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오디세이', 놀란이 만든 신화는 질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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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신화의 영웅이 아닌 회한에 빠진 인간이 거기에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The Odyssey)의 언론배급시사회가 23일 용산CGV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 열렸다. 호메로스의 그리스 대서사시를 영화화한 대작으로,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막강한 배우 군단과 손잡고 신화의 세계를 그려낸 제작비 2억 5000만 달러의 대작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미 북미에서 개봉해 첫 주 1억 20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리며 압도적 흥행몰이를 시작한 '오디세이'지만 한국 공개는 이번 시사가 처음. 어차피 스포일러가 의미 없는 작품, 뒤늦은 상륙이 아쉽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용아맥의 압도적 화면, 풍성한 사운드로 접한 '오디세이'는 놀란 감독의 인장이 짙게 찍힌, 장엄한 스펙터클과 묵직한 질문이 함께한 대작이었다.
영화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자 지략가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머나먼 여정을 담는다. 그가 자리를 비운 지 어느덧 20년,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구혼자들이 이타카의 궁전을 점령하고, 후계자인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오디세우스는 과연 어디에 있었나.
시간의 흐름을 쪼개고 교차시키는 크리스토퍼 놀란 특유의 비선형 서사는 20년의 서사를 한 편의 영화에 압축시키며 주제를 드러내는 데 빛을 발한다. 감독은 천 년을 이어 온 음유시인의 이야기에서 신화의 질서와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짚어낸다. 그리고 전쟁의 영웅이 아닌 고독한 사내의 내면을 파고든다. 승리의 기쁨이 아닌 비극과 회한이, 귀향과 속죄를 향한 열망이 그를 움직이게 한다.
그 과정에선 압도적인 볼거리들을 확인할 수 있다. 집착적으로 실사를 고집해 온 놀란 감독의 철학이 판타지의 세계와 만나 더 빛을 발한다. 영화는 CG로 떡칠된 화면에 길들여진 눈에 도리어 신비롭게 보이는 '진짜'들을 화면 가득 담았다. 외눈박이 괴물부터 거인 군단, 마녀 키르케, 망자의 지옥에 이르기까지. 놀란의 손에서 빚어진 신화의 상상력은 질감이 다르다.
그는 영화 전체를 70mm 아이맥스 필름으로 찍었는데, 실제 크기로 제작한 고대 선박으로 바다에서 촬영을 감행하고, 트로이 목마와 궁전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찍어냈다. 그 시각적 중압감이 상당하다. 막바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신도 긴박하다.
고전 원전의 캐릭터들을 재창조한 스타 배우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서사를 이끄는 맷 데이먼의 존재감이 역시 압도적. 루피타 뇽이 맡은 흑인 헬레네,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 등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시끄러웠지만, 감독의 재해석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다. 20년간 이타카를 지켜낸 페넬로페 역의 앤 해서웨이의 고요한 카리스마, 사만사 모턴이 연기한 마녀 키르케는 잊기 힘든 인상을 남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몰라도 즐기기엔 별 지장이 없을 볼거리다. 물론 알면 아는 만큼 더 재밌다. 숨 막히는 172분 러닝타임이 압박이다. 찍어누르는 듯한 삶과 죄의 무게를 그대로 느끼려면 가능한 세로비 높은 곳에서, 놀란의 집착적 아이맥스가 제대로 구현되는 곳에서 보기를 추천한다.
8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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