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축구·테니스 제쳤다…美 스포츠베팅 '반전의 3위' 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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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축구도 테니스도 아니었다. 미국 콜로라도 스포츠베팅 시장에서 농구와 야구 다음으로 많은 돈이 몰린 종목은 탁구였다.
베팅액 기준 단일 종목 3위다. 축구와 테니스, 아이스하키보다 많은 돈이 탁구에 걸렸다.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스포츠베팅 시장에서 탁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콜로라도주 세입국 산하 게이밍국(Division of Gaming)이 발표한 2026년 5월 스포츠베팅 자료에 따르면 탁구 베팅액은 약 3394만 달러(약 468억원)였다. 농구와 야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축구와 테니스, 아이스하키는 모두 탁구보다 뒤에 자리했다.
전체 스포츠베팅에서 탁구가 차지한 비중은 약 7.2%였다. 여러 경기를 묶는 조합 베팅을 제외하고 개별 종목만 놓고 보면, 탁구는 축구·테니스 등 주요 종목을 앞설 정도로 존재감을 키운 셈이다.
5월 한 달의 이변도 아니었다. 6월에도 탁구에는 약 2273만 달러(약 313억 원)가 걸려 축구와 야구, 농구에 이어 단일 종목 4위를 기록했다. 테니스와 아이스하키, 골프보다 많은 베팅액이었다. 2025-26 회계연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탁구는 단일 종목 4위에 올랐다. 농구와 미식축구, 야구 다음이었고 축구와 테니스를 모두 앞섰다.
미국에서 탁구의 대중적 위상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콜로라도에서 탁구 베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스포츠베팅 출범 첫 달 약 660만 달러(약 91억원)였던 탁구 베팅액은 2026년 5월 약 3394만 달러(약 468억원)를 기록했다. 두 시점을 단순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탁구가 스포츠베팅 시장에서 성장한 배경에는 종목 자체의 인기와는 다른 이유가 있다. 베팅 상품으로 만들기 좋은 경기 구조다.
탁구는 경기 전개가 빠르고 경기를 연속해서 열 수 있다. 축구나 야구처럼 한 경기가 오랜 시간 이어지는 종목과 달리 결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오고, 한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다른 경기가 이어질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많은 경기가 열리는 만큼 스포츠베팅 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시즌이나 시간대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제시할 수 있다.
경기 구조 자체도 베팅과 잘 맞는다. 승패뿐 아니라 각 게임과 점수 흐름에 따라 경기 양상이 빠르게 바뀌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 도중 베팅하는 '인플레이(In-play)' 또는 라이브 베팅 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경기의 흐름이 여러 차례 바뀐다는 점도 실시간 베팅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점수 흐름이 직관적이라는 점이다. 득점과 실점이 짧은 간격으로 반복되고 게임 단위로 승패가 나뉘기 때문에 이용자는 현재 스코어와 경기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종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많지 않아도 경기 상황을 따라가기 쉽다는 점은 라이브 베팅 상품으로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미국 스포츠비즈니스저널(SBJ)은 탁구가 스포츠베팅 시장에서 주목받은 배경으로 많은 경기 수와 다양한 실시간 베팅 가능성을 짚었다. 미국의 대형 스포츠베팅 업체 팬듀얼과 드래프트킹스는 탁구 경기를 애플리케이션에서 직접 스트리밍했다. 맷 킹 당시 팬듀얼 최고경영자(CEO)는 탁구 베팅의 확산을 두고 "라이브 베팅의 힘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전 승자를 예측하는 것보다 빠른 경기 속에서 이어지는 다양한 실시간 베팅 기회가 이용자를 끌어들였다는 의미다.
결국 핵심은 '속도와 공급량, 라이브 베팅'이다. 경기 시간이 비교적 짧고, 여러 경기를 연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경기 안에서도 선택지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점수 흐름이 직관적이어서 처음 접하는 이용자도 경기 상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진다. 팬층의 규모와 별개로 베팅업체 입장에서는 꾸준히 제공하기 좋은 콘텐츠가 된 셈이다.
탁구는 2025-26 회계연도에 축구와 테니스를 넘어섰고, 2026년 5월 단일 종목 3위에 오른 데 이어 6월에도 4위를 지켰다. 빠른 경기 전개와 끊이지 않는 경기 공급, 라이브 베팅에 적합한 구조가 스포츠베팅 시장에서 탁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 축구와 테니스까지 앞선 '반전의 3위'는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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