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무대서 0-12→포기는 없었다' 펜싱 플뢰레 女 개인전 박지희, 4-15 패...깜짝 銀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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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코나메(일본), 신인섭 기자] 생애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박지희(서울시청)가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 진출했다. 첫 출전부터 은메달을 확보한 박지희는 이제 국제종합대회 개인전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23위 박지희는 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일본의 우에노 유카를 상대로 분투했으나 4-15로 패했다.
플뢰레는 송세라가 출전하는 에페와는 경기 성격부터 크게 다르다. 두 종목 모두 칼끝으로 상대를 찔러 점수를 얻지만 유효 타격 부위와 득점 판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
에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공격 가능 부위다.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서로를 찌르면 양쪽 모두에게 점수가 주어지는 동시타도 인정된다. 반면 플뢰레는 몸통만 유효 타격 부위다. 팔이나 다리, 머리를 찔러서는 점수를 얻을 수 없다.
가장 큰 차이는 ‘공격권’이다. 플뢰레에서는 두 선수가 동시에 유효타를 기록했을 경우 먼저 공격을 시작한 선수, 또는 상대 공격을 제대로 막아낸 뒤 반격한 선수에게 점수가 돌아간다. 단순히 먼저 찌르는 것뿐만 아니라 공격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빠른 발놀림과 거리 조절, 순간적인 공수 전환이 승부를 크게 좌우하는 이유다.
박지희에게 이번 대회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다. 국제무대에서는 그동안 개인전보다 단체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24 아시아선수권과 2026 아시아선수권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25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첫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부터 결승까지 진격하며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출발부터 나쁘지 않았다. 조별예선을 3승 2패로 통과한 박지희는 토너먼트에 들어서면서 더욱 힘을 냈다. 32강에서 인도의 미나 나오렘을 15-3으로 크게 꺾었고, 16강에서도 홍콩의 발레리 청을 15-9로 제압하며 8강에 안착했다.
메달이 걸린 8강에서는 필리핀의 서맨사 카탄탄과 맞붙었다. 초반에는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추격에 나섰다. 점차 경기 주도권을 가져온 박지희는 결국 승부를 뒤집어 15-10으로 승리했다. 첫 아시안게임 출전에서 메달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준결승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의 폴리나 볼로부에바였다. 박지희는 경기 초반 0-2로 뒤지며 출발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연속 득점으로 격차를 좁힌 뒤 역전까지 만들어내면서 6-5로 앞선 채 1피리어드를 마쳤다. 마지막 3피리어드를 앞두고 점수는 13-12. 결승 진출까지 단 두 점만 남겨뒀다.
박지희는 결정적인 순간 흔들리지 않았다. 3피리어드 시작과 함께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뒤 반격을 성공시켜 14-12를 만들었다. 매치 포인트를 잡은 뒤에는 한발 빠른 공격으로 마지막 득점까지 가져왔다. 15-12 승리. 첫 아시안게임에서 결승까지 오르며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대회 전 세웠던 목표도 이미 넘어섰다. 박지희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개인전 목표에 대해 “순위권에 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첫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긴장하지 않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던 그는 결승 진출이라는 결과로 자신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었다.
박지희가 처음부터 펜싱 선수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과정부터 예상 밖이었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무렵 부모님과 친분이 있던 체육 교사가 박지희의 성적을 본 뒤 운동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박지희는 당시를 떠올리며 “체육 선생님께서 내 성적을 보시더니 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셨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조금은 웃픈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강렬한 발자국을 남겼다. 결승에서 박지희는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우에노 유카를 상대로 기세에 밀리며 지속적으로 실점했다. 0-7까지 격차가 벌어지면서 박지희는 과감하게 나서는 선택을 했지만, 이마저도 독이 됐다.
가까스로 0점 패배를 면했다. 박지희는 0-12 상황에서 한 점을 획득하면서 1-12를 만들었다. 이어 연속 득점을 가져가며 3-12를 만들었지만, 우에노 유카가 굳히기에 나서며 결국 4-15로 무릎 꿇었다.
비록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었던 만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 됐을 터. 박지희는 값진 은메달을 확보하면서 단체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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