신들을 따온 장면들이 눈길을 끄는데, 이 역시 작품에 잘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오마주라기보다는 이 영화의 독창성이 돋보여야 할 킬링 파트를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신으로 손쉽게 메꿨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히치콕의 명장면을 따왔다며 칼날이 뚫고 들어오는 장면은 물론이고, 서진이 눈이 보이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살인마가 눈 앞까지 칼날을 들이미는 장면은 '올빼미'를 떠오르게 한다.
잘 짜인 서스펜스 스릴러는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관객을 몰아넣지만, '눈동자'의 경우 당장의 전개가 눈에 훤히 보이는 빌드업으로 관객들의 긴장감이 아닌 답답함을 자극한다. 설정을 위한 설정을 만드는 전개가 반복되다 보니 예정된 비극을 지켜보는 감상이 유쾌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관객의 몰입을 해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포인트의 개연성 정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몰리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만들기 위해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을 굳이 한다. '왜 저래' 싶은 순간 관객 역시 이 세계관에서 벗어나게 된다.
특히 수상한 가정부의 목소리부터 몰입이 깨지고 범인 예측이 가능한데, 악착같이 앵글 안에 담지 않는 연출은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심지어 서진의 스토커는 시트콤의 박수 소리처럼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온다. 완급 조절도, 서사도 없는 칼 든 광인이 영화가 늘어진다 싶으면 치트키처럼 투입된다. 그러다가 난데없이 정리된 모습 역시 소모적이다.
이밖에도 눈 수술 후 한달 동안 앞을 볼 수 없는 서진이 스토커에 쫓기는 와중에 굳이 퇴원해서 홀로 집에 돌아오는 것, 얼굴도 모르는 수상한 가정부를 집에 불러들이는 것, '한달 안에 이 붕대를 풀면 다시는 앞을 볼 수 없다'는 의사의 저주이자 복선, 일부러 공포감을 자극하듯 연출된 이웃 주민 부자의 캐릭터 등 후반부의 아수라장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짜놓은 설정들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오히려 불쾌함을 자극한다.
더군다나 극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올라야 할 엔딩은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가장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범인의 기괴한 비주얼 문제인지, 날 것 처럼 보여줬기 때문인지, 디렉팅이 과했던 것인지, 여러 이유로 미묘한 신이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은 아니지만 소름이 끼쳐야 할 하이라이트 장면인데도 다소 애매한 감상을 일으킨다. 이 상황극에서 몰입이 깨지면 실소가 터지기도 할 정도다.
다만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그래도 이 영화가 괜찮았나?' 싶을 만큼 인상적이다. 신민아는 1인2역의 쌍둥이를 확연히 분리해냈고, 시력을 잃어가는 인물을 표현하며 동공까지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남희 역시 폭발적인 에너지로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세계관을 꽉 조였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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