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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의 홀로서기, 설득당해 버렸다[초점S]

작성일: 2026.09.10 07:10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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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 제공 빌리프랩
▲ 에반. 제공 빌리프랩

[스포티비뉴스=홍혜민 기자] 우려도 있었다. 갓 '대상 가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엔하이픈을 떠나 솔로를 택한 에반(EVAN)의 선택을 두고 '왜 굳이 지금?'이라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만들고, 이를 세상에 풀어놓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그 선택에 설득돼 버렸다. 말로만 내세웠던 '음악적 방향성'이 아니었다. '진정성 있는 음악 행보'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겠다는 그의 진심에 음악 팬들의 마음 역시 녹고 있다.

에반은 지난 7일 첫 번째 미니앨범 '데스 오브 미(DEATH OF ME)'를 발매하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3월 엔하이픈에서 탈퇴한 뒤 솔로 아티스트로 방향을 튼 그가 처음으로 내놓은 앨범 단위의 결과물이다. 앞서 데뷔 싱글로 홀로서기의 첫발을 뗐다면, 이번에는 여러 장르와 서사를 아우르는 앨범을 통해 자신이 그리고 있는 음악의 윤곽을 보다 선명하게 펼쳐냈다.

출발은 순조롭다. '데스 오브 미'는 발매 이후 11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으며 총 32개 국가 및 지역에서 차트인했다. 동명의 타이틀곡 역시 9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송' 1위를 기록했고, 중국 텐센트뮤직 한국 차트 3위에 자리했다. 국내에서도 발매 당일 벅스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7일 자 일간 차트 3위로 진입했다. 팀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이름만으로 받아든 첫 앨범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작이다.

그러나 에반의 홀로서기를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번 활동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엔하이픈 탈퇴 이후 자신을 따라다닌 물음표에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탈퇴 이유를 해명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음악적 진정성을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은 에반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에반의 탈퇴가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팬덤의 충격은 상당했다. 2020년 엔하이픈으로 데뷔해 약 6년간 팀의 주축으로 활동했던 만큼 갑작스러운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에반과 소속사는 개인 작업을 거치며 팀과 다른 음악적 지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팬들은 탈퇴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후폭풍도 이어졌다. '음악적 방향성'이라는 설명만으로는 팀을 떠나야 할 이유가 충분히 와닿지 않는다는 시선 역시 존재했다.

지난 7일 컴백을 앞두고 열린 '데스 오브 미' 미디어 쇼케이스 당시 에반은 이러한 세간의 시선에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홀로서기의 과정에서 깊은 논의를 거쳐서 결정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팬분들의 서운함과 우려섞인 말들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팬들의 마음을 달랜 뒤 "앞으로 더 이 부분을 음악과 저의 진정성 있는 행보로 보여드리고 그걸로 답하는 것이 저로서는 가장 큰 보답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는 탈퇴 당시부터 에반이 전해온 진심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 3월 탈퇴 발표 후 공개한 자필 편지를 통해 개인 음악 작업에 오랜 시간을 들여왔으며, 팀 안에서 자신의 욕심만을 앞세우고 싶지는 않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에는 앞으로 보여줄 음악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건넨 설명이었다면, 반년이 흐른 지금은 그 이야기를 실제 결과물과 함께 꺼내놓을 수 있게 됐다.

그 첫 결과물이 바로 '데스 오브 미'다. 에반은 이번 앨범의 전곡 프로듀싱을 비롯해 작업 전반을 주도했다. 팝 R&B부터 얼터너티브 록, UK 개러지 리듬을 활용한 팝, 드림팝까지 장르의 폭을 넓히면서도 자신의 내면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앨범의 중심에 뒀다. 타이틀곡 ‘Death of Me’ 역시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해 새로운 출발선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무엇보다 쇼케이스에서 자신의 앨범을 설명하는 에반의 모습은 '음악적 방향성'이라는 다소 추상적이었던 탈퇴 사유에 뒤늦게 실체를 부여했다. 그는 앨범을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에 빗대며 미래를 향한 두려움부터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까지 현재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싱글 작업 당시 음악적인 한계에 부딪힌 경험을 언급하며 이번 앨범에는 그 한계를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실었다고도 했다. 앨범의 기획부터 곡의 메시지까지 직접 풀어놓는 그의 말에서는 적어도 왜 자신만의 음악을 위한 자리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답을 읽을 수 있었다.

탈퇴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엔하이픈을 6인 체제로 남겨두고 나온 결정에 아쉬움을 느끼는 팬들의 감정까지 한 장의 앨범으로 사라질 수는 없다. 다만 그 선택을 납득시키는 것은 결국 에반 자신의 몫이고, 첫 미니앨범은 그가 내놓은 가장 구체적인 설명이 됐다. 앞서 내세웠던 '음악적 방향성'이 편리한 수사에 그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작업한 음악과 그에 대한 확신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제 에반에게 필요한 것은 이 설득력을 지속하는 일이다. 그는 더 많은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음악을 통해 누군가에게 힘과 희망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오는 10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음악방송 활동에도 나서며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동 반경을 넓힌다.

처음에는 의문이 먼저였다. 탄탄한 팀을 떠나 굳이 홀로서기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음악적 방향성’이라는 설명만으로 그 선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남았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완성한 음악을 들고 무대에 서서, 그 선택의 이유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김없이 꺼내놓는 에반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모든 우려를 한 번에 지웠다고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적어도 그의 홀로서기가 충동적인 선택은 아니었다는 데에는 제법 설득당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왜 엔하이픈을 떠났나’보다 ‘솔로 에반이 다음에는 무엇을 보여줄까’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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